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라도 북녘에 묻히고 싶다"

평화뉴스
  • 입력 2004.03.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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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비전향장기수 고 김태수 선생 1주기
...끝내 이루지 못한 "송환의 꿈"

비전향 장기수 고 김태수 선생. 오늘(19일) 1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비전향 장기수 고 김태수 선생. 오늘(19일) 1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북녘으로 가고자 하는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비전향 장기수의 1주기 추도식이 오늘 대구시 중구 반딧불이 지하실에서 열린다.
비전향 장기수 고 김태수 선생.
그는 6.25전쟁 때, 흔히 말하는 ‘빨갱이’로 체포돼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옥에서 나온 후에도 감시와 의혹 속에서 평생을 숨죽여 지내야 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가 마지막까지 바라고 있었던 꿈은 다름 아닌 ‘북녘으로의 송환’.

숨죽여 살아가는 장기수의 삶...죽어서라도 북녘에 가고 싶어

1927년 경북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노동자의 길을 걸었다. 일제의 수탈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민족을 위하는 방법으로 인민군을 선택했고, 결국 연행되어 15년의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했다.

출소 후 고향인 경북으로 왔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삶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비전향 장기수’라는 꼬리표 때문에 감시를 받으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다시 체포될 위험 때문에,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조용하고 소외된 삶이었기에,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때 1차 송환이 있었지만,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흔이 넘은 나이, 평생의 꿈을 버릴 수 없어 적극적으로 ‘2차 송환’ 추진 운동에 참여했다.

가족의 반대도 많았다. 마흔넷의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2남 1녀의 가정을 꾸렸다. 가족들은 양심수 후원회에서 오는 전화를 바꿔주는 것도 꺼려했지만 그는 송환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음의 맺힌 한을 풀지 못하고 지난해 3월 19일, 77세의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나 주변의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 김태수 선생의 생전모습.(2002년 11월, 가운데줄 오른쪽 4번째)

장기수 김태수 선생, 그가 죽어서 묻히고 싶었던 곳은 북한 땅이었다. 가족과 헤어지는 것을 감수하고도 송환을 요구할 정도로 그동안 그의 삶은 평화롭지 못했다.
이것은 다른 장기수들도 마찬가지. 대부분의 장기수들은 기나긴 감옥 생활에서 풀려나도,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꾸려야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감시를 피하기 어렵다.

대구지역 장기수 7명...사상을 떠나 인간적인 존중이 우선.

2000년 1차 송환에서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송환됐다. 그러나 김태수씨처럼 송환을 바라는 장기수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양심수 후원회는 대구 지역 장기수는 7명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중 3명이 현재 2차 송환을 신청한 상태이다. 나머지 장기수들 역시 북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남한에 가족이나 연고자가 있어 쉽게 마음을 정하기는 어렵다.

양심수 후원회에서는 현재 ‘2차 송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북녘으로 가고자 하는 비전향자는 다 송환했다. 나머지는 송환을 바라지 않고 전향한 사람들뿐”이라는 냉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전향 장기수들은 7, 80년대 정부에서 ‘사회안전법’ 등을 만들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폭력과 억압을 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대구경북 양심수 후원회 윤보현 국장은 “장기수 할아버지들 자체가 분단의 아픔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장기수들의 사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말해가려고 한다.”라며 “장기수들을 사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 ‘고 김태수 선생의 1주기 추도식’에는 범민련 한기명 의장을 비롯한 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하고, 김태수 씨가 마지막까지 바랬던 2차 송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도 낭독할 예정이다. 그 뒤에는 고인이 잠든 칠곡 동명의 청구공원에 들러 고인의 명복을 빈다.

현재 송환을 원하는 장기수의 대부분이 7, 80대 고령이다. 이들의 꿈은 오직 하나, 죽어서라도 북쪽 땅에서 묻히는 것이다. 북쪽을 가슴에 두고 남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1차 송환, 2차 송환을 넘어 남과 북이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하나의 조국이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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