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그들, 이주민의 남다른 명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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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다시 돌아갈" 이주노동자 / "천안함 이후 더 힘든" 새터민 청소년


"지난 8월에 무려 12명이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추석 지나면 더 많이 떠날 겁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박순종 목사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교회에서, 그것도 한 달에 12명이나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출입국 압박이 너무 심해서, 심적으로 힘들어 집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이번 추석이 지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떠날 것 같다"고 박 목사는 말했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을 맞아, 대구이주민선교센터는 올해도 '이주민과 함께하는 추석 행사'를 연다. 22일 오후 3시부터 대구 신명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추석 축제에는 베트남과 중국,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를 포함해  1,5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해 열린 '이주민과 함께하는 추석 축제'(2009.10.3)...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노래 실력을 뽐내고 있다 / 사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지난 해 열린 '이주민과 함께하는 추석 축제'(2009.10.3)...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노래 실력을 뽐내고 있다 / 사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2009 이주민과 함께하는 추석축제' 국가 대항 줄다리기...승부욕이 넘치는 바람에 다국적 팀을 만들어 안전하게(!)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 사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2009 이주민과 함께하는 추석축제' 국가 대항 줄다리기...승부욕이 넘치는 바람에 다국적 팀을 만들어 안전하게(!)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 사진.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선교센터는 각 나라별 부스를 설치해 '아시아 민속문화 체험마당'을 여는 한편, 국가별 노래.장기자랑과 중국 기예단 공연, 사물놀이, 베트남 가수 공연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 날은 이주민과 이주가정, 아기돌봄터, 새터민을 위한 '후원행사'도 겸해 열린다.

"심해지는 단속...이번 추석이 마지막 될 수도"

박순종 목사
박순종 목사
박 목사는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아리랑'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며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하고 기숙사에서 잠자고, 가끔 여유가 되면 자기들끼리 같이 밥 해먹는 게 전부"라고 이주노동자들의 팍팍한 일상을 전했다. 때문에 "추석 때 만큼이라도 푹 쉬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게 박 목사의 마음이다.

특히, "이번 추석 행사가 한국의 마지막이 될 사람도 많을 것"라며 "갈수록 심해지는 단속과 압박에 이날 하루 마음이라도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한반도 북쪽에서 '떠나온'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탈북자'에서 '북한이탈주민'으로, 요즘은 '새터민'이나 '북한이주민'으로 통칭이 바뀐 사람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도 많다. 비슷하나 어색한 남쪽의 학교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사춘기' 전후의 또 다른 '이주민'이다.

"천안함 이후 새터민 청소년도 더 힘들어"

정영철 간사
정영철 간사
대구KYC 정영철 간사는 "올해는 천안함 사고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새터민 청소년들의 적응도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 간사 역시 '새터민'으로, 21살 때인 지난 2004년 고향인 함경북도를 떠나 대구에 정착했다. 그는 대구KYC가 진행하는 새터민 정착 지원 프로그램(새터민 멘토링)의 멘티(멘토링에서 상담을 받는 사람)로 시작해 2008년부터 상근활동가 됐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새터민 상근활동가 1호'인 셈이다.


정 간사가 주로 하는 일은 '통일길라잡이' 사업으로, 새터민 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돕는 1:1 결연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으로 지역 새터민 청소년 40명가량이 형, 언니, 누나로 부르는 '멘토'와 인연을 맺었다.

대구KYC는 추석을 맞아, 이들 새터민 청소년을 위한 조촐한 만찬을 준비했다. 9월 16일 저녁 대구시 중구의 한 식당에서 '새터민 청소년과 함께하는 한가위'라는 프로그램을 갖고 명절 덕담을 나누며 책을 선물한다. 그동안 인연을 맺어 온 멘토와 멘티 20명가량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영철 간사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일본에 대한 '반일 감정'이 있듯이, 학교에서도 새터민 청소년에 대한 거리감 있다"며 "특히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새터민 청소년들이 더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그들에게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어 쓸쓸하고 우울한 한가위"라며 "떠나온 고향과 가족 생각이 남다른 새터민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료 / 대구KYC
자료 / 대구KYC

자료 / 대구KYC
자료 / 대구K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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