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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주민참여예산 조례' 실효성 논란
주민 참여할 위원회.협의회 '임의규정' 뿐 / 시민단체 "형식적 조례에 불과"
2011년 07월 14일 (목) 18:54:41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pnnews@pn.or.kr

 

대구시의회가 행안부의 표준조례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을 원안 그대로 가결해 '형식적 조례'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대구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4일 오전 제198회 임시회에서 '대구광역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례는 오는 17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날 회의에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형식적인 수준의 질의만 했으며, 찬반토론과 수정토론 없이 30여분 만에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 대구참여연대를 비롯한 대구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10여명은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정자치위원회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 의결 유보를 촉구했다 (2011.07.14)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편성 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오는 9월 이 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조례 제.개정을 권유해 대구시의회가 마련하게 됐다.

조례 핵심조항, 토론회.공청회.설명회 '임의조항'으로 규정, 실효성 의문

   
▲ 이윤원 의원
조례안을 발의한 이윤원(한나라당) 대구시의원은 "예산편성의 투명성 확보와 예산의 적절한 배분, 풀뿌리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이번 조례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례안에는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회와 공청회, 설명회를 개최하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위원회와 협의회, 연구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핵심 조항이 모두 '둘 수 있다'는 식의 임의조항으로 규정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3가지 표준조례안 가운데 강제력이 가장 낮은 모델과 같은 수준이다. 행정안전부는 예산편성을 위한 주민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위원회와 협의회, 연구회를 '둘 수 있다'는 식의 임의조항으로 규정한 1안과 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식의 의무조항으로 규정한 2안, 위원회와 협의회, 연구회, 분과위원회 구성을 의무조항으로 규정한 3안을 포함한 3가지 조례안 모델을 각 지자체에 제시했다.

게다가 대구시의 조례안에는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 3가지 모델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주민참여예산제는 시장의 예산편성권의 범위 내에서 운영하고, 시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울산시 '위원회', '협의회', '추진단' 의무 구성 / 대구시 "시행규칙 강화하겠다"

반면, 최근 울산광역시가 마련한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안'은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안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어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시의 조례안에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민위원회와 예산협의회, 예산추진단을 의무적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특히, 시민위원회의 효율적인 기능수행을 위해 예산편성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집약하는 활동을 담당하는 '분과위원회'를 두도록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광역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은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시행규칙에 주민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고, 언론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참여기회 보장 안 돼", "본회의 유보를" 

그러나 이 같은 대구시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에 대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대구지역 11개 시민사회단체는 "예산편성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기회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형식적인 조례안에 불과하다"며 "본회의에서 시의원들이 조례안을 유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예산편성과정의 주민 참여 기회보장과 집행부의 체계적 의무를 분명히 하기위해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에 ▶주민참여예산 시민위원회와 예산협의회 구성, ▶시민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분과위원회 구성, ▶예산학교 운영, ▶조례운영을 위한 비용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도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대구시의회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이 촉구해 온 여러 의견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반대토론 하나 없이 기존 대구시가 해 오던 수준과 다를 바 없는 형식적인 조례를 의결했다"며 "한 정당이 독점하는 의회, 의원들끼리 서로 봐주고 용인하면서 보수화되는 침묵의 카르텔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확인했다"고 규탄했다.

또 "시행규칙을 통해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제도가 되도록 하라는 주문도 하나마나한 이야기"라며 "조례가 형식적인데 시행규칙이 조례가 정하지 않은 주민참여 수준을 제대로 담아내리라 믿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 (왼쪽부터)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정책국장, 대구DPI 육성완 대표, 인권실천시민행동 박종하 사무국장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참여연대 강금수 정책국장은 "주민들이 예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하고, 의견을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는 게 주민참여예산제"라며 "재정토론회와 인터넷 설문조사를 비롯해 그동안 대구시가 해오던 수준에 불과한 이번 조례안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DPI 육성완 대표는 "주민들이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없는 조례를 어떻게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표준조례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유보시키고,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실천시민행동 박종하 사무국장은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시의회가 반대토론 하나 없이 부실한 조례를 통과시켰다"며 "대구시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도와주고 있는 '짬짜미' 시의회라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당 독재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다"며 "내년 총선과 대선, 그 뒤 지방선거를 통해 반드시 대구시의 1당 독재 카르텔을 깨트려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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