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속임으로 국민을 섬기려 하는가"

평화뉴스
  • 입력 2008.05.23 1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남 칼럼]
"괴담이라고 상징 조작하는 것을 저들 빼고는 다들 아는데.."

‘전교조가 배후야, 여의도에 모인 아이들 수가 청계에 모인 수보다 많은 거 보면 알잖아. 여의도 그 쪽에 전교조가 세다’.

촛불 문화제에 대처한답시고 모인 전국교육감 회의석상에서 서울교육감이 보여준 세상 보는 안목과 돋보이는 분석력이다. 지방교육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듣고 있었을 터인데, 어쨋든 그들의 안목과 분석력은 그들의 인격이 아니라 한국학교라는 특수한 사회에서 쌓아올린 경력의 소산일 것이다.

다소간 비약일지 모르겠는데, 학교에서의 성공을 이후에도 이어가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말솜씨도 대개 이와 같은데, 세상만사를 간명하게 처리하여 딱뿌러지게 잘라 말하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민주화니 뭐니 하다가, 없는 놈들 게으르게 만들었고, 퍼주기 해서 북쪽 것들 간만 키웠고, 하향평준화해서 안 될 아이들 기만 살렸지’. 문하생 거느리고 정신건강 챙긴다며 팔자걸음 걷는 어느 성공한 젊은 교수의 강의이다. 그 교수 같은 성공한 사람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순진무구 어법의 말솜씨, 쇠고기청문회에서 보여준 충성맹세 어법의 말솜씨, 그 가운데 백미는 ‘안 먹어면 된다’의 불도저 어법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아빠 돈’하며 손 내미는 대학생 딸아이의 기막힌 행동거지가 정수리를 타고 내려 멍치를 때리는 충격, 그게 한두번도 아닌데, 그날 아침은 충격이었다. 이게 말인가. 이것이 딸과의 소통인가. 척척 알아서 다해주다가 그래서 굳어버린 딸아이의 인식의 틀을 무슨 수로 깨트리나. 그 인식의 틀을 가지고 만사를 간단히 처리하고 그것으로 세상이 제 손에 들어온듯이 처신하며 인생을 살겠지.

우리에게 성공이야기의 플롯은 ‘고지점령’인 것 같다. 고지를 점령하고 나면 그 때는 점령과정에서 저질렀든 어떤 잘못도 덮어진다. 어떤 변명도 통한다. 점령 과정에서 얻은 밀어붙이는 완력이 어디든 통하게 되었고, 급기야는 힘자랑이 사람관계의 원리가 되었다.

사람말을 잃은 성공한 사람들틈에서 대중언론의 선정적 코드가 기승을 부린다. 그들이 상징조작의 희생자이고 가해자이다. 언론이 편집해준 말을 진리 같이 떠 받든는 것, 그것이 차라리 편히 사는 방식일 터이다. 비극의 의식이라고는 없는 낙천주의는 정신건강에 효험이 있을지 몰라도 계승할 문화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그 건강주의 뒤에 도사린 그들의 세상에 대한 냉소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박경리 선생의 ‘생명에 대한 연민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삶의 동기’라는 전언이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진실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인간이해의 문법 위에서, 차선의 선택이든, 다수의 이익 우선이든, 실용이든, 한미동맹이든, 북한 목조르기든, 뭐든 논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소통의 탄식, 홍보의 필요가 바로 그것 아닌가. 광우병괴담이 국민불안 경제희생 한미불신의 원인인양 홍보하여 소통하려는 것, 아직도 그런 속임으로 국민을 섬기려 하는가. 괴담이라고 이름하여 상징 조작하는 것을 저들 빼고는 다들 아는데. 지평도 없고 논리도 없는 야만을 다들 알고 있는데.

덧붙여, 비범한 것에 안달하는 ‘아줌마 신드롬’이 상징조작을 퍼날어는 사회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말이 아닌 말을 말인양 아주 예사로 해대는, 소통의 길이 막힌 사람관계가 아줌마 신드럼의 원인이고 결과이다. 촛불문화제마저도 그런 신드럼이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학교는 말이 아닌 말이 만들어지고 통용되는, 문자 그대로 괴담의 진원지이다. 그 학교에서 권세를 얻은 분들, 관리자이건 가르치는 자이건, 그들의 괴담의 대척점에 아이들의 촛불문화제가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줌마를 성유형 언어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비범한 것에 정신을 잃는 현상, 대중언론의 편집된 말에 놀아나는 현상을 두고 아줌마라고 했다. 그 아줌마를 대학에서 너무 많이 만난다.

[김민남 칼럼 18]
김민남(전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 mnkim@knu.ac.kr )



(이 글은, 2008년 5월 19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