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KBS, 언론악법 저지에 힘을 보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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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여은경.."4대강 사업은 쏟아내며 언론악법에는 침묵..지역도 무너진다"

'제야의 종 타종' 조작은 '땡이뉴스'의 서곡

시청자를 왕으로 생각한다는 KBS가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을 생중계하면서 영상과 음향을 조작했다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조작방송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았기 때문이다.

현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당시 상황을 정리한 중앙 언론사 사설을 인용해본다.


‘새해맞이 보신각 타종 행사를 생중계하면서 화면과 음향을 조작하고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현장 모습과 방송 화면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서울 종각 네거리를 가득 메운 수만 명이 입을 모아 외친 ‘이명박은 물러가라’ 등의 구호 소리는 음향효과로 지워져 방송에선 들을 수 없었고, ‘아듀 2008 아웃 2MB!’, ‘언론관계법 개악 철회하라’ 등의 손팻말을 든 시민들의 모습도 화면엔 비치지 않았다. 으레 하는 시민 인터뷰도 생략됐고, ‘우리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고 쓰인 노란 풍선이 타종 순간 일제히 하늘로 오르는 장관도 화면에선 볼 수 없었다. 손뼉 치는 이도 없는데 녹음된 박수소리로 뒤덮어 버리고 시민들 대신 엉뚱한 풍경으로 화면을 채웠으니, 조작과 왜곡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 1월3일자 ‘KBS ‘화면조작’, 정권이 방송장악하면 예삿일 된다’)


이보다 두 시간 반 쯤 전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
제야의 종 타종 장면과 식전행사를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든 현장 상황을 대구MBC는 메인뉴스에 담아 전했다. 제야의 종 타종식에 온 시민의 표정, ‘MB 악법 저지 촛불문화재 열려’ 자막과 함께 20여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미디어 관련 악법 저지 촛불문화제가 현재 열리고 있고, 이보다 앞서 동성로에서 관련 집회가 열렸다는 뉴스를 전했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비슷한 성격의 행사 관련 방송-중앙과 지방 방송의 엄청난 위상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작방송과 진실보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보고 싶다.
 
'음향조작도 방송기법'이라는 궤변

KBS의 조작방송이 왜 ‘사건’인가?
방송의 생명은 현장감(현장성)과 신속성에 있다. 그런데 KBS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 목적이 현장 상황, 시민들의 감정을 담은 음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카메라는 현장 시민을 담지 않았고, 시민들의 생생한 감정이 녹아든 소리는 제거해버리고 엉뚱한 효과음을 현장의 목소리인양 내보내 조작방송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음향조작도 방송기법’이라는 궤변을 둘러댔다. 소 띠 해 벽두 소도 웃을 일을 ‘국민의 방송’을 자임하는 공영방송 KBS가 자행한 것인데, 언론학자들이나 야당,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7대 법안을 ‘언론장악 7대 악법’으로 부르는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디어 관련 법안들을 ‘일자리 창출’ ‘미디어 산업 경쟁력 강화’등을 구실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조.중.동 등 미디어 재벌, 대기업에 KBS2와 MBC를 퍼주려는 것이 진짜 속내인 것으로 국민들은 파악하고 있다. 국내 언론 시장을 외국 미디어산업에 개방하려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의 계획대로라면 국민들은 조만간 국내 뉴스를 외국 거대 미디어산업의 매체를 통해 봐야 한다. 자국의 논리, 자사의 이익에 합치되도록 가공된 뉴스를 말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 정체성의 위기가 예상된다.

우의마의(牛意馬意)?

조작방송을 한 KBS의 논리대로라면 ‘행사목적’에 국민의 감정과 요구를 맞춰야 하는 데 그러자면 KBS는 더 이상 ‘시청자는 왕’이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아니 국민이 KBS의 구미에 맞게, 방송 목적에 맞게 공손하고 단정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궤변이지만, 문제는 궤변이 궤변으로만 끝나지 않는 게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행사’의 주인공은 힘 있는 권력층이고 이들의 행사목적에 맞게 국민이 행동하도록 ‘알아서 기는’ 방송-언론구조가 기사로, 화면으로 조작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여론 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국민의 여론은 실종되고 ‘우의마의(牛意 馬意)’가 여론인양 득세하게 된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신문방송겸영 금지는 여론다양성 보호를 위한 장치라며 합헌으로 확인한 것도 언론이 정권에 휘둘리니까 국가가 혼란에 휩쓸리고 국민의 안위가 위태로워진 역사적 반성을 배경으로 해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신문-방송 겸영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7대 법안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에 따라 통과된다면 ‘땡전뉴스’에 이어 ‘땡이뉴스’가 판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까지 단정적으로 말 할 수 있는 것은 권력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을 최근 우리 역사-언론사가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역사의 창고에서 1907년에 제정된 ‘광무신문지법’을 꺼내 휘두른 미군정, 이승만 정권이나, 당근 아니면 채찍-그것은 언론사는 물론 언론인의 죽음이기도 했다-을 양자택일하게 한 박정희 시대 언론정책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땡전뉴스’를 떠올리면 된다.

