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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인연의 의미를 생각하다
백승운 / "내 삶의 터닝포인트, 옷깃 인연이 아니었다"
2009년 12월 04일 (금) 18:13:49 평화뉴스 pnnews@pn.or.kr


12월. 인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섣부른 '옷깃 인연'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삶의 중요한 반전, 터닝포인터를 갖게 하는 인연은 언제나 가슴 떨리게 한다. 가장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때,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그런 인연은 어쩌면 행운이다.

필자에게는 '이제석'이라는 친구가 그런 인연이다. 이제석. 동네 간판쟁이에서 지금은 세계적인 아트디렉터가 된 소위 잘나가는 친구다. 누군가는 '백승운'에게 올해 최고의 파트너라고도 한다.

그와의 인연은 2008년 9월에 시작됐다. 당시 그의 광고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필자 역시 인터뷰를 요청했다. 뉴욕에 있다는 그가 고향 대구에 잠시 들렀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그때였다.

그와의 첫 만남은 지극히 형식적이었다. 단순히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광고는 예사롭지 않았다. 강렬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 '권총굴뚝'을 처음 봤을때는 섬뜩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야수의 괴성처럼 사나워 보였다. 으르렁 거리는 섬뜩한 질감, 총구에서 총알처럼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 보면 볼수록 소름끼쳤다. 당시 그의 인터뷰 기사 첫머리에서도 그의 광고에 대해 필자는 그렇게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세계적인 아트디렉터 이제석(34)씨와 그의 작품..."대기오염으로 한 해 6만명이 사망합니다"라는 카피의 이 광고는 '권총 굴뚝'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씨는 이 작품으로 세계 3대 광고제중 하나인 미국 뉴욕 '원쇼' 페스티벌에서 금메달(1위)을 받았다. / 사진. 영남일보 홈페이지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기자와 취재원의 형식적인 관계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옷깃 인연’이 아닌 서로에게 삶의 중요한 반전이 되는 그런 인연 말이다.

"형님, 뭐하십니까? 바쁘십니까?"
예고도 없이 걸려오는 ‘뉴욕발 새벽전화’는 처음엔 무척이나 낯설었다. 하지만 그의 '즐거운 유전자'를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틀지어 지는 것을 거부하는 '유목적 기질', 돈키호테처럼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그의 ‘저돌성’은 꽤나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자만심'과 '자신감'을 구분할 줄 아는 당당함이 귀해보였다. 통화때마다 그는 '이런 거 어때요?' '저런 건 어떻습니까?'를 연발한다. 그런 쉴새없는 제안이 어떨땐 황당하지만 말이다.

그는 사고뭉치다. 자신의 생각을 현실화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런 그와 올해 큰 사고 하나를 쳤다. 최근 평화뉴스에서도 기사가 됐던 공익광고 캠페인이 그것이다. 이 캠페인 역시 올해초 느닷없는 ‘뉴욕발 새벽전화’에서 시작됐다.

막무가내로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보고서 형식의 기획안도 보내왔다. 처음 그 기획안을 봤을때 꽤나 당황스러웠다. 과연 신문이 기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이걸 할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때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최근에는 그 덕분에 큰 상을 받기도 했다.

그것이 그의 힘이다. 어쩌면 그런 돈키호테형 기질이 그가 살아가는 존재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와의 인연이 필자에게는 꽤나 가슴 떨리는 일인 것은 틀림없다. 스치고 마는 ‘옷깃인연’이 아닌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그것이 무모해보일지라도 말이다.

"형님, 뭐하십니까? 바쁘십니까?"
뉴욕발 전화는 항상 느닷없다. 그와의 인연이 깊어갈수록 미묘한 운동성 같은 것을 느낀다.

   





[주말에세이]
백승운 / 영남일보 주말섹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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