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세상, 가난한 이들에게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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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종 / "뺨을 맞고도 화 한번 못내는 이주노동자들을 기억하며"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에 노래공연으로 땅과 자유의 윤동규님은 기타를 치며 "눈물겹지만 첫눈이다"를 노래하였다. 요즘 보기 드물게 워낙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몇 번이나 반복되는 가사를 불러 금방 익힐 수 있었는데, 알고보니 신경현님의 글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눈물겹지만 성탄절에 첫눈이 온다면 막걸리 한잔 합시다" 했더니 "뭐 내가 재주가 있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러니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세상이 눈물겹다는 것이다. 눈물겨운 세상에 첫눈이 내린다는 것이다. 첫눈이 내려 기쁜 마음은 있지만 눈물겨운 세상살이라고 한다.

하필이면 아기 예수께서 오신 날을 추운겨울로 정했는지 찬바람이 씽씽 불어대니 마음이 애절하다. 성경의 누가복음은 누가(공동체)교회가 고백한 예수를 말하고 있는데, 그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오신 분이시다. 누가 1장에서부터 가난한 이들에 대한 하나님의 역전의 사랑이 시작된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권세있는 자들을 내리치시고, 비천한 자들을 높이셨으며, 부자들을 공수로 보내셨다”고 노래한다. 아기예수는 여관에 방이 없어서 말구유에서 태어나고 가난한 목자들이 찾아온다. (마태복음에서는 동방박사들이 왕으로 태어나신 이를 찾아오고, 황금과 몰약과 유황을 예물로 드리고 절한다. ) 

공생애를 시작하시는 예수는 선지자의 글을 인용하여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하심이라"고 하신다.

급기야 예수는 노골적으로 말씀하신다.
"너희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들의 것이다. 너희 우는 사람은 복이 있다 너희들은 웃게 될 것이다. 너희 배고픈 사람은 복이 있다 너희가 배부를 것이다. 그러나 너희 부자들이여 너희에게는 화가 있다. 너희는 너희의 위로를 이미 받았다. 화 있을진저 너희 이제 배부른 자들이여 너희는 주리리로다. 화 있을진저 너희 이제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를 통하여, 부자는 세상에서 위로를 이미 다 받았으므로 이제는 지옥에서 고통을 당하지만, 거지 나사로는 세상에서 고통을 당하고 살았으므로 이제는 여기서 위로를 받는다고 하신다. 부자 관원에게 예수님은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고 나를 따르라고 하시며,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신다.

이런 말씀들은 누가공동체 교회에서 고백한 누가복음에서만 특별하게 볼 수 있는 말씀이다.
이 예수의 말씀은 아마 가난한 자들에게는 위로의 말씀이 될 것이고, 부자들에게는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에서는 이런 예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받아들이기 쉬운 마태복음서를 읽는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로 마음을 첨가시키고, 화가 선포된 부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는 삭제시킨 마태공동체 교회가 고백한 예수의 말씀을 읽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마태공동체의 고백이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옛날부터 여러 모습의 교회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신 예수를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러 오신 예수님은 오늘날 가난한 이웃들에게 무엇을 선물해주실까? 이 세상살이와는 완전히 거꾸로 만들어주시는 역전의 하나님 나라를 선포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기쁨이 될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하지 않는가? 그래서 이 예수님의 말씀을 계속해서 온 세상이 떠벌리고 다녀야겠다.

이번 성탄절에 우리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목사로서 "부자되세요!" 하고 저주를 내릴 수는 없다. 천국이 가난한 자들의 것이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다.

특별히 이번 성탄절에는 이 땅의 가난한 이주노동자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빰을 얻어맞고도 도리어 회사에서 짤리고 한국 사람은 칭찬을 받는 처지에 있다. 강제추방의 서슬 속에 이유 없는 시비거리에도 당하고만 있다. 1년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도 사장님에게 화 한번 내지 못하고 도리어 사장님이 고함을 지른다. 성탄절이라고 공장에서 휴일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고국의 가족들을 위해서 웃으며 열심히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눈물겨운 세상살이지만, 말구유에 누운 아기예수의 탄생 소식이 하늘에는 영광이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평화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기고]
박순종 / 목사. 대구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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