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방글라데시, 추석 땐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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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할 일도 갈 곳도...올 추석에는 초대 받아 기뻐요"


"갈 곳이 있으나 너무 멀다"
추석 '민족 대이동'으로 텅 빈 대학교정. 외국인 유학생들은 어떨까?

방글라데시에서 온 '촘팍 안토니 퓨리피케이션'(24)씨.
촘팍씨는 "방글라데시까지 바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 태국이나 홍콩, 싱가폴에서 갈아타야 한다"며 "경유지에서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23시간이 꼬박 걸린다"고 말했다. 왕복 120만원이나 드는 비행기 값도 부담이다. 촘팍씨는 대구가톨릭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먼 거리 때문에 한국에 온 2년동안 지난 겨울방학 때 한번 고향을 다녀왔을 뿐이다.

기숙사 매점에서 식권판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촘팍 안토니 퓨리피케이션(24.방글라데시)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기숙사 매점에서 식권판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촘팍 안토니 퓨리피케이션(24.방글라데시)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촘팍씨는 "추석 연휴 때는 기숙사 식당도 문을 닫기 때문에 학교 밖에 나가 밥을 사먹거나 라면을 끓여먹을 수 밖에 없다"며  "우리 같은 외국인 유학생은 추석 때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기숙사도 텅 비고 교정도 텅 빈 추석 연휴. 그는 "명절 연휴동안 덜 외롭게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대학마다 추석을 앞두고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송편 빚기나 한복 나눠주기 같은 명절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추석 연휴 때는 아무 것도 없다.

맨킨 브나드(27)씨 역시 고향은 방글라데시. 그는 "명절 때마다 외국인 학생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명절을 체험하거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 온 지 3년이 됐지만 한국의 추석이나 설 풍습은 잘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올 추석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기숙사 매점 사장님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며 기뻐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유학온 맨킨 브나드(27.대구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3)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방글라데시에서 유학온 맨킨 브나드(27.대구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3)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외롭고 쓸쓸한 명절을 겪다 보니 '방콕'을 넘어 그들 만의 '명절 노하우'도 생겼다.

촘팍씨는 "작년에는 어떻게 보낼지 몰라 기숙사에만 있었지만, 올 추석에는 대구 도심에도 나가고 부산에 있는 한국인 친구 집에 초대받아 놀러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맨킨씨 역시 "그동안 기숙사에만 있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친구들과 쇼핑을 하거나 다른 도시에 놀러갈 생각"이라고 한다.

이들의 고향 방글라데시의 명절은 우리와 다르다고 한다. 그 곳에도 명절이 있지만, 민족별.지역별 명절이 달라 우리처럼 '민족 대이동'도 없고 학교 문도 닫지 않는다고 한다. 먼 곳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 우리 말도 서툴러 기숙사에서 '방콕'했지만, 올 추석에는 그나마 '초대받아' 갈 곳이 있어 좋아 보였다.

한편,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추석을 맞아 22일 오후 3시부터 대구 신명고등학교에서 '이주민과 함께하는 추석 축제'를 연다. 각 나라별 부스를 설치해 '아시아 민속문화 체험마당'을 마련하고 국가별 노래.장기자랑과 중국 기예단 공연, 사물놀이, 베트남 가수 공연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는다. 이 행사에는 베트남과 중국,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1,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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