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맛을 포기한 검찰ㆍ언론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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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민간인 사찰 윗선 못밝혀 / 지역언론, '가톨릭 비리 의혹' 침묵


무한권력. 독점 언론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을 가리킨다. 독점언론은 진실이 독자에게 전달될 통로를 막음으로써 사회와 국가를 숨 막히게 한다.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당연히 밝혀 단죄해야 할 사건을 검찰 외에는 달리 기소할 장치가 없다는 것을 기화로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정의를 만화로 만든다.

'검찰은 없다' 비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증거를 인멸한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서울중앙지검특별수사팀)은 지난 13일 수사결과를 발표, 지원관실이 사회 각계각층 유력인사들을 사찰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지원관실을 지휘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윗선으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목하는 것으로 사건을 끝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이 박영준이라니? 대부분의 언론은 검찰의 수사의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검찰은 없다’고 비판했다. 박영준의 윗선은 이명박 대통령일 개연성이 높은데도 검찰수사가 박영준 수사에서 멈췄다고 대분의 언론은 보도했다(한겨레 6월 14일 1, 3면, 조선일보 6월 14일 1, 3면).

<조선일보> 2012년 6월 14일자 3면(종합)
<조선일보> 2012년 6월 14일자 3면(종합)
<한겨레> 2012년 6월 14일자 1면
<한겨레> 2012년 6월 14일자 1면

은폐의혹 수사 실패했나?

문제는 검찰의 불법사찰 은폐의혹 수사는 과연 실패한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언론보도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조선은 「누구를 위해 했겠나…모두가 한 사람을 쳐다본다」고 보도했다(3면). 이 기사를 보면 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뿐이다. 특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윗선 없다니…검찰은 없다」고 했다. ‘검찰이 없다’는 것이나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나 이미 현재의 검찰은 권력을 수사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현재의 검찰이 적용하는 정의와는 다른 정의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행간에 깔고 있다.

'기소권 독점'이 배경

검찰이 이 같은 행태를 연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검찰 외에는 달리 기소할 장치가 없다는 기소권 독점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기 때문이다.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은 기소권 독점은 정의를 구현하는 데 더 이상 상책이 아니란 점에 귀결한다. 그리고 검찰 스스로 그 길을 닦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권 독점과 비교되는 것으로 독점언론이 있다. 독점언론이 다루면 여론이 되고 안 다루면 휴지통 거리도 안 된다. 독점언론이 다루지 않으므로 독자대중은 그런 사실이 있는 줄도 모른다. 당연히 여론화 될 리가 없다.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이창영 매일신문사 사장이 가톨릭신문사 사장 시절 6억원을 횡령, 유용했다는 횡령 의혹 사건이 있다.

<한겨레> 2012년 6월 5일자 11면(사회)
<한겨레> 2012년 6월 5일자 11면(사회)

한겨레 '이창영 신부 6억 횡령의혹' 보도

매일신문은 이 사건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영남일보는 ‘동업 매일신문과 관련된 사건을 어떻게 보도할 수 있느냐’는 심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시 다루지 않았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당연히 대구지역사회에서 이창영 매일신문사상 횡령 유용 의혹 사건은 알려지지도 않고, 여론화될 수도 없다. ABC가 발표한 발행부수 실사 결과에 따르면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두 신문이 대구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의 절대치를 차지하고 있다(한국ABC협회 발표(2011.12) 유료부수, <매일> 105,136부 <영남> 45,038부). 매일과 영남이 지역신문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여론화되지 않는 구조는 바로 신문시장의 독점 때문이다. 신문시장의 독점은 바로 여론 독점을 가능하게 한다. 이 말은 여론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다른 표현이다.

매일신문사 이창영 사장 회삿돈 횡령 유용 의혹사건은 한겨레 보도(6월 5일 11면 사회,「소년소녀가장 성금까지…이창영 신부, 6억 횡령 의혹」, 6일 10면 사회, 「치과치료에 3650만원…전별금 3천만원도 받아」, 7일 11면 사회, 「‘6억 횡령 의심’ 신부/고해 대신 증거조작?」15일 14면 사회, 「“횡령한 돈 대구대교구에도 흘러갔다”」, 14면 사회, 「“성직자의 횡령․비리 경악/결자해지 외엔 대안없어”」)를 통해서 그나마 대구지역에 전파돼 진실은 숨길 수 없다는 명제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겨레> 2012년 6월 6일자 10면(사회)
<한겨레> 2012년 6월 6일자 10면(사회)
<한겨레> 2012년 6월 15일자 14면(사회)
<한겨레> 2012년 6월 15일자 14면(사회)
<한겨레> 2012년 6월 15일자 14면(사회)
<한겨레> 2012년 6월 15일자 14면(사회)

이창영 신부의 횡령 유용 의혹 사건이 던지는 파장은 대구지역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매일신문이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 점과 함께 매일신문 스스로 보도의 성역을 설정해 놓은 사실로 모아진다. 이창영 신부 횡령 유용 의혹을 제기해 진실규명 작업을 하고 있는 김화수 변호사 발언, 인권연대 회견, 한겨레 보도 등은 이창영 신부가 가톨릭신문 사장 시절 횡령 유용한 의혹이 있는 문제의 돈이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에게도 흘러들어간 사실을 말하고 있는데 이 점이 바로 보도를  하지 않은 배경으로 보인다. 매일신문이 스스로 천주교에 대해 보도의 성역을 설정한 것은 승려들의 노름 등 불교계의 비리를 다뤘을 때의 보도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검찰․언론 '무한권력'...왜곡된 '정의․언론관'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언론들이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수사를 박영준 선에서 마무리해 윗선을 밝히지 않은 것이나 대구지역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매일신문이 천주교 대구대교구장과도 연관됐을 것으로 보이는 이창영 매일신문사 사장의 횡령 유용 의혹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것은 독점권력의 행태란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리고 이 두 사건은 선출되지 않은 두 무한 권력이 이 시대 권력이 어떤 행보를 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검찰의 권력 독점은 약자가 지켜야 하는 정의와 강자가 누리는 정의가 따로 있다는 왜곡된 정의관을 확산시킴으로써 스스로 검찰의 정의관을 왜곡시키고, 언론이 성역을 설정해 보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진실보도 원칙을 철저히 훼손함으로써 국민은 알 권리 외에 몰라야 할 의무도 있다는 왜곡된 언론관을 심어주는 심각한 폐해를 낳는다. 그리고 스스로도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짠 맛이기를 포기한 독점 권력, 그리고 그 성역은 버림받아 발에 밟힐 뿐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태복음 5장 13절)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87]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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