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 없이 고른 책은 다. 얕은 독서지만 올들어 아니 적어도 최근 년을 통틀어 최고의 독서라 할 만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내 안의 고정관념은 폭격을 맞은 듯 흔들렸고, 돌 깨지는 탄식이 연신 이어졌다. 책은 치밀한 근거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동원해 기존 사고의 전복을 유도한다. 그래서 어쨌냐고? 나는 위안을 얻었다. 나쁜 놈들이
나는 책이 좋다. 그냥 좋다. 특유의 종이 냄새도 좋고 기분이 좋거나 우울할 때도 책을 구매하면서 저마다의 글들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책은 내게 다양한 삶을 경험해 주기도 하고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때론 책이 주는 매력이 나를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개하고
나도 옳고 너도 옳고.- 「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을 읽고코로나19가 시작될 때는 이후 많은 것들이 변할 거라 여기저기서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보니 적응을 한 건지 익숙해진 건지 잘 모르겠더라. 그 전 만큼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피하고 싶은 자리에는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마스크로 표정을 가릴 수 있
말하는 돼지는 인격체일까? 정준민 / 『데이빗』(d몬 지음 | 푸른숲 펴냄 | 2021)작년 1학기 수업을 듣던 중, 문화 평론을 써 오라는 교수님의 과제에 “어떤 걸 써야지만 사
우리 관계는 순서 없이 귀한 것- 이 세상 모든 꼴찌들에게(프랭크 애시 저/ 김서정 역 그림책공작소 2015.06.30.)“LESS IS MORE”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이 1855년에 발표한 시 '안드레아 델 사르토(Andrea del Sarto)'에 처음 등장했다. 적을수록 더 많다는 이 역설적인 문장은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보면서 내내 떠올린 말은 ‘고군분투’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오히려 해괴해 보이기만 하는 행동을 하며 그녀는 혼자 싸우고 있었다. 비비탄 총과 알록달록한 장난감 플라스틱 칼을 들고. 그녀가 물리치는 것은 오직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끈적끈적하고 말랑말랑한 젤리피시들이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고군분투를 보며 나는 한참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 고미숙 저올해 초에 역술원에 가서 사주를 봤다. 지난 2년여 동안 일하는 거처를 3번이나 옮기게 되었고, 올 3월부터는 새롭게 대구노동세상 사무국장 일을 하기로 해서 신수를 보러 간 것이다. 대략의 사주풀이는 이렇다. 내 사주에 나타난 성격은 속으로 굉장히 깐깐하고 고집이 세
동행(同行)배진영 원고를 요청받고 속으로 거절해야지! 만 10번은 더 외쳤다.글재주 없는 나에게 공개적인 글쓰기란 너무나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하지만 편집장님의 강력한 한 마디.‘페이스북에 글 쓰듯이 하면 됩니더~’달콤한 말에 쏙 넘어갔다. 요즘 따라 계속 떠오른 책이 있었다.작년 겨울, 경주에 한 책방에서 만
이 책의 지은이는 형사부 검사생활을 오래 한 16년차 검사이고, 현재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부장 검사로 재직 중이다. 조국장관에 대한 탈탈이 수사가 진행되던 때에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사들이 수사와 관련한 격한 글들을 많이 올렸었다. 그런 시기에 지은이는 이프로스에 형사부에서 여러 사건을 처리하며 느낀 단상들을 글로 써서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
- 이경남 아기 엄마의 그 밤은 어땠을까 이경남『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싸울 때마다 투명
내가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고를 때 만족도를 보장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누구의 작품인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영화는 감독, 드라마는 작가, 책은 저자가 누구인지를 보고 고를 때가 많은데 사실 이 책의 저자인 박정훈 기자가 쓴 전작은 읽어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신간으로 나왔을대 주저 없이 선택해서 읽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직업이 직업
첫 장을 펼친 후 마지막 장을 닫을 때 까지 아슬아슬한 아픔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젊은 피의 몸뚱아리를 이리 짓밟고, 저리 굴리는 모습을 봅니다. 제목이 『내 고독은 찰나에 잊힌다』니요. 처절하게 홀로된, 외로움을 겪은 20년의 긴 세월을 어디 두고 눈 깜박할 새 잊힘을 상상합니다. ‘나비 나, 비가 될 것이다&rsqu
‘착하게 살자’라는 말, 막상 끄집어내기도 머쓱하고, 가만 듣고 있자면 딱하기조차 한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이 고리타분한 말이 문득 살갑게 들려올 때 새삼 울컥해진다. 『당신이 나의 백신입니다』(김동은)가 그렇다! 세상에 온갖 현란한 백 가지 신들 중에서 으뜸은 내 곁에 있는 바로 ‘당신’이란다. ‘사
어른이 되면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 장혜영 지음 | 장혜정 그림 | 우드스톡 | 2018년 07월 15일 출간 조민제 / 『어른이 되면』(장혜영 지음 | 장혜
대구시내의 한 중고서점을 둘러보던 중 괜찮은 상태의 책을 집어들었는데 그게 ‘전태일 평전’ 이었다. 특별히 추천을 받았거나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어서 고르게 된 책은 아니었다. 글자가 엄청나게 작고 많았고 사진도 별로 없었으며 죄다 흑백으로 된 전태일과 가족 그리고 동료들 사진 따위가 전부였다. 단지 괜찮은 상태에 저렴한 가격 그리고 전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참사가 발생한지 5주기가 된 날이다. 참사이후 반복되는 그날의 아픔, 그날도 304분의 영정 앞을 지켰다.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났지만 우린 아직도 그날의 진실을 다 알지 못하고 있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고, 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계속하였는지. 그날에 대해 우린
큰 아이가 학교를 갈 때쯤 공교육보단 대안교육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알아보는 중에 홈스쿨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때 만나게 된 책이 이다. 샬롯 메이슨(1842-1923년)은 영국의 교육가이면서 홈스쿨 운동의 창시자이다. ‘전국학부모교육연맹’을 만들고, 젊
나는 특수한 경험적 지식을 보편화하지 않았는가?----나의 특수한 경험적 지식을 보편화하지는 않았는가---존재와 관계, 나의 경험적 지식을 보편화하지 않았는가---[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 동양고전 입문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돌베개, 20041.「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누구나 한 번 쯤은
누구랑 제일 친해?누구랑 제일 잘 지내?누굴 제일 좋아해?당신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머릿속엔, 마음속엔 누가 떠오르나요?갑순이, 갑돌이, 철수, 영희, 제임스, 제니? 남친, 여친, 남편, 아내, 엄마, 아빠, 아들, 딸?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이 머리와 마음을 스치며 떠오르고 그 얼굴 위에 동그라미, 가위, 세모를 남기며 고르고 있죠?아님, 혹시...떠오르
몇 년전이었던가 서울에서 의사하는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었다.앞으로 까불지 말라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자와 함께 카톡 사진에는 의사 까운을 입은채 두손을 공손하게 앞으로 모으고 아주 겸손하면서도 어쩔줄 몰라하는 친구와 그 옆에서 친구와 어깨동무하고 호방하게 웃고 있는 이만수 감독이 있었다. 생뚱맞은 이만수 감독의 출현에 질투심을 느끼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