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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돼지는 인격체일까?
정준민 / 『데이빗』(d몬 지음 | 푸른숲 펴냄 | 2021)
2021년 09월 28일 (화) 17:06:00 평화뉴스 pnnews@pn.or.kr

작년 1학기 수업을 듣던 중, 문화 평론을 써 오라는 교수님의 과제에 “어떤 걸 써야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즐겨 보던 만화인 ‘데이빗’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전공이 정치외교학이다 보니, 고대로부터 내려온 정치철학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은 욕망을 억제하고 이성에 따라 살아가는 존재이다.”(칸트)와 같은, 종종 인간에 대한 명언을 내뱉은 학자들 또한 많이 접했기에 이 만화를 보는 순간 확 끌렸던 듯하다.

또한 지난 2014년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인격체로 규정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과는 다르지만, 인간에게 부여된 고유한 영역으로 알려진 ‘감정’, ‘성격’ 등의 인격성을 지닌 동물인 ‘비인간인격체’에게 인간의 권리를 일부 허용한다는 아르헨티나 법원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감정, 사회성, 도구 사용 등 인간에게만 부여된 줄 알았던 것들이 과학의 발전을 통해 동물 또한 그것을 부여받았음을 인간이 알게 되었고, 인간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게 되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만화는 “인간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데이빗’은 2020년 4월 22일 웹툰으로 처음 출시가 되었으며, 작가의 또 다른 웹툰인 ‘에리타’, ‘브랜든’과 함께 작가의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풀어낸 작품 중 하나이다.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정을 거쳐 2021년 3월 자로 만화책으로 출간되었다.

   
▲ 『데이빗』(d몬 지음 | 푸른숲 펴냄 | 2021)

시골 농장에서 태어난 돼지인 데이빗은 농장주 제임스의 아들인 조지의 생일 선물이 된다. 데이빗은 조지와 같은 방에서 친하게 지내며 인간의 언어를 배우고, 사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며,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인간만큼 혹은 그 이상의 지적 수준을 가지게 된다. 조지가 성인이 되고, 데이빗을 이용해 돈을 벌고 싶어 하였고, 그에게 “데이빗은 돼지가 아닌 나의 친구로 생각하며, 세상으로 나가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라고 회유했다. 하지만 데이빗은 말의 숨겨진 의미까지 파악할 수 있는 지적 수준까지 다다른 돼지였다. 더불어, 서커스단에 들어가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사람들의 유희를 위해 재롱이나 부리는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이 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른 돼지이기도 했다.

책을 이 부분까지 읽었다면, 데이빗이 불쌍하다는 연민의 감정에서, 또 그의 뛰어난 이성에 감탄해서라도 “모습은 달라도, 인간과 같은 사고를 지니면 인격체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독자들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인격체가 될 수 있나?”라는 혼란에 접어들 것인데, 다름 아닌 종(種, species)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한가에 대한 불쾌감 혹은 이질감일 수 있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뛰어난 존재이지만, 인간에게 멸시받고, 천대받는 데이빗은 공연을 하던 중 캐서린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 여성은 데이빗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조지에게서 분리를 시켜 데이빗에게 자유를 주려는 ‘인간’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잘해주는 이성을 만난 데이빗은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에 빠진 그의 꿈에는 캐서린과 데이빗이 부부가 되어 캐서린은 데이빗의 아이를 임신하고, 데이빗은 회사원이 되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캐서린에게 자신이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자 그녀는 ‘데이빗의 정신이 아닌 육체’ 때문에 고백을 거절하는, 본능적인 혐오감을 보여준다.

글을 읽으며, 필자가 던진 ‘인간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라는 화두를 살짝 바꿔 보고 싶었다. 인간의 잣대로 인격을 정의하는 일은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인간이 다른 생물을 하등한 존재로 보고 다른 존재를 평가하는 게 옳은 일일까? ‘비인간인격체’ 논쟁도 마찬가지이다. ‘인격’이라는 배타적인 개념 속에 인간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포함하려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간중심적인 개념이 아닌가. 인간이 그와 비슷한 지능 수준과 감정을 가진 존재에게만 인간 권리의 일부를 부여하려는 의도를 지울 수는 없다.

비인간인격체에 한정한 자연 방사 조치가 그 사례이다. 우리나라도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를 방사한 이력이 있고, 세계적으로도 유인원·코끼리·돌고래 등 비인간인격체에 한정하여 동물원에 갇혀 있는 그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의 권리 신장의 문제는 부차적 문제가 되었다. 인간의 특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인간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종이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동등한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과 완전히 다른 동물은 인간이 부여한 생명에 대한 계급적 차등 질서로 인한 피해를 그 어떤 개선의 움직임도 없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다른 대상에게 인간의 기준을 씌울 필요는 없다. 그러한 행위가 오히려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예시가 될 것이다. 데이빗도 마찬가지이다. 데이빗이 인간과 동등한 지적 수준을 가진다고 해도 인간이냐 아니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각자는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인간이 맞냐 아니냐로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 나와 다른 존재임을 알고, 조화를 이뤄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글의 내용과 별개로, 데이빗이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 필자 개인에게 인상 깊게 작용했기에 그 발언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인생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것,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어야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야"

   







[책 속의 길] 178
정준민 / 대학생.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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