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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이 두려워 떠나지 못하는 나에게
배진영 /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변종모 지음 | 꼼지락 펴냄 | 2020)
2021년 09월 01일 (수) 11:46:50 평화뉴스 pnnews@pn.or.kr

<책 속의 길> 원고를 요청받고 속으로 거절해야지! 만 10번은 더 외쳤다.
글재주 없는 나에게 공개적인 글쓰기란 너무나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집장님의 강력한 한 마디. ‘페이스북에 글 쓰듯이 하면 됩니더~’

달콤한 말에 쏙 넘어갔다.

요즘 따라 계속 떠오른 책이 있었다. 작년 겨울, 경주에 한 책방에서 만난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이다. 그때 이후로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묵혀뒀다가 원고도 쓸 겸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쿠폰을 쓸 겸 드디어 주문했다.

잘 하지 않는 낯선 분야의(?) 소비를 하면서까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함부로 사랑하지 못하고 수시로 떠나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이제는 답을 찾고 싶었다.

   
▲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변종모 지음 | 꼼지락 펴냄 | 2020)

주문한 책을 받자마자 내용의 시작과 끝을 확인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도 웬만하면 결말을 확인한 후에 보는 편인데, 책을 읽을 때도 처음과 끝을 확인하고 읽는 습관이 만들어진 것 같다. 안도감? 이라고 할까? 너무 극적으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고 잔잔하게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다.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의 맨 첫 장에는 작가가 칭하는 여행의 다른 말=경험이 나오고, 맨 마지막 장에는 작가가 여행하며 들어온 음악 50개가 나온다.

책을 읽기 전에 나름 기분을 내기 위해 50개의 곡을 꼬박 담았다.

본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질문하고 싶다.

“그대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의미로 정의될 수 있겠다.
우리가 보내는 삶 자체를 기나긴 여행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고,
책 속에도 나오는 것처럼 대륙을 오가는 것을 여행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여행은, 사랑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순간 속
차마 정리되지 못한 채 응어리로 남아 있는 어떠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공통되는 지점이 있다.
여행을 함께한 동반자,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과
새로운 시작을 하기도하고 언젠가는 헤어짐을 말하는 것이다.
평소 잘 밝히지 않는 이야기지만, 나는 헤어짐이 어렵다.
이성이든 동료든 가족이든 그 대상이 누가되었든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
왜 그럴까. 거슬러 올라가 보면, 5살 때 맞벌이 부모님으로 인하여
어린이집에 보내진 것이 첫 헤어짐의 순간이자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함께 있으면 마냥 좋은 사람과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그때의 충격이 깊었는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헤어짐이든 낯설고 어렵다.
중학생이 되어 서툰 첫 연애를 하며 떠나보낸 그이도,
가족보다 오랜 시간 함께한 고등학교 속 추억을 떠나보낼 때도.

계속되는 헤어짐에 꽤 큰 진통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행을 할 때 어떻게든 동반자를 찾는다.
혼자서는 왜인지 두렵고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남들은 홀로 잘만 다녀오는 여행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는지..

‘우리는 홀로 여행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길을 찾는 일. 길을 나아가는 일.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떠나온 곳을 잠시 그리워하는 일. 여행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다스리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몸의 여행이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대륙을 건너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이방 저 방 자유롭게 건너며 다스리는 일에 익숙해지면, 어디라도 두려워할 일이 없다.


홀로 여행이 두려운 이유가 어쩌면 나의 과거 속 헤어짐을 마음껏 그리워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아서,
토닥이며 다스리기엔 아직 약한 존재 같아서 망설이고 어려워했었나.

꽤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와 긴 여행을 떠나온 사람이다.
그때의 순간이, 우리가 너무 예뻤기에.
헤어짐을 나눈 그대가 미워지는 90의 순간에도
함께한 10의 순간이 미치도록
사무치고 순간과의 사랑에 다시금 빠질 때가 많다,

사랑하는 이와의 여행을 항상 꿈꾼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준비할 때면 언젠가 헤어짐이 있을 우리가
제대로 떠나기 위한 준비과정을 거치는 거에 대한 이유를 되물을 때가 많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다시 오지 못할 모든 것들이여, 지나간 것들이여. 이렇게 또 나를 태우는 일들이여. 이마저 아무렇지 않게 굳은 마음으로 무심히 창밖을 보며 손 흔드는 여유가 생길 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버스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할까? 하지만 아무리 멀리 돌고 돌아도 끝내, 그대가 원하는 그곳에 도착할 것을 안다. 언젠가는.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해야 할 한 가지가 떠올랐다.
여행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것보다
우선 내 안의 불안과 두려움부터 다스리자. 그것이 첫 번째로 내가 할 일이 될 것 같다.

그다음 떠날 때가 되면
그땐 옆에 동행하는 자가 누가 되었든 혼자가 되었든 상관없지 않을까.

책을 다 읽은 지금 나에게 묻는다.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헤어짐을 두려워하기보단 당장이라도 떠나자고, 보고 싶다고 용기 내서
말할 수 있는 것. 나의 힘으로 사랑을 채우는 것. 으로 정의해도 괜찮을까?

에필로그. 작가의 마지막 글
떠난 줄 모르게 떠났다가, 돌아온 줄도 모르게 나타나 당신의 일상을 힘껏 껴안길 바란다.
당신의 기쁨이나 슬픔 또는 사소한 모든 것들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오늘도 어느 먼 허공을 바라보며 서성이는 그대여, 떠나서 여행이 하는 말들을 들어보라.


TO. 헤어짐이 두려워 떠나지 못하는 나에게.
매일 같이 일상을 밟으며 보내오는 공간도
때론 너의 특별한 여행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이야기가 오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속에 사람, 순간에 너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려워도 미친 듯이 사랑에 푹 빠지는 날도 있으면 좋겠다.
사실 그들 속에서 결국은 나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적절한 때가 되어 홀로 여행을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헤어짐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생긴다는 용기로 예쁘게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랑을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TO. 同行人
우리 수시로 사랑하고 수시로 함께 떠나보자.
가지고 있는 모난 상처가 함께 하는 기나긴 여행을 통해서
치유가 되기도 하고 자극이 되면 좋겠다.
너무 뜨겁게 사랑하진 말자. 서로를 위해서. 하하
당신의 경험에 내가 들어가서 꽤 괜찮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나의 경험에 당신이 들어와서 꽤 괜찮은 사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지난겨울부터 꼬박 기다려온 가을이다.
지나간 순간들에 안녕을 말해볼 수 있는,
선선한 바람으로 많은 것들이 용서되는 날이다.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변종모 작가의 마지막 페이지 ‘여행과 함께한 노래들’처럼 나의 글과 함께할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한다.

<청춘(Feat.이상순)> 김동률 /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가을방학 / <길> 김윤아 / <눈맞춤> 나상현씨밴드 / <LAST DANCE> 빅뱅 / <시시콜콜한 이야기> 이소라 / <Proust(프루스트)> 안예은 / <그날의 우리는 오늘과 같을 수 있을까> 모브닝 / <여행가> 권진아 / <동행> 김동률

   







[책 속의 길] 174
배진영 / 청소년단체 '우물 밖 개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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