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억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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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종 / 『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펴냄 | 2019)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참사가 발생한지 5주기가 된 날이다. 참사이후 반복되는 그날의 아픔, 그날도 304분의 영정 앞을 지켰다. 참사가 발생한지 5년이 지났지만 우린 아직도 그날의 진실을 다 알지 못하고 있다. 왜? 세월호가 침몰했고, 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계속하였는지. 그날에 대해 우린 아직 너무 모르고 있다.
 
그러나, 우린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고,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고 수없이 외치고 다짐하면서 참사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늘도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청와대 청원을 올린다.

역사는 기억투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모름과 망각을 강요당하면서 살아왔다. 가깝게는 80년 5월광주의 진실도, 8,90년대 민주화운동의 과정 중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철규열사, 이내창열사, 박창수열사등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진실을 밝히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투쟁하지만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은 결코 쉽게 그 진실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제는 역사의 진실을 찾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한다.
 
 
 
『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책에서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직후부터 미군정시기의 제주 4.3항쟁과 여순민중항쟁을 통하여 우리가 몰랐던, 모름과 망각을 강요받았던 현대사의 진실을 알아가는 투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지금 여기 여수에 지나간 옛이야기를 말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 여기 잊혀진 사실을 들추어내려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지금 여기 왜곡된 사건들을 바로잡기 위하여 소소한 사실들을 열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에는 분명 사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궁극적으로 해석의 체계입니다. 사실을 아무리 나열하여도 그것은 역사가 되지 않습니다. 역사는 사실의 숲속에 가려진 진실입니다.
그 진실은 나의 가슴속에, 그리고 여러분의 가슴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혈관속에서 맥박치고 있는 한이며, 분노며, 저주며, 회한이며, 울먹임이며, 통한이며, 벙어리냉가슴이며, 그리움이며, 올바른 세상을 살아야겠다는 몸부림이며, 양심의 명령이며, 정의로운 하늘의 외침입니다.“ (이하 중략. 책 P101~103)


대구에도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역사의 진실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온 민족해방투쟁의 정신과 해방이후 통일된 자주독립국가를 세우려는 민중들의 염원이 반영된 사회변혁운동인 '10월 인민항쟁'.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의의는 간데없고 지금껏 우리는 10월항쟁은 조선공산당의 사주에 의한 체제전복 폭동으로 기억하기를 강요받았다. 이로 인해 지난 73년간 진실과 아픔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제대로 숨조차 쉴 수없이 살아왔던 10월항쟁의 유가족들.
 
KBS대구, <기억, 마주서다> - 제4부 '시월, 봉인된 시간'(2019.1.6일) 방송 갈무리
KBS대구, <기억, 마주서다> - 제4부 '시월, 봉인된 시간'(2019.1.6일) 방송 갈무리
 
 
박정희 독재정권의 장기집권과 정권유지를 위해 민주주의와 조국의 통일을 위해 활동하던 8명의 민주주의 통일운동가를 사형확정 18시간만에 형을 집행하는 세계역사에 유래가 없는 사법살인이 자행된 '인혁당사건'. 인혁당 사건은 사실에 대한 철저한 왜곡과 진실을 감추려고 공판기록뿐만 아니라 유언까지 조작한 사건이다.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을 보도한 , 경향신문> 1974년 5월 27일자 1면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을 보도한 , 경향신문> 1974년 5월 27일자 1면
'인혁당 43주기 대구 추모제'(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인혁당 43주기 대구 추모제'(2018.4.9.칠곡현대공원) / 사진. 평화뉴스

왜? 우리의 현대사는 이렇게 철저하게 왜곡되고 진실이 감추어져 왔던 것일까?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말 온 민족이 8.15해방의 기쁨을 맞이했을까? 정말 해방은 기뻤는가? 역사는 이중주로 읽어야 한다. (중략), 나는 말한다, 해방은 슬펐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에게 해방은 슬펐다. 아니! ”슬펐다“는 고상한 말은 쓰지 말자! 그들은 "*됐다"는 좌절감속에서 신음케 되었던 것이다.(중략), 해방을 저주한 사람들! 해방을 슬퍼한 사람들! 해방 때문에 *됐고, 패가망신했다고 통곡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역사가 진정한 이민족의 역사였고, 해방 후 오늘까지 진행되어온 불행한 역사를 야기 시킨 주체세력이었다"(P.114)

우리의 현대사는 청산되지 못한 친일잔재세력과 한반도를 냉전이데올로기의 각축장으로 몰아간 미제국주의로 인해 왜곡되고 조작되고 감추어져 왔다.

지난 70여년 동안 우리를 짓눌렀던 친일반민족세력, 친미 사대주의 세력,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로 민중을 학살하고 독재권력을 유지해온 자들은 지금까지도 적폐청산에 반대하고, 분단과 반공의 이념으로 민족간의 대결을 획책하고, 기득권을 지키려 친일 사대매국 행위를 일삼는 집단으로 우리위에 군림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무지는 언제든 괴물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왜곡된 과거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가 너무 몰랐던 역사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야 할 것이다. 그 일은 역사에 대한 바른 정명(正名)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구10월폭동사건이 아닌 '10월민중항쟁'으로, 4.3사건이 아닌 '4.3민중항쟁'으로, 여순반란사건이 아닌 '여순민중항쟁'으로 역사의 정명과 명확한 진실규명은 항쟁의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더 이상 왜곡된 역사로 이익을 누리는 이들이 없도록 할 것이다.
 
 
 
 
 
 
 
 
[책 속의 길] 166
임성종 / 대구경북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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