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졸업..."백수 될까 두려워요"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 입력 2012.01.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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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 / 자리 맡으려 담요 덮고 줄서..."취업준비생, 그 이름만으로 외로운 시기"

 

▲  경북대학교 도서관 입구에서 공부를 하고 나오는 학생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  경북대학교 도서관 입구에서 공부를 하고 나오는 학생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김혜민(24.경북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씨는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공부를 하는 예비 졸업생이다. 방학 중이지만 두 달째 아침 일찍 도서관으로 와 밤 10시가 넘어야 집으로 간다. 혜민씨는 "졸업이 다가오자 늘어난 엄마의 잔소리가 버겁다"며 "집에 있는 것보다 차라리 공부하러 오는게 맘 편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졸업반인 김예지(24)씨와 김혜민(24)씨(왼쪽부터)는  이른 아침부터 공부를 하다 밤 10시쯤 집으로 향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졸업반인 김예지(24)씨와 김혜민(24)씨(왼쪽부터)는  이른 아침부터 공부를 하다 밤 10시쯤 집으로 향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토익, 공무원 시험, 입사 준비, 각 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졸업반 대학생. 이들 '취업준비생'들은 도서관에서 다가 올 상반기 공채시험과 공무원 시험, 주말 토익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졸업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6일 저녁 7시. 경북대학교 중앙 도서관 4개의 열람실에는 13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 관리소는 "며칠 전보다 300-400여명의 학생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명절 때 휴관해서 그 후에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한파가 몰아친 이날도 도서관 자리를 가득 채웠다.

3열람실은 취업을 준비하는 고학년이 많다.(2012.1.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3열람실은 취업을 준비하는 고학년이 많다.(2012.1.26)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1, 2층은 주로 1, 2학년들이, 3, 4층은 3, 4학년과 취업준비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윤성훈(29.무기재료공학 4학년)씨는 "졸업생에게 있어 취업은 절실함"이라며 "밖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고학년 취업준비생들의 암묵적인 의사"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도서관 4층 입구는 다른 층보다 조용하고 분위기도 무거웠다.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사람들의 숫자도 적었다.

▲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학생들이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담소를 나눈다.(2012.1.26)  / 사진.평화누스 김영화 수습기자
▲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학생들이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담소를 나눈다.(2012.1.26)  / 사진.평화누스 김영화 수습기자

복도에서 잠시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이모(24.화학과 4학년)씨는 취업을 위한 토익공부를 하고 있었다.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다는 이씨는 "꿈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조차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내 역량보다 토익점수, 어학연수 여부, 자격증들...왜 굳이 이걸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표현했다.

김성환(29)씨는 4개월째 스터실에서 취업공부를 하고 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김성환(29)씨는 4개월째 스터실에서 취업공부를 하고 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4층 스터디실. 3명의 학생들이 열띠게 토론을 하며 한창 공부를 하고 있었다. 4개월 동안 스터디실에서 공부를 했다는 김성환(29.경북대 무기재료공학 4학년)씨는 누구보다 올해 취업을 원하고 있었다. "1차 면접에서 처음 떨어졌을 때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1차 면접만 4번 떨어지니 취업에 대한 의욕이 사라졌다"며 "방황도 오래했다"고 얘기했다.

성환씨가 다시 취업준비를 하게 된 계기는 '두려움과 친구'였다. "솔직히 내가 백수가 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그럴 때 마다 스터디 그룹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힘을 줬다"고 말했다.

도서관 각 층 게시판마다 '취업, 토익, 어학 연수'와 관련된 게시물이 붙어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도서관 각 층 게시판마다 '취업, 토익, 어학 연수'와 관련된 게시물이 붙어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각 층 게시판에는 취업에 관한 전단지와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문구들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절실한 마음을 사로잡았다.

포스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던 이상봉(27.경북대 천문대기과학과 4학년)씨는 "오늘도 특별한 건 없네요"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기상청 공무원이 꿈이라는 상봉씨는 3월 시험을 위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상봉씨는 "마음 같아서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며 미뤄둔 꿈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러나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며 "취업 후 언젠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상봉(27)씨가 게시판을 유심히 보고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이상봉(27)씨가 게시판을 유심히 보고있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다른 대학교 학생들도 같은 마음으로 경북대 도서관을 찾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 대학생들의 마음은 절실함과 두려움에 있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집이 가까워 경북대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는 김지예(24.영남대 통계학과 4학년)씨는 "아직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선배들을 보면 맘이 좋지 않다"며 "임용시험을 3-4년 준비하는 선배들을 보면 내가 혹시 같은 길을 걸을까봐 두려울 때도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죽을 것 같아요"
김모(29.영남대 통계학과 졸업생)씨는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 아침밥도 못 먹은 채 도서관으로와 학식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쉴 새 없이 공부를 하는 그는 지금 생활을 한마디로 "죽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그는 비정규직 교사로 일한 경력까지 있지만 "'정규직에 한번이라도 도전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하던 일을 관뒀다"고 밝혔다. 그는 "취업준비생은 그 이름만으로 외로운 시기"라며 "올해 떨어진다면 다시는 못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이 아닌 학생들도 도서관을 찾았다. 학과를 밝힐 수 없다는 정기영(25.경북대 2학년)씨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기영씨는 "제대한지 7개월이 지나도록 내 꿈이 무엇인지 찾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영씨는 "4학년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 꿈과 목표 없이 등 떠밀려 벌써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더 답답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영씨는 토익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하고 싶어 도서관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일 좌석을 미리 예약하려 학생들은 담요를 덮어가며 줄을 섰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내일 좌석을 미리 예약하려 학생들은 담요를 덮어가며 줄을 섰다.(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밤 10시가 되자 막차를 타고 귀가해야 하는 학생들은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도서관 좌석에는 점점 빈자리가 늘어났다. 또 몇몇은 자정까지 공부하기 위해 입구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찬바람을 맞으며 잠을 쫓고 있었다.

10시 30분쯤 되자 도서관 입구에 10여명의 학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다음 날 스터디실을 사용하고, 좋은 좌석을 맡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쓰고 추위에 대비해 내일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자정이 다가와도 꺼질줄 모르는 도서관 불빛(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자정이 다가와도 꺼질줄 모르는 도서관 불빛(2012.1.2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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