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이 결국 서울로 가게 됐다.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다른 지역도 아닌 국내에서 이미 가장 많은 문화 인프라가 쏠린 서울에 또 국립 미술관을 몰아준다는 지적이다. 특히 큰 기대를 걸었던 대구시와 부산시는 "대한민국은 서울 밖에 없는가", "서울공화국", "수도권 집중 병폐" 등 높은 수위의 비판을 쏟아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문화재·미술품 2만3천여점을 유족이 국가에 기증하면서 문체부는 위원회를 꾸려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통합 소장·관리를 위한 별도의 기증관(미술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결과다. 국내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위원장 김영나 서울대 미술사학과 명예교수·국립중앙박물관장)'는 논의 끝에 후보지를 선정해 문체부에 제안했다.
위원회는 "▲기증품의 역사·예술적 가치 의미 규명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박물관·미술관 새로운 체계 제시 ▲분야별 전문인력과 다양한 기관과의 연계 협력·교류 ▲문화 생태계 및 관광과 연관된 사업적 가치 창출·대한민국 문화 브랜드 가치 상승" 등 4가지를 입지 선정 기본 원칙으로 뒀다고 밝혔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문화 강국 브랜드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문체부 발표 후 비수도권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고인 고향, 삼성 모태를 내세운 대구시와 부산 북항 유치를 기원한 부산시 등 지자체 30여곳이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수도권 집중 고질적 병폐가 심화될 것"이라며 "비수도권 국민 마음을 짓밟은 폭거를 수용할 수 없다. 공정성·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결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SNS에 "대한민국은 서울 밖에 없습니까.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느냐. 공청회·토론회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지역 국민을 무시한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부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오수연)는 "일방적으로 후보지를 서울로 정했다. 평생 서울공화국"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 한 관계자는 "건립 부지가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게 아니라"면서 "관계 기관과 협의하고 위원회의 추가 논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의 기증품 일부가 지역 미술관 5곳에 별도 기증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구미술관 21점, 광주시립미술관 30점, 전남도립미술관 21점,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 18점, 제주 이중섭 미술관 12점 등 고인의 기증품 중 일부는 지역 미술관에 전달돼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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