우리는 전두환을 정점으로 하는 신군부가 언론과 언론인의 숨통을 끊어놓은 ‘언론기본법’을 국가보위비상입법회의(‘국보위’)에서 통과시켰고 그 결과 국민들은 ‘땡전뉴스’를 몸서리치게 들어야만 했다. 이명박 정부는 말끝마다 ‘경쟁력’을 강조하지만 국민을 몸서리치게 만들며 정부에 등을 돌리게 하는 것만큼이나 경쟁적이지 못하고, 낭비적인 것이 어디에 또 있을까.

TBC.KBS, 4대강 사업은 쏟아내며 언론악법에는 침묵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지금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저지른 패륜적인 방법-물리력-으로 국민이 향유해야 할 정보의 공기(空氣)이자 공기(公器)인 언론 관련 법안 7개를 백70명이 넘는 여당의원을 몰아쳐 군사작전처럼 지금 이 시간 처리하려 하고 있다. 국민의 63.1%가 조.중.동의 방송진출을 반대하고 62.4%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도(미디어오늘.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가 공동으로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달 18일~2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귀를 막은 이명박 정부는 지금 물리력으로 국민의 의사를 짓밟으려 하고 있다.

‘알아서 기는 게 기자’란 자조 섞인, 때론 비아냥거림 같은 말이 있지만 한나라당이 미디어관련 법안들을 몰아쳐 통과시키려는 작전을 예고하고 있는데도 대구의 공중파 TV방송, 특히 KBS대구, TBC의 보도는 ‘오불관언(吾不關焉)’,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등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보도로만 보면 그랬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아직 마스터플랜조차 마련하지 못한 4대강 정비 사업, 낙동강 물길 살리기 관련 행사는 기자 리포트, 토론회 등으로 앞 다퉈 쏟아내 대조를 이뤘다. 이것은 기자 개인 차원 문제가 아니다. 기자 집단, 또는 언론사 시각이 편향돼 있거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으면 예상하기 힘든 경우이다.

12월 26일 <대구경북 TBC>프라임뉴스 / 12월 26일 <대구 KBS>뉴스9
12월 26일 <대구경북 TBC>프라임뉴스 / 12월 26일 <대구 KBS>뉴스9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저지르려는 미디어 악법 통과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소수 미디어 재벌, 대기업이 여론을 구미에 맞도록 좌지우지하게 만듦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시.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고 그 결과 우리 시대는 물론 우리 후손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사회를 만들 것이란 우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은 한 번 통과되면 고치기는 지난(至難)한 일이 된다. 언론관계법만 하더라도 일제 통감부가 대한제국 관리들과 손을 맞잡고 1907년에 만든 이른바 ‘광무신문지법’은 미군정, 이승만 시대까지 위력을 떨치다 1952년에야 역사의 창고 속으로 되돌아갔다. 박정희 시대의 언론악법은 박 정권의 유산인 유신정권이 끝나고서도 위력을 휘두르지 않았던가. 수많은 언론인과 언론기업을 언론현장에서 내몬 전두환 정권의 언론악법은 피를 뿌린 국민적 저항을 거치고서도 온전한 제 모습으로 다듬어지지 못했다.

'언론 길들이기' 넘은 '국민 눈.귀 틀어막기'

전례가 이런데도 이명박 정권이 미디어 악법을 기어이 통과시키려는 의도는 국민들이 훤히 내다보듯, 단순히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특정 소수 가진 계층이 신문 방송 겸영으로 언론을 독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국민의 알권리, 표현자유에 재갈을 물려 제한하겠다는 것이다(그렇잖아도 대구.경북의 신문, 방송에 몰아치고 있는 거대 미디어 제국의 칼바람이 어느 정도인지 독자.시청자들은 느끼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닐 수 없는 이 같은 작태를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바탕으로 감행하려는 데서 파시즘의 조짐까지 엿보인다는 언론의 지적은 공연한 우려만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 악법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전쟁과 같은 긴급하고 명백한 위험이 없는 한 표현의 자유는 제한받을 수 없는 천부인권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미디어 환경을 지키는 것은 산업을 포함한 국가의 경쟁력이자 국민의 삶의 지표이고 국가의 위신이자 국민의 자긍심이기도 하다.

언론악법 통과되면 지역이 무너진다

한편으로,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 7개 법안을 밀어붙인다면 그만큼 중앙의 이익 중심으로 언론보도가 이뤄지고 여론이 형성돼 지방의 이익을 지킬 길이 사라지는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디어 악법이 빈사상태의 지방을 더 옥죄고 쪼그라들게 하는 촉진제 구실을 할 우려가 짙다는 점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 악법은 지방민이라면 반드시 경계하고 저지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재, 언론노조가 총파업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미디어 악법 저지에 힘을 쏟으며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려 분투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대구MBC가 고단한 싸움을 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대구MBC에 KBS대구.TBC가 늦었지만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미디어 악법을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기를 촉구한다. 방송은 시청자 관심을 먹고사는 사회적 생물이기 때문이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2]

여은경(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국장. 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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