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MB 대북강경책, 이제라도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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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창간 5주년>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시국강연
한완상, "아마추어식 대북정책, '통미타남'으로 치닫고...한반도 평화, 절박하다"

평화뉴스 창간 5주년 기념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시국강연(2009.2.26 대구MBC 강당 / 사진.유지웅 기자)
평화뉴스 창간 5주년 기념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시국강연(2009.2.26 대구MBC 강당 / 사진.유지웅 기자)

"이명박 정부 지난 1년의 냉전강경 원칙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과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진솔하게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통일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을 지낸 한완상 전 부총리가 26일 대구를 찾아 "MB정권의 아마추어 같은 냉전강경원칙으로 북한의 정책이 '통미봉남'을 넘어 '통미타남'으로 바꿔지고 있다"며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을 촉구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이날 저녁 대구MBC 강당에서 열린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시국강연'에서 "이명박 정부 지난 1년간 대북정책 자체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어 지금의 위기가 왔다"고 질책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의 이날 시국강연은 대구경북인터넷신문 <평화뉴스> 창간 5년을 맞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와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국민을협박하지말라>를 포함한 지역 단체가 함께 마련했고, <6.15선언실천대구경북본부>와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후원했다.

한완상, 대표적 사회참여 지식인

1936년 충남 당진 출신의 한 전 통일부총리는 경북고등학교와 서울대 사회학과, 미국 에모리대학 대학원을 거쳐 1970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반독재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1976년과 1980년 각각 유신체제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2차례 해직과 복직을 겪었다.

이어, 1993년 제3대 통일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을, 2001년에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냈다. 또, 한국방송대(1993).상지대(1999).한성대(2002) 총장을 맡기도 했다. <민중과 지식인>,<다시 한국의 지식인에게>,<예수없는 예수교회>를 비롯한 많은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민주화운동에 힘쓴 대표적인 사회참여 지식인으로 꼽힌다.

평화뉴스 창간 5년 시국강연...120여명 성황

<평화뉴스> 창간 5년을 맞아 열린 이날 강연에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강창덕 상임고문과 정경호 상임대표, <범민련대경연합> 한기명 의장, <민족자주평화통일대구경북회의> 류근삼 의장, <615공동선언실천대구경북본부> 박정우 상임대표, <전국목회자정의실천협의회> 서일웅 상임대표와 박기백 공동대표, 고경수 목사, <대구경북진보연대(준)> 백현국 공동대표, <대구사회연구소> 정기숙 이사장, <대경인의협> 김진국 전 대표, <대구여성의전화> 조윤숙 대표, <감나무골새터공동체> 윤주수 대표, 장기수 이학천.이준원 선생, 경북대 김윤상 교수,<대구 민변> 남호진.김민정 변호사, <평화뉴스> 유지웅 편집장을 비롯해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명박 정부 1년에 무거운 주제로 강연을 하게 됐다"는 말로 입을 뗀 한 전 부총리는 남북관계를  '위기'로 내 몬 MB정부를 비판했다.

"한반도 평화는 절박하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경제적 살림 고통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서 남북관계가 최악이다. 위기의 먹구름이 우리 앞에 있다"면서"이러한 무력충돌 우려는 사태를 냉정하게 통찰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고 질책했다.

또, "한반도 평화는 절박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된다"면서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제 식민지와 분단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어렵게 성취한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미봉남'을 넘어 '통미타남'

한  전 부총리는 MB정권의 무리한 대북강경정책으로 북한의 대남정책 역시 '통미봉남'을 넘어 '통미타남'으로 치닫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북한 당국이 위성 혹은 미사일 발사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현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정책은 '봉남'에서 '타남'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하면서 "'타남'은 남한을 타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MB 대북강경책, 남북상생 깼다"

한 전 부총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전까지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 봉남하고, 미국에 대해 통미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난 10년간 DJ와 노무현 정부의 노력으로 남과 북, 미국이 상생관계가 됐고, 이를 담보로 나온 것이 6.15선언과 10.4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으로 어렵게 만든 상생관계가 깨지고, 북한의 정책은 '봉남'도 모자라 '타남'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위기상황의 원인을 'MB의 공동선언 무시'에서 진단하며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촉구했다.

