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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결의 힘...그저,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주연아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펴냄 | 2021)
2021년 10월 13일 (수) 13:50:06 평화뉴스 pnnews@pn.or.kr

 나는 책이 좋다. 그냥 좋다. 특유의 종이 냄새도 좋고 기분이 좋거나 우울할 때도 책을 구매하면서 저마다의 글들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그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책은 내게 다양한 삶을 경험해 주기도 하고 내가 가보지 못한 세계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때론 책이 주는 매력이 나를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책 속에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다른 결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연결 될 수 밖에 없고, 작가가 최근 몇 년 동안, 몇 가지 연결의 경험을 기록하고 그것을 선함이라 믿고 자신과 닮았을 타인들과 글로 만나고 연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지금부터 책 제목처럼 근사한 내용으로 넘쳐나는 이야기 속으로 초대해 보려고 한다.

 사회복지사 보수교육을 통해 우연히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라는 책을 추천받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2020년 1월 나의 생일날 김민섭 작가의 강의를 집적 듣게 되었다. 이후 김민섭이라는 작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내 생의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은 벅찬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김민섭 작가는 2015년에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지.방.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펴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 '지방시'가 아니라 작가에게는 자신의 책의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단어이다. 작가는 결혼을 하고 대학에서 가르치고, 글을 쓰는 일을 하며 다른 일은 전혀 해 본 적이 없었고,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자 나름 절박한 심정으로 맥도날드 물류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어느 날 '왜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는가?'라는 물음표가 생겼고 대학 바깥에 더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깨닫고 대학에서 나왔다. 이후 대리운전을 하면서 바라본 사회의 모습을 토대로 ⌜대리사회⌟를 썼다.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 '나는 주체로 운전하지 않고 사회라는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운전' 했음을 알게 되었고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대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대답하는 고백록이었다.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

 이후 몇 권의 책에 이어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김민섭작가의 종합선물세트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앞의 출판된 책의 내용과 더불어 연결과 연대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중 '한 장의 항공권'이 만든 놀라운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5살까지 외국을 한 번도 다녀와 본 적이 없는 작가는 왕복 7만원으로 다녀올 수 있는 후쿠오카여행을 예약하지만 아이의 갑작스러운 수술로 여행을 포기하고 환불을 받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 된다. 항공사에서는 땡처리 항공권이라 취소 수수료가 비싸다고 했고 환불금은 터무니없이 18,000원이라고 했다. 작가는 아직 2주라는 시간이 남았고 이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상담원에게 따지고 책임자를 부르고 싶었지만......

 대학에 나오면서 다짐한게 하나 있다면, 나를 닮은 사람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분노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감싼 구조를 향해야 한다. 그러한 분노를 잘 간직해 두었다가 나와 닮은 사람들과 분노하면,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함께 말하면 우리 주변의 잘못된 제도와 문화를 조금씩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닮은 개인에게 분노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책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중에서)

 그래서 이 항공권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 ① 대한민국 남성 ② 그 사람 이름이 김민섭 ③ 김민섭씨 여권에 있는 영문 이름의 스펠링 띄어쓰기까지 완전히 같아야 한다, 라는 거의 불가능한 조건 속에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나 대신 여행을 다녀올, 나와 닮은 사람을 생각하며 열흘 정도 남은 시간 동안 페이스북에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라는 글을 올렸다. 그렇게 '93년생 김민섭씨'를 만나게 되었고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후쿠오카에서 머무를 숙소비 지원, 후쿠오카 버스 프리패스 양도, 와이파이 무료대여, 후쿠오카 여행과 팁을 나누어 주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김민섭씨의 여행을 돕고자 했다.

 여행출국을 며칠 앞두고 카카오에서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를 인상 깊게 보았다며 프로젝트 펀딩을 위한 소개글을 쓰게 되고,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여행업계에서 전설적인 일화가 되어 있다고 한다. 프로젝트의 상세한 이야기와 그 이후 따뜻한 연대의 이야기는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책을 통해 꼭 읽어보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래본다.

 후쿠오카 여행 항공권을 환불받느니 타인의 행복을 더 돕고자 시작한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타인을 돕고자 했고 타인의 처지에서 사유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서로의 닮음을 발견해 내는 것임을 알게 해 주었다. 누군가는 이것을 놀랍고 따뜻한 연대, 다정하고 정중한 연대라고 표현했다.

 후쿠오카로 떠나는 93년생 김민섭씨가 출국전에 한 질문은 "저어, 그런데 저를 왜 도와 주시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얼떨결에 "그저,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였다. 이어서, 93년생 김민섭씨는 다음에 03년생 김민섭씨를 찾아서 아무 이유 없이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김민섭 지음 | 창비교육 | 2021) / 사진. 주연아

 작가는 연대가 아닌 느슨한 연결의 방식을 떠올렸다. 이전의 연대가 눈에 보이는 굵은 밧줄로 각각을 단단히 묶는 것이 였다면 새로운 시대의 연결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끈으로 느슨히 이어져 있는 서로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평소에는 잘 모르더라도 누군가가 그 끈을 잡아당기면서 "저 여기에 있어요" 하고 말하면 우리는 그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그리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말하는 것이다. 당신이 잘 되면 좋겠다고. 그러면 나도 잘 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모두 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을 무렵 나는 일터에서 변화를 위한 혼자만의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기였었다. 그리고 혼자여서 두렵고, 외롭고, 불안했던 나의 복잡한 감정들이 김민섭 작가님의 연결과 연대의 힘 덕분에 '내가 시작한 일이 타인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 연결고리가 또 다른 타인에게 닿아 모두가 잘 되겠구나' 라고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일들이 우리가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본다.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곳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이 더 깊이 필요로 한다. 지금부터 나는 일상에 대한 물음표를 꾸준히 던지고 타인과 연결점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모두가 잘되기 위한 연대를 시작하려고 한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돕게 되었을 때 내게 '왜 저를 이렇게 도와주는 겁니까?'라고 묻는다면, 살며시 웃으면서 "그저,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보면서 우리는 언제든 연결된 그 느슨한 끈을 잡고 서로를 응원하다가 다시 만날 것이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책 속의 길] 180
주연아 /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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