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맑은 영혼은
강물처럼 온 누리에 넘쳐흘렀다
오월의 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를 이 세상에 피워 올렸다
...
오늘밤에도 부엉이바위 위로
밤하늘의 별들이 영롱하게 빛나는데
미워하지 않겠다
원망하지도 않겠다
그러나 그냥 그렇게 운명으로만 돌리기엔 너무 아쉬운 사랑
잊지는 않겠다 당신을"
- 김용락 시인. 추모시'영혼이 선한 목수' 중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대구추모제가 5월 28일 저녁 대구2.28공원에서 열렸다.
백발 어르신부터 하얀 교복 청소년, 아이 손 잡은 부모들까지 1,200여명이 도심 공원을 가득 메웠다.
"맑은 영혼 강물처럼..."
저녁 7시에 시작된 추모제는 고인을 기리는 추모묵념과 추모시 낭독, 추도사, 공연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원 빈자리를 찾기 힘들만큼 추모객은 계속 늘어났다. 분향소가 마련된 공원 잎구에는 100미터 이상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저녁 8시가 가까워오자 추모객들은 하나 둘 촛불을 켜기 시작했고 8시를 조금 넘겨 '촛불행진'이 시작됐다.
김용락 (민예총 대구지부장) 시인은 '추모시'에서 "맑은 영혼 강물처럼 온 누리에 넘쳐흘렀다"며 "민초들이 몸을 숨길 온전한 집 한채를 짓기 위해 우리 곁에 왔다가 그렇게 홀연히 간 것인지도 모른다"고 고인의 삶을 애도했다.
"양심을 실천한 파란만장한 일생..."
'추도사'를 읽어가던 강창덕.윤덕홍 공동추모위원장은 북받쳐오르는 슬픔에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어, "당신은 정의감과 양심을 실천했고, 민주화를 위해 군사독재의 총칼 앞에 맞섰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는 10.4공동선언을 이루었고 사람사는 세상,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평등사회를 위해 민중운동에 앞장섰다"면서 "당신은 7천만 백의민족이 염원하는 자주.민주.평화.통일독립국가 건설에 밑거름이 되실 뿐 아니라 승리의 그날이 올 때까지 슬기롭고 거룩한 수호신이 되어달라"고 했다.
강 고문은 추도사를 마치며 '어이 어이 어이'라고 울먹이며 고인의 영정 앞에 절을 올려 추모제를 숙연하게 했다.
"살아있는 권력이 물고 뜯고 찢어..."
참여정부 때 교육부총리를 지낸 윤덕홍(민주당 최고위원)씨는 현 정부와 언론에 분노를 터뜨렸다.
윤 전 부총리는 추도사에서 "살아있는 권력이 그를 질시하여 일부 언론과 사정기관을 동원하여 서민 대통령을 하이에나 무리처럼 물고 뜯고 찢어 발겼다"고 비난했다.
이어, "모멸과 모독으로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도 그는 우리 서민, 민주진영, 야심세력이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했다"면서 "혼자 고통스러워하다가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냐'는 한 말씀 만 남긴 채 새가 숲을 떠나듯 그날 새벽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추도사 내내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윤 전 부총리는 "서민의 친구, 바보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민주화, 통일, 균형발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노무현 정신으로 우리 가슴에 남았으며, 그 노무현 정신은 이제 우리가 가야할 길이 되었다"고 맺었다.
대구추모제는 추모시와 추도사에 이어 프로젝트 밴드 '그리Go'의 연주와 퍼포먼스 공연을 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타를 치며 불렀던 '상록수'를 시민가수 최태식씨와 참가자들이 함께 불렀다. 그리고 고인의 영정과 만장을 앞세워 '촛불행진'에 나섰다. 촛불행진에 이어 '시민추모제'가 밤 11시까지 진행된다.
'대구시민추모위원회'는 강창덕.윤덕홍씨를 비롯해 정학(전 대구환경운동연합 대표), 박정우(6.15대경본부 상임대표), 무공스님(전 동화사 주지), 류연창(성결교회 원로목사), 노진철(대경민교협 의장)씨를 포함한 7명이 '추모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이 '상황실장'을, 오완호(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김성수(대구참여연대 운영위원장)씨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분향소'가 마련된 대구2.28공원에는 28일 오전까지 1만5천여명이 조문했다. 추모위위원회는 29일 오전 서울에서 영결식이 열리는 점을 감안해 분향소를 29일 오전이나 저녁에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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