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변화, 정책과 대안으로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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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수성주민광장 대표 "진보 '분당' 가장 슬퍼...차이가 아닌 자기 내용이 있어야"


지난 해 여름 중국으로 떠난 이연재(수성주민광장 대표)씨가 잠시 대구에 들렀다. 대표를 맡고 있는 수성주민광장 총회(1.16) 때문이다. 그는 총회에서 다시 대표를 맡았고, 열흘 정도 일정을 마치고 21일쯤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의 명함에는 '산동대학 위해한국연구원 객좌(객원)연구원'이라 적혀 있었다. "심부름 해주는 수준"이라고 했다. 물론 임금은 없다.

"8월 초에 생각했고 중순에 결심했고 8월 말에 떠났다"고 한다. "좀 쉬고 싶었고, 한 걸음 떨어져 보고 싶었다"는 게 중국 연수의 이유다. 올 8월까지는 확실하게 돌아오지 않으며, 그 이후에는 "그때 가 봐서" 결정하겠다고 한다. "일자리도 알아보고는 있는데, 돈 떨어지면 오는 수밖에...".

이연재 대표는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위원장을 지냈으며 2006년 대구시장후보로 출마했다.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으로, 2008년에는 진보신당으로 각각 총선에 출마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해 진보신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 때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19%의 득표를 했으나 떨어졌다. 경북대 철학과 81학번으로,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진보정당에 몸 담았다.

'한 걸음 떨어져' 돌아본 그는 "진보정당(민노.진보신당)의 분당이 가장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그리고, "10년 전이나 똑같은 인물에 방식에..." 그 또한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 아닌가'라며 허허하게 웃었다. 17일 낮 대구의 한 식당에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정치 일선에 떨어져 있는 때문인지 여유가 느껴졌다.

이연재, 그는 자주 상념에 잠겼다. 진지하나 여유가 있었다. '선거', '분당' 얘기에는 깊은 시름에 잠긴듯 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연재, 그는 자주 상념에 잠겼다. 진지하나 여유가 있었다. '선거', '분당' 얘기에는 깊은 시름에 잠긴듯 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 왜 갑자기 떠났나?
= 몇년 전부터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 관성적이지 않은 지, 뻔한 행동양식에 젖은 건 아닌 지 생각했고, 그래서 좀 뒤돌아볼 여유를 갖고 싶었다. 바둑도 훈수가 잘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 중국으로 간 까닭은?
= 특별한 이유는 없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겠고, 한국과 가까운 중국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마침 중국 산동대학에 아는 교수님이 있어 방향을 잡게 됐다. 8월 초에 생각했고 중순에 결심했고 8월 말에 떠났다. 정말 번개불에 뭐 볶아먹듯 갔다. 주위에 인사도 잘 못했다.

- 말도 어려울테고, 뭘 먹고 어떻게 지내나?
= 하루 대부분을 중국어 공부에 보낸다. 다행히 쌀값은 싼 편이어서 지낼 만하다. 후원인 도움으로 그럭 저럭 먹고 산다. 서서히 일자리도 찾고 있는데, 돈 떨어지면 돌아오는 수밖에 더 있겠나. 산동대학에는 명함 만 걸쳐 놓고 있다. 연구소에서 심부름 하는 수준이다. 물론 임금은 없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힘들어했는데 그쪽 학교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내가 가족들에게 해준 게 워낙 없으니 혼자 가겠단 말은 너무 염치 없어 못했다. 그래서 수성구 황금동 집을 전세 놓고 중국에서 한달 25만원정도 월세로 산다.

- 곧 지방선거가 있다. 출마나 선거참여는?
=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이 없다. 올 8월까지는 확실하게 중국에 있고, 그 이후는 그때 가봐서 결정할 거다. 대구에 있다 해도 내가 뭐 할 게 있겠나. 지방선거 때 도울 일이 꼭 있다면 잠시 들러겠지만, 크게 도움 될 것 같지는 않다.

- 진보정당, 한 걸음 떨어져 뒤돌아보니 어떤가?
=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그야말로 청춘을 진보정당에서 보냈다. 그런 민노당과 진보정당의 분당이 가장 가슴 아프다. 분당의 이유, 대북문제나 당내 패권 문제가 있었으나 그것이 대중적 관심사는 분명 아니었다. 내부의 이유, 즉 우리의 관심사일 뿐, 대중정당의 분당 명분으로는 약했다. 그렇다고 회피할 문제는 아니었지만...나는 분당반대파에 서 있었는데, 결국 갈라졌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 얘기들이 많다.
= 언젠가는 통합돼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고 그냥 통합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민노당이나 진보신당 모두 새로운 개혁 강령을 만들고, 서로 더 변해야 한다. 정말 진보다운 진보로 거듭나야 한다. 올 지방선거 전 통합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나. 지금부터 통합을 논의해서 늦어도 2012총선 전에 통합하면 좋을 것 같다.

- 대구 시민사회와 야당들의 '선거연대' 논의도 있다.
= 물론 필요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막연한 연대가 아니라 연대의 목적과 정책이 분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구의 변화, 개혁적 변화를 제시하는 연대가 돼야 한다. 무슨 내용으로, 어떤 정책으로 대구를 바꿀 지 각 주체들이 내놔야 한다. 그리고, 대구시장 선거연대를 한다면 '인물'도 분명해야 한다. 큰 흠이 없고 리더쉽도 있어야 한다. 특히, 그 사람이 그동안 진보.개혁적 활동에 충실했는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선거 이후에도 대구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선거 때만 등장하는 '선거용 후보'는 안된다.

- 진보.운동.대구의 변화...문제는 뭘까?
=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아 안타깝다. 사람이나 방식이 똑같다. 그게 문제다. 나도 그기에 한 몫했고 지금도 그렇지 않나(웃음). 그리고, 진보의 내용이 없다.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자기 내용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선거연대?, 대구 야당들에게 물어보라. 대구를 어떤 정책으로 어떻게 바꿀 지...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런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연대가 가능하지 않겠나. 그래야 시민들에게 '연대'라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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