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중앙지 앞에 지역신문은 고사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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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중앙지 불공정 거래, 지역신문 체인화" / 영남 "공룡언론에 지역 아젠다 묻힐 것"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신문법 개정안에 따른 '지역신문 고사위기'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 신문은 각각 5월 20일자 사설과 칼럼을 통해 <지역신문 죽이는 신문법 개정안 철회하라>, <TV를 끄라던 신문이 방송을 만들겠다니...> 제목으로 신문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신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무늬뿐인 지역신문', '중앙의 들러리'로 지역언론이 전락할 수 있다며 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중앙지들 무가지.경품으로 시장 교란해도 법적 조치 못해"

<매일신문> 2009년 5월 20일자 사설
<매일신문> 2009년 5월 20일자 사설

매일신문은 20일자 사설에서 '신문법' 개정안의 2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독자권리 보호' 조항과 '불공정 거래 규제와 시장 투명성 강화' 조항의 삭제 문제다. 매일신문은 "(중앙지들이) 무가지와 경품 등을 제한 없이 살포, 지역신문시장을 교란하거나 독과점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법, 중앙지에 유리한 시장 만들겠다는 것"

또, 개정안이 '일간신문의 복수소유 규제'를 전면 삭제한데 대해서도 "중앙지가 지역의 작은 신문을 인수하거나 새로 창간해 지역신문을 체인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중앙의 논리와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번하는 무늬뿐인 지역신문이 마구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매일신문은 또, "한나라당은 공정 경쟁 또는 시장 논리로 신문법 개정안을 포장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앙지에 유리한 지역신문시장을 만들겠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영남일보도 20일자 <동대구로에서>를 통해 신문법 개정안 가운데 '신문.방송 겸영 허용' 부분을 꼬집었다.

"신방 겸영, 21세기 '땡전뉴스 날 수도"

<영남일보> 2009년 5월 20일자 '동대구로에서'
<영남일보> 2009년 5월 20일자 '동대구로에서'


백승운 주말섹션팀장은 이 글에서 보수적 중앙지들을 빗대 쓴소리를 냈다. "한켠에서는 TV를 끄라고 종용하면서, 한켠에서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에 쌍수를 찬성하고 나선다"고 비판했다. 실례로, 조선일보가 2년 전 벌였던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을 비롯해 '거실에서 TV리모컨을 치우자', 'TV를 꺼야한다'던 보수신문들의 논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역은 중앙 들러리로 전락"

또, 보수신문들의 이같은 '신방 겸영 허용' 논리에 대해, "결코 일과성의 문제가 아니다"며 "만일 보수신문들의 의도대로 신문이 방송을 만들게 되면 여론독점현상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20세기 '땡전뉴스'의 강력한 풍자가 21세기의 현실에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언론의 고사위기도 우려했다.

"시장경제에 내맡겨진 지방언론 역시 '공룡언론'의 막강한 파괴력에 고사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지역의 아젠다는 중앙의 아젠다에 매번 묻힐 것이고 지역은 말 그대로 중앙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은 뻔한 이치"라고 신문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신문법 개정안'은 △ 신문의 사회적 책임 조항 삭제 △ 신문과 방송 겸영 허용 △ 일간신문 복수소유 허용 △ 자료신고조항 및 독자권익조항 삭제 △ 신문관련 기관 통폐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는 지난 5월 6일 부산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지역을 돌며 공청회를 열고 있으며, 한나라당은 오는 6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인 반면 민주당과 민노.진보신당은 개정안 철회로 맞서고 있다.


(영남일보 5월 20일자 '동대구로에서' 전문)

TV를 끄라던 신문이 방송을 만들겠다니… 
[동대구로에서]  
"TV 보지말자" 캠페인 하던 신문이 방송겸영 하라니 어이없고 기 막힌다
 -  백승운 주말섹션 팀장  
 

부모 때리고 처제와 사귀고…TV, 가정을 파괴한다.(C일보 18일자 1면)

섬뜩한 헤드라인이다. 기사는 더 끔찍하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방에 가둬둔 채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지는 며느리. 유산 때문에 쓰러진 아버지를 수술하면서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아들. 그러면서 부연제목으로 방점을 찍는다. '저질사회 부추기는 TV'.

일견 맞는 말이다. TV프로그램의 '막장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신문이 주장하는 본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어이가 없다. 아니 기가 막힌다. 이 신문은 기사에서 'TV가 가정을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TV가 저질사회를 부추긴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요즘 이 신문이 전면에 내세우는 또 다른 주장은 180도 다르다. 한켠에서는 TV를 끄라고 종용하면서, 한켠에서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에 쌍수를 들고 찬성하고 나선다. TV를 경멸하고 TV를 끄라던 신문이 앞장서서 방송을 만들겠다는 논리다.

과거 행적은 혀를 찰 노릇이다. 이 신문은 2년 전 '거실을 서재로'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가족간 대화를 앗아가는 TV를 집안구석으로 물려놓자는 것이 주요내용이었다. 일명 '활자문화 부흥운동'이라고 스스로 추켜세우면서 말이다. 이후 TV는 신문이 애초 의도한 대로 안방구석에 매몰차게 내팽개쳐졌다. 그러던 신문이 이제와서 방송을 만들겠단다.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속내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디 이 신문뿐인가. 방송과 관련해, 얼마전까지만해도 대한민국의 보수신문들은 하나같이 비금비금했다. '거실에서 TV리모컨을 치우자'고 다그치는 신문이있는가 하면 'TV를 꺼야 한다'며 온갖 통계치를 갖다 붙이는 신문도 있다. 'TV를 끄면 수명이 우아하게 연장되고 건강보조식품이 필요 없다'는 달콤한 논리를 내세우는 신문도 있었다.

하지만 2009년. 상황은 완전히 딴판이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이들 신문은 하나같이 '허용' 일색이다. 논리는 간단해 보인다. 신문의 방송겸영,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신문이 밉다해서 한국만 녹슨 철조망을 계속 둘러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결코 일과성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칠 사안이다. 만일 보수신문들의 의도대로 신문이 방송을 만들게 되면, 여론독점현상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20세기 '땡전뉴스'의 강력한 풍자가 21세기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장경제에 내맡겨진 지방언론 역시 '공룡언론'의 막강한 파괴력에 고사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의 아젠다는 중앙의 아젠다에 매번 묻힐 것이고 지역은 말 그대로 중앙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은 뻔한 이치다.

그렇다면 보수신문들이 직접 방송을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물론 보수신문들은 여기에 대해서도 하나같이 '우리가 만들면 다르다'고 자신 있어 한다. 하지만 그들의 과거행적은 이마저 의심케 한다. 보수신문들이 운영하는 스포츠신문과 인터넷의 선정성이 그것을 증명한다. '돈이면 다된다'는 그들의 태생적 한계, 그것을 극복하고 얼마나 '성스러운 TV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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