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립대, 예비졸업생의 마지막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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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취업률에 고민 두 배...토익.스펙 돼도 서류전형도 어려워..."추석이 두렵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방학을 끝내고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일제히 개강한 9월 1일.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4학년 2학기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기다. 기자도 4학년 2학기를 맞은 예비졸업생으로, 이번 학기에 9학점을 신청했다. 개강을 맞은 대구.경북지역 4년제 대학 예비졸업생들의 취업 실태와 분위기는 어떨까?

개강 첫 날의 빈 자리...

대구가톨릭대 4학년 2학기 전공수업 첫 시간. 어려운 취업난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학생들의 빈자리가 몇몇 보였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며 취업한 학생들을 확인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수강 정원 50명 중 5명이 취업했다. 2명은 서울.경기지역 홍보대행사에, 1명은 경북대 내 벤처게임회사에, 나머지 2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학생이 학과 게시판에서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한 학생이 학과 게시판에서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강의 시작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방학 동안의 이야기들을 나누던 모습도 잠시, 출석을 부른 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취업에 대한 불안감’와 ‘취업생에 대한 부러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모습이 보였다.

쉬는시간에도 "누구는 어디 취업했다더라", "누가 학과사무실에 취업계를 내러 왔더라", "누가 토익 몇 점을 받았더라" 등 취업에 관련 된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절반도 못 넘는 '정규직 취업률'

2009년 취업률 통계를 보면, 대구.경북지역 4년제 사립대의 순수취업률과 정규직 취업률이 각각 66.3%와 41.9%로 나타났다. 한해 졸업생 중 절반이 넘는 학생이 정규직으로 취업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구가톨릭대의 2009년 정규직 취업률은 27%에 그쳤으며 영남대와 대구대도 30%대에 불과했다.


개강 첫 날, 하루 동안 만난 지방 사립대 학생들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낮은 취업률로 인해 취업에 대해 매우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지방 사립대의 취업률이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

SBS는 논술에서, KBS는 서류에서..."지방대 출신이라 힘들 것"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Y군(26세.대구가톨릭대학교 4)은 "얼마 전 SBS와 KBS 공채에 PD 부문으로 지원했으나 SBS는 서류전형 통과 후 2차 논술전형에서, KBS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며 "또 다른 2군데 중견기업에도 원서를 냈으나 모두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Y군은 SBS와 KBS 지원당시 800점 중반대의 토익 고득점 자였다.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 마지막으로 친 토익점수는 900점을 넘었다. 또, 군 전역 후 서울의 한 프로덕션에서 1년간 조연출로 일한 경력과 조선일보 인턴기자 경력도 있었다. 단순 스펙만 놓고 본다면 그리 뒤처지지 않는 Y군이 왜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Y군은 "아무래도 내가 지방 사립대 출신이라 그런 것 같다"며 "최근 KBS의 지역할당제도마저 폐지돼 더욱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나운서가 꿈인 J군(26.대구가톨릭대 4)은 "한 지역 방송사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으나, 같은 방송사 아나운서들에게 '지방대 출신은 아무래도 힘들 것'이란 말을 많이 들어 걱정도 된다"며 "그러나 공인 어학점수도 높이고 계속해서 방송 경험도 쌓으며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준비해 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낮은 취업률의 이유에 대해 '지방 사립대 출신이기 때문' 이라는 생각을 대부분 갖고 있었다.

스펙 쌓기...휴학

지방 사립대 학생들의 또 다른 고민도 있었다. 바로 외국어 실력.
학교에서 만난 한 학생은 "토익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그나마 지원할 기회라도 많아 부럽다"며 "지방 사립대 학생들 중 상당수가 어학점수가 나오지 않아 지원기회조차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러한 취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선택한 학생들도 있었다. 휴학을 선택한 이유는 어학연수나 공인어학시험 준비, 자격증 취득 등 취업에 관련된 스펙을 쌓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학기 휴학을 선택한 B군(23세.금오공대 고분자공학과 4)은 "한달전 대전에 있는 중견기업에 지원서를 냈으나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어학점수와 회화능력 등 아직까지 취업을 위한 스펙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개강하기 직전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1년 동안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좀 더 하고, 전공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개강 첫 날에도 취업준비생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개강 첫 날에도 취업준비생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지방 사립대...추석이 두렵다"

개강 첫날 학교 인근 호프집에서 만난 한 후배는 기자에게 "추석명절 때 친척들 만날 생각 때문에 친척집에 가기가 두렵다"며 "수도권 4년제 대학에 다니거나 이미 취업에 성공한 사촌들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은연중에 비교되는 것 같아 속상하고 자존심 상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같은 자리에서 만난 다른 학생들도 이와 비슷한 고민을 대부분 갖고 있었다. 또 다른 후배는 "아직 4학년이기 때문에 이번 추석은 그럭저럭 넘길수 있으나, 내년 설과 추석때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면 정말 명절 때 마다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예비생들이 이렇게 다양한 취업고민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지막 학기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 재학 중인 K양(22.언론영상학과 4)은 "취업에 꼭 필요한 학점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학점관리에 신경을 써 평균학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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