“자동차 문명, 그 폐해를 아십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5.09.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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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53> 이명희...
“대도시 출퇴근 자동차 속도, 100년전 마차 수준”
“대구 대기오염의 80%이상이 자동차 때문...전쟁보다 더 처참한 교


요즘 세상에 운전면허증이 없다거나, 자가용이 없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이러다 자가용 없는 성인이 천연기념물 취급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회의나 모임에 가서 일을 마치고 나올 때 보면 모두들 주차장으로 향해 간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필자는 혼자 머쓱해하며, 가는 방향이 어딘지 물어서 카풀을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혼자 뚜벅뚜벅 걷는다. 걸으면서 ‘아! 정말 모든 사람이 운전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자가용 이용이 일상화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화석연료 소비와 자동차 이용의 증가”
산업화 초기 대부분의 화석연료는 공장에서 소비되었지만,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소비되는 화석연료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었다. 일상생활 속의 에너지 소비증가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자가용승용차이다. ‘자동차화(motorization)’라는 말을 사용할 정도로 자동차는 우리 삶 깊숙한 곳에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1,000만대 시대’, ‘마이카 시대’라는 장밋빛 환상을 좇아 달려와 지금은 자동차 등록대수가 1,500만대를 넘어서고 있다. 자가용의 증가는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 우리는 자동차로 인한 행복보다 자동차의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자가용 증가와 함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소비가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도 함께 증가했다.
이는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도시 차원의 대기오염 피해로 시민들의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자동차문명의 폐해”
90년대 이전까지 대기오염의 대부분은 공장굴뚝과 연탄을 이용한 난방에 의한 것이었지만, 90년대 이후 자가용의 급속한 증가로 현재 도시지역 대기오염의 70%이상은 자동차 배출가스에 의한 것이다. 특히, 서울은 85%, 대구는 80% 이상이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시민들, 그 중에서도 어린이나 노약자와 같은 계층의 건강피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자가용 증가로 도심은 출퇴근시간대 외에도 항상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끊임없이 도로를 확장하고 개․보수하지만, 교통체증은 좀체 해결되지 않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도시환경을 삭막하게 만들어 오히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드리고 있다.

출퇴근시간대 전국 대도시들의 자동차 평균주행속도는 20km/h 내외로 100년 전 마차의 속도보다 빠르지 않다. 만성적인 교통체증으로 인해 에너지가 낭비되고, 배기가스의 배출이 더욱 늘어나 시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더욱 처참하다.
교통사고로 1년에 1만 명 이상이 죽어가고, 10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장애로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갖게 된다. 전쟁 중이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어나갈까 싶은데도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은 한없이 무디다.

특히, OECD 28개 회원국 중 어린이(만 14세 이하)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2003년 기준)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4.1명으로 회원국 평균 2.4명을 훨씬 상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자동차화 사회는 이러한 가시적 피해 외에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공동체를 파괴하고, 사람의 정신을 황폐화시킨다. 도시 지역 마을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이웃간 분쟁 중 하나가 바로 주차문제이다.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간에도 자동차 주차문제로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또한 자동차 운전석에만 앉으면 사람을 존엄한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동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로 인식하기 쉽다. 노약자나 임산부 등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조금만 뒤쳐져도 위협적으로 경음기를 눌러대는 모습에서는 살기까지 느끼게 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 위아래 없이 성질내고 욕하는 모습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자가용 중심의 대구시 교통 정책...앞산관통도로 , 꼭 뚫어야 하나?”
자가용 중심의 교통정책은 대구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러시아워 차량통행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도로율 또한 전국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홍보한다.

현재 대구시는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앞산관통도로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수요 중심, 소비를 관리하는 방향이 아니라 끝없이 증가하는 소비 수준에 맞춰 공급량을 늘려가는 정책이다. 즉 자동차가 늘어나면 여러 가지 정책을 통해 자가용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줄이도록 유도하거나 대중교통, 무동력교통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도로를 넓혀 자가용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브라이스의 역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도로가 넓어져도 교통소통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교통예산의 대부분을 도로 개․보수에 투자하고 있다. 비효율적이고, 에너지낭비를 조장하는 이러한 정책을 이젠 멈춰야 할 때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좋은 정책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결코 아니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걷고 싶은 도시, 자전거, 인라인과 같은 무동력교통이 얼마나 많은지가 살기 좋은 도시의 교통정책의 바로미터가 되어야 한다.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만들고, 자전거 같은 무동력교통수단 활성화해야“
지구환경위기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인성까지 파괴하는 자동차를 넘어 진정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실험들이 전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잘 알다시피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는 자가용 이용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편리하게 만들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같은 도시는 자전거와 같은 무동력교통수단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이다.
차 없는 날 행사(Car-Free Day)는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인 라로쉐에서 처음 시작되어,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곧이어 세계의 수많은 도시로 확산되었다. "도심에서는 자가용을 타지 맙시다(In town, without my car)" "시민 스스로 자동차 의존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자", "보행자와 대중교통 이용자, 자전거와 인라인에 친숙하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만들어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수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세계적인 운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차 없는 날" 운동은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공감과 동참을 통해 자동차 의존형의 도시와 사회, 그리고 생활양식들을 바꾸어내고 이것을 통해 자동차의 부정적인 해악들을 줄이고, 새로운 도시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자동차가 아닌 인간적 교통수단, 즉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와 같은 무동력교통수단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21세기 도시들의 선택이 아니라 기본적인 교통계획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를 둘러싼 국제적 분쟁을 종식시키는 근본적인 실천이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구환경을 지켜 우리 자손들의 살아갈 건강한 삶터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 197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명희 사무국장은, 지난 ’99년부터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활동하며 지역의 환경운동과 녹색살림을 실천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작은 실천들을 모아 네이버 블로그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아가기]를 남편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05년 8월 30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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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는,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제 4기 필진이 우리 지역 각계의 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글을 씁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8.29(월) 이명희(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9.5(월) 조광현(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9.12(월) 권만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칠곡지회 회장)
9.19(월) 안미향(청소년 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www.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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