한 전 총리는 "지금까지 남과 북의 4가지 선언 가운데 북한 당국은 6.15선언과 10.4선언, 즉 최고지도자가 함께 한 선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 두 선언은 무시해 버리고 남북기본합의서만 언급하자, 북한도 남한에 대한 본격적인 비난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남한 보수단체가 대북비난 선전물을 북에 날려보낸 것과 이에 대응한 정부의 허술한 관리도 북한을 자극한 점으로 꼽았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말 속의 '적의'

한 전 총리는 "(북한의 태도가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이라는 정부의 인식을 뒤집어 생각하면 (북한이) '아무리 위협해도 우리는(이명박 정부) 꼼짝도 안한다', '결국 북한이 지쳐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라는 말 뒤에 숨어있는 남한 정부의 '적의'를 북한이 간파해 지금의 위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정부 지난 1년은 '노무현 정책은 절대 하지 말자'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던 것 같다. 퍼주기 주무부서가 통일부라는 인식을 가지고 인수위 때 통일부를 없애려 한 사실만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한달 정도 후면 위성일지 미사일일지 모르지만 북한이 무엇인가를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정해 보자. 지금 정권이 아니고 지난 (노무현) 정권이 지속됐더라면 이런 위기가 생겼겠느냐"고 반문하면서 6.15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진솔하게 '잘못했다'라고 했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1년에 발표한 '남북합의 존중 입장'에 대한 북한의 '거절' 입장과 관련해서는, "왜 북한이 거절했겠는가. 북한은 작년 3월까지 남측이 그 전 대통령과 합의한 사항을 지킬지 여부를 지켜보다 이행이 안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1년 지나고 보니 남측이 '우리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남북합의 존중 입장을 밝힌 것 같은데, 북한과 그 커뮤니케이션이 안된 거 같다. 진솔하게 '잘못했다'고 했으면 좋겠다. 고해성사에서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절대 수치가 아니다. 새출발이다"고 했다.

MB, '부시' 사례 배워야

그는 미국 부시 전 행정부를 예로 들어 이명박 정부에 당부하기도 했다.

한 전 부총리는 "부시는 근본적 확신을 가지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봤으나 마지막에 '대화 상대'로 선회했다. 하지만 부시는 너무 늦게 정책을 바꿔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이제 1년이니 아직 늦지 않았다. 부시 행정부의 이 사례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에 '퍼주기'가 낭비라고 생각했고, 북한의 버릇도 고쳐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통일의 중요성도 몰랐고, 우리(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것이 북한에 어떻게 인식되는지도 몰랐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미안하다' 이렇게 나와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MB정권이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도덕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지역의 통일원로를 비롯한 120여명의 시민들이 강연회에 참석했다(사진.유지웅 기자)
대구지역의 통일원로를 비롯한 120여명의 시민들이 강연회에 참석했다(사진.유지웅 기자)

강연이 마친 뒤 질문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가 "젊은 세대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느냐"고 묻자 한 전 부총리는 "남북이 갈라져 지내온 60년 냉전과 분단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 분단.냉전비용도 우리 자식과 후손들이 감당해야 한다"면서 "냉전의 극복과 평화 실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자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답했다.

"남한 지원으로 핵 만들었다? 나는 믿을 수 없다"

특히, "북한에 많은 물자를 도와줬기 때문에 북이 핵을 만들수 있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상대 후보 매케인에게 했던 말인 "당신(부시 행정부)들이 강경책 쓰니까 핵무기 만든거다. 위협을 느낄 수 있도록 무기 만든 것이다"란 말을 인용하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북에 지원한 게 얼만데 그것으로 어떻게 핵을 만들 수 있는지, 그 돈이 군부에 들어갔다는 증거를 갖고 와라. 나는 도저히 힘들 수 없다. 오바마 말이 맞다고 본다"라고 대답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주최 측이 마련한 좌석 110석이 모두 채워지는 등 성황을 이뤘다. 강연 후 대구MBC 강당 입구는 한완상 전 부총리의 사인을 받는 참석자들로 붐비기도 했다.

대구지역의 통일원로를 비롯한 120여명의 시민들이 강연회에 참석했다(사진.유지웅 기자)
대구지역의 통일원로를 비롯한 120여명의 시민들이 강연회에 참석했다(사진.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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