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거미줄 범벅...대구 '영남제일관', 문화유산 관리 엉망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09.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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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읍성 남문 '향토상징 관문', 문루에 새똥·거미줄·쓰레기·벌레 사체...목재 삐걱, 키오스크는 '먹통'
운영시간에 문닫은 관리사무소...관광객들 "불쾌" 눈살 / 수성구청 "청소 예정, 고장난 단말기는 철거"


하얗고 검은 새똥이 목재 기둥과 바닥을 뒤덮었다. 새똥에 범벅된 기둥마다 벌레 사체도 가득이다.  

목재 위 신문지를 깔아놓은 곳에도 새똥이 쌓였다. 조명에도 거미줄, 새똥, 벌레 사체가 잔뜩 붙었다. 

대구의 관문 수성구 향토문화유산 '영남제일관'(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의 관문 수성구 향토문화유산 '영남제일관'(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수성구와 동구를 잇는 길못에 세워진 영남제일관 비석(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수성구와 동구를 잇는 길못에 세워진 영남제일관 비석(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상의 얼이 담긴 향토상징 대구 관문', '수성구 향토문화유산'. 대구 영남제일관 모습이다. 대구시가 예산을 들여 복원하고 수성구청이 관광자원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지자체 방치 속에 훼손되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4시 대구 수성구 만촌동 팔현길 248 영남제일관. 단청과 기와, 기둥으로 이뤄진 2층짜리 문루에 오르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새똥이 모든 기둥과 바닥재를 뒤덮었고, 쓰레기에 거미줄, 벌레 사체까지 엉망이었다. 새 깃털과 각종 오물더미에 뒤덮인 문화유산의 모습이었다.

영남제일관 2층 문루 바닥 신문지 위에 새똥 범벅(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제일관 2층 문루 바닥 신문지 위에 새똥 범벅(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바닥 목재는 삐걱거리고 기둥 마다 새똥이 가득하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바닥 목재는 삐걱거리고 기둥 마다 새똥이 가득하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화재를 보호합시다' 소화기에도 새똥, 쓰레기가 있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화재를 보호합시다' 소화기에도 새똥, 쓰레기가 있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화재를 보호합시다'라고 적힌 소화기도 새똥에 누군가 구겨넣은 쓰레기, 거미줄로 뒤덮였다. 목재는 오래돼 움푹 패이고 삐걱댔다. 목재 사이 사이에 오물이 끼여 밑으로 꺼진 곳도 있었다.  

대구읍성의 모습을 재현한 대형 유리 모형 위에도 새똥과 날파리 사체가 한가득 붙었다. 영남제일관을 소개하는 단말기계 키오스크는 완전 먹통이 됐다. 바로 앞 대형 TV도 고장난 채 꺼져 있었다.

대구읍성 재현 모형 위에도 새똥과 죽은 날파리가 가득하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읍성 재현 모형 위에도 새똥과 죽은 날파리가 가득하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장난 채 완전히 꺼진 키오스크 위에도 새똥이 묻었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장난 채 완전히 꺼진 키오스크 위에도 새똥이 묻었다.(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11월 오후 6시까지 개방하지만 관리사무소는 운영시간에도 문을 닫았다. 사무소 앞 안내책자와 창틀에는 낙엽, 거미줄이 있다. 제일관 바로 앞 망우당공원 벤치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 사람이 앉을 수 없다. 제일관 안내글이 적힌 곳에도 잡초가 가득해 통행을 방해했다. 대구부수성비(대구시 유형문화제 제5호)·영영축성비(대구시 유형문화제 제4호)도 무성한 잡초로 인해 눈에 띄지 않았다.

영남제일관은 대구읍성 남문이다. 대구읍성은 1590년(선조23) 만들어졌다. 흙으로 쌓은 토성이지만 임진왜란 때 허물어져 1736년(영조12) 돌을 쌓아 석성을 만들었다. 대구읍성 동서남북 4개 정문은 1906년 일제강점기 때 모두 철거됐다. 대구시는 1980년 만촌동 금호강변 현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옛 모습을 참조해 1.5배 크게 중건해 현재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수성구청은 모명재길~영남제일관10.5km 구간을 트레킹코스 관광지로 조성했다. 망우당공원, 금호강생태공원, 만촌체육공원이 연결됐고, 팔공산 끝자락, 앞산, 대덕산도 보인다. 수성구청은 매년 수천만원을 들여 문화행사를 연다.

운영시간에도 문 잠긴 영남제일관 관리사무소(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운영시간에도 문 잠긴 영남제일관 관리사무소(2021.9.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예산을 들여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도 정작 관리는 엉망으로 하고 있었다. 이날 영남제일관을 찾은 관광객 임모(63)씨는 "악취가 나고 모양새도 너무 나쁘다. 불쾌감마저 느낀다"며 "우리 문화재를 지자체가 안일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관리 주체인 수성구청(구청장 김대권)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비둘기가 너무 많고, 8~9월 공공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구청 측 해명이다. 문화예술과 한 담당자는 "비둘기가 너무 많아 그렇다"며 "공공근로자를 채용해 조만간 외벽 청소를 진행하고 새똥도 긁어낼 것"이라고 했다. 또 "현장 사무소에 공익을 1명 배치했는데 그 때 왜 없었는지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키오스크 단말기는 고장이 잦아서 철거할 것"이라며 "매일 관리를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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