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 ‘순위’ 외에는 따져볼 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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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매일.영남 “1위 1위...” / 부산.경남도민 “보험용.고액.뒷거래“ 분석

2009년 3월 27일자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오른쪽)
2009년 3월 27일자 <매일신문>과 <영남일보>(오른쪽)


<매일신문>, <영남일보>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정치 후원금 1등 - 000’에만 주목했다. 지난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5년부터 정치인 후원금 및 후원회 회계를 공개하도록 했다. 정치자금법 개정 취지가 “투명성 확보,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였지만, ‘후원금 1등이 누구?’에만 주목한 지역신문의 보도가 이 취지에 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사안과 관련된 뉴스를 분석하다보면, 대구경북지역 신문 독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정치후원금이 공개될 때 마다 가까운 <부산일보>나 <경남도민일보>등의 보도내용과 지역신문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 ‘후원금 모금액 1등은 누구?’ 뿐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정치인 후원금이 공개될 때 마다 보도한 내용은 ‘후원금 모금액 1등’이었다.

2005년 3월
<매일신문> ‘정치후원금’ 국회의원의 힘, 대구경북 박근혜, 주호영, 권오을, 임인배 순.
<영남일보> 박대표, 3억 3천만원 모금 ‘1위’

2007년 3월
<매일신문> 대구 주호영, 경북 권오을 1위
<영남일보> 한나라 풍족, 우리는 곤궁, 주호영, 권오을 전국 ‘공동 1위’

2009년 3월
<매일신문> 국회의원 후원금 ‘한나라 쏠림’, 박근혜 3억 6000만원 1위 올라
<영남일보> 역시 박근혜...3억 6183만원 1위

사진 위 : <매일><영남> 2005년 3월 / 아래 : <매일><영남> 2007년 3월
사진 위 : <매일><영남> 2005년 3월 / 아래 : <매일><영남> 2007년 3월

2004년 정치자금법이 개정취지는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개정 정치자금법 제1조)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의 인적사항 및 금액을 공개토록 했다. 하지만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는 것이 이 법안이 가진 가장 큰 취약점이었다. 매년 정치인 후원금이 공개될 때마다, 많은 언론들은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고액 후원자의 신분을 명확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완을 요청하고 있다.

고액후원자 신분공개를 강화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자금이 공천자금, 국회 상임위와 연관된 보험성 자금, 각종 비리해결을 위한 뒷거래 자금으로 유용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정치자금 공개의 목적과 큰 흐름과는 별개로 지역신문은 오로지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1위’가 누구인지가 최고의 관심사다. 하지만 영남권 다른 지역언론은 이 문제에 입체적으로 접근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보였다.

<부산일보>, <경남도민> 정치자금법 문제점 지적

<경남도민일보> 2009년 3월 30-31일자
<경남도민일보> 2009년 3월 30-31일자

<부산일보>는 2007년 3월 14일 <국회의원 고액 기부자 명단 살펴보니 : ‘공천 발목’ 기초의원, 눈도장용 후원금 여전>기사를 통해 부산, 울산, 경남 출신 국회의원이 거둬들인 ‘공천 보험용 후원금 내역’을 집중 보도했다. 이 기사가 어느 정도 지역사회 반향을 일으킨 것일까? <부산일보>는 다음날(15일) <기자일기 : ‘그깟 후원금 500만원’, 부적절한 이유>에서 “몇 명 의원들이 구청장, 지방의원들의 후원금을 일체 받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까지 보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4월에는 <탐사보도 : 공천, 학연, 지연… 얽히고 설킨 ‘그들만의 세상’>을 통해 부산, 울산, 경남지역 정치인 후원금 현황과 그들 간의 튼튼한 인맥구조를 3회에 걸쳐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한편 2009년 정치후원금을 분석한 <경남도민일보> 보도 또한 주목해볼 만하다. <경남도민일보>는 3월 30일, 31일 양일간 <기획시리즈 : 정치 후원금 보험금인가, 민주주의 발전의 씨앗인가?> 를 통해 경남지역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을 분석했고, <사설> 「정치 후원금 투명해지도록 보완해야」를 통해 “고액후원자 신분이 공개되지 않아 여러 가지 의혹”과 이를 제대로 밝힐 장치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2008년 대구경북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분석해보니...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 <2008년 대구경북 300만원 이상 고액기부자 현황>자료를 제공받았다. 이외 정치후원금의 문제점을 보도한 다른 신문에 언급된 대구경북 국회의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의 분석자료 등을 종합해봤더니,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 결과들을 찾을 수 있었다.

<시사저널> 2008년 8월호(981호)
<시사저널> 2008년 8월호(981호)


첫 번째, 대구 경북권 국회의원 후원금 전체 기부건수는 총 460건이다. 이 중 52.4%(234건)이 2008년 1월~4월에 집중되었다. 2008년 4월 9일 총선을 의식한 기부금이다.

두 번째, 전체 기부자 중 189건, 약 41%가 자신의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무직, 회사원, 직장인, 자영업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인적사항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사례와 그 내역을 분석한 자료를 모았다.

△ 이병석(한나라당, 경북 포항 북구)의원에게 ‘회사원’ 이름으로 500만원이 기부되었는데, 그는 노태기 삼성전자 고문이었다.
△ 주성영(동구 갑), 이한구(수성갑) 의원은 역시 ‘회사원’이름으로 각각 500만원씩 기부받았으며, 이는 김문기 강원저축은행장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직업과 주소란을 공란으로 비워둔 채 500만원을 기부한 사람이 2명이고, 이들의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은 주성영(동구갑), 이상득 (경북 포항남구울릉)이었다.

세 번째, 해당 상임위원회 사전 로비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부형태도 있었다. △ 기획재정위 최경환(한나라당 경산‧청도) 한국투자공사 감사 380만원, 효성그룹 500만원, △ 농수산식품위 한나라당 강석호(한나라당 경북영양영덕봉화울진) 한국농업CEO연합회 회장으로부터 500만원, △ 국토위 정희수 (한나라, 영천) 철재, 금속업체 대표로부터 각각 500만원 등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보험성’의혹을 일으키는 후원도 있었다. 이상득(경북 포항 남구울릉)의원에게는 조명구(무직)씨가 5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전 조폐공사 감사였고, 2008년 총선 때 서울 영등포 을 지역에 공천신청했다가 낙마한 인물이다. 2008년 4월 그가 후원금을 납부할 당시 한국전기안정공사 사장 공모에 후보를 신청해 둔 상태였다. 현재 공사 사장은 임인배 전 의원으로 확정되었다.

이외에도 박근혜(달성군)의원에게는 묘한 느낌의 기부금액이 있었다. 한국디지털대학 조백제 총장이 500만원 기부했지만, 실제 조 총장은 서울디지털대학 총장이다. 이 학교는 2006년 학내비리로 황인태 전 부총장이 교육부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그는 박 의원 특보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학은 최병렬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학이사로 있는 곳이어서, 이 후원금이 가진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해볼 수 있다.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당과 의원들의 후원회에 고액후원금을 납입한 사람들을 공개토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이 개정된 법의 취지에 맞게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개된 고액후원자들의 신원이 제대로 기재되었는지,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된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혹여 직무와 관련된 부도덕한 돈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후원금 모금 1위 누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두 신문이 계속 유사한 행보를 취한다면  대구경북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25]

글.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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