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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보루 ‘법’, 그러나 법조계는?”
남호진 변호사(대구민변 사무국장).
특권의 땅에서 축적된 선민의식, 잘못된 법조계 관행, 이젠..”
2006년 09월 18일 (월) 16:21:52 평화뉴스 pnnews@pn.or.kr

가끔씩 배울 만큼 배우고, 합리적이며 사회변혁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지인들이 전관출신 변호사를 소개해달라고 할 때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물론 형사사건에 연루된 사람의 절박한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럴 때면 “유전무죄, 무전유죄”와 “전관예우”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말고 올바른 법률소비자가 되라고 충고하다가는 마지못해 전관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주곤 하였다.

아직도 의뢰인들은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때 사건담당 검사와 판사의 출신학교, 시험기수, 변호사와 친분관계, 변호사의 전관출신 여부를 선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형사재판은 고도의 법률이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원칙적으로 범죄의 경중에 따라 형량이 정해져야 한다. 지인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여도 그들은 필자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당위론적으로는 필자의 이야기가 맞지만 의뢰인들은 양형기준이 아니라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기준이 형사소송을 지배한다고 믿는 것이다. 간간이 법조인들의 비리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법조계가 자정계획을 발표해도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법조인들의 진정성을 믿지 못한 소비자들은 더욱 비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급기야 최근 법조브로커 사건에 이르러서는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합리성과 원칙을 믿지 않고, 편법과 불합리한 기준을 믿는데 1차적인 책임은 필자를 비롯한 법조인들에게 있다.


"전별금, 접대...필자 역시 이러한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평생 부와 명예가 보장되던 시대가 있었다. (아직도 사람들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 시대에 사람들은 형평과 정의를 실천하고, 고민하는 법조인보다는 젊은 나이에 특권을 가진 특권집단으로서 그들을 부러워하고, 그 특권을 당연하게 인정했다.

그 덕에 특권의 땅에서 법조인들은 선민의식을 축적하고, 울타리를 높이 쳐서 사회의 비판을 막거나 외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법조인들은 또다시 울타리 안에서 서로 서열을 만들거나 동료로서 연대를 맺고, “전별금”, “접대”라는 잘못된 관행을 만들어 왔다. 필자 역시 부끄럽게도 이러한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법조계는 세상의 흐름에 둔감하고, 외면한 덕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사법부를 불신하는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법관의 재판지휘에 대해 과도한 대응을 하거나 판결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수사에 대해서도 협조를 거부하거나 국선변호인에게 불성실하다고 호통을 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 관행 청산, 법조인이 앞장서야 ... 법조인에 대한 잘못된 기대비용도 거두어야”

연고와 출신학교를 유난히 따지는 우리 사회에서 그릇된 관행으로 인한 폐해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법조계의 관행에 크게 분노하는 것은 바로 법조계가 우리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유지하고, 판단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과 문화의 청산은 물론 법조인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다만, 이제 우리 사회도 법조인에 대한 잘못된 기대비용을 거두어야 한다. “사시에 합격했으니까, 변호사, 판사, 검사이니까 너는 더 부담해도 된다.”는 등의 법조인에 대한 기대는 관행의 반복을 기대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법불신이 깊어진 지금 법조인과 국민들이 모두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 것이 있다. 잘못된 관행으로 사법부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우리가 동의하고 만든 법에 대한 권위가 추락하고, 그로 인한 질서의 위험은 우리 모두가 안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의 보루는 바로 법인 것이다.


   
[시민사회 칼럼 82]
글. 남호진 변호사. skaghwls@hanmail.net)(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구지부 사무국장)


* 이 글은 <평화뉴스>와 <대구참여연대>가 2006년 9월 6일 함께 싣습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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