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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폐현수막' 4년간 1백만장, 6천톤 탄소...도심의 '기후악당'
2019년~2022년 139만장, 연 평균 34만장
지구 둘레 4분의 1 독도 10배, 재활용 23%
태울 때 탄소 정화하려면 소나무 6억그루
'옥외광고물법' 개정, 정당 현수막 난립
민원 2배→33곳 '현수막 제로구역' 규제
2023년 08월 04일 (금) 07:31:53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movie@pn.or.kr

"텅 빈 나라 곳간 물려받았지만 꼭 필요한 곳에 쓰겠습니다" 국민의힘 임병헌 중남구 국회의원.

"윤석열 정부 어르신 일자리 6만개 축소 바로잡겠습니다" 최창희 전 민주당 중남구지역위원장.  

대구시청 인근 태평로. 칠성교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널 땐 '문재인 탓'. 시청 방면 횡단보도로 건널 때는 '윤석열 탓'. 같은 거리 전봇대, 가로수, 게시대에 걸린 현수막 7장이 서로 탓을 한다. 
 
   
▲ 국민의힘 의원의 현수막을 읽으며 길을 건너는 시민(2022.10.3.대구 중구 태평로)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태평로 횡단보도에 민주당 인사의 정부 규탄 현수막(2022.10.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대구역 인근 신세계백화점 사거리도 만만치 않다. 동구갑 국회의원에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전 동구청장, 전 동구의원. 우리공화당 초록색 현수막도 있다. 횡단보도 인근에만 12장이 걸렸다.

정치권뿐 아니라 지자체와 일반 기업, 학원, 시민들도 현수막을 걸었다. "대구자원봉사박람회 참여해주세요", "대구의료관광축제가 열립니다", "엑셀활용자격증반 모집" 틈새도 없이 빽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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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뒤덮은 현수막들. 지난 4년간 쓰레기로 버려진 대구 폐현수막은 100만장을 훌쩍 넘는다. 

선거철도 아닌데 최근에는 더 늘었다. 거리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현수막이 한가득이다. 정당 현수막 게시 법안 고삐가 풀리면서 현수막이 도심을 덮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앞 게시대에 설치된 국민의힘 정치인들 현수막(2023.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동대구역 인근 여야 정당 현수막과 지자체 현수막이 빽빽하게 설치됐다.(2023.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로,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범어네거리, 공평네거리. 인파가 몰리는 곳일수록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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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에 3일 확인한 결과, 대구 폐현수막은 지난 2019년 45만8,384장, 2020년 31만6,272장, 2021년 21만7,169장, 2022년 40만5,251장 발생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동시지방선거를 같은 해에 치르면서 폐현수막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5~6월 한 달간 수거한 폐현수막은 5만여장이다. 

139만7,076장. 대구에서 4년간 나온 폐현수막 양이다. 대구시는 지난 4월 합동점검에서 폐현수막 1만5,653장을 수거했다. 연 평균을 적용하면 올해도 폐현수막 34만여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올해 1~3월 기준 23.5%. 4장 중 1장만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소각한다.

썩지도 않고 불에 태우면 독성물질을 내뿜는 현수막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 
 
   
▲ 대구지역 폐현수막 발생 현황(2019년~2023년) / 자료 그래픽.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현수막은 평균 가로 10m 세로 1m다. 최근 4년 대구에서 나온 폐현수막을 120만장으로 어림잡고 한 줄로 연결하면 1만2,000km 지구 둘레(4만여km)의 4분 1에 해당한다. 대구 폐현수막(한장 면적 10㎡) 4년치 면적은 1.2㎢로 축구장(7,100㎡) 170개를 덮고, 독도(0.186㎢) 10배에 맞먹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엄청나다. 현수막 무게는 한장 당 평균 600g이다. 현수막 1장을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평균 6.28kg, 대구에서 폐현수막으로 4년간 내뿜은 이산화탄소는 6,000여톤이다. 
 
1톤(1000kg)의 이산화탄소를 없애는데 평균 소나무 8그루가 필요하다. 대구에서 4년간 폐현수막으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모두 6억여그루에 이르는 소나무가 필요하다. 

처리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폐현수막 소각비용은 1톤당 1만6,100원, 이를 기준으로 4년간 현수막을 태우는 데 세금 1,000여만원을 썼다. 민간이 운영하는 소각장에서 태우면 비용은 10배로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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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현수막은 도심의 새로운 '기후 악당'으로 떠오르고 있다.
 
   
▲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교차로에 다닥다닥 설치된 10여장 현수막(2023.1.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심 '현수막 몸살' 주범 중 하나는 정치권이다. 선거 기간에는 "탄소중립", "탄소제로"를 외치며 친환경 정책을 쏟아내더니 모순적이게도 여야 모두 본격적인 현수막 전쟁에 뛰어들었다. 

국회는 지난해 6월 정당 현수막을 아무 곳에 수량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김민철, 서영교 의원이 발의했다. 국민의힘도 찬성했다. 

개정 전에는 정당 현수막을 걸 경우 지자체 허가를 받아 지정 게시대에 보름간 설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서 정당 현수막을 자유롭게 설치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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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를 풀었더니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환경오염은 물론, 공해 수준으로 우후죽순 걸린 현수막 탓에 도시 미관을 해쳤다. 정치권의 원색적인 막말과 비난 등 인신공격성 현수막도 곳곳에 걸렸다. 

현수막이 걸린 가로등에 압력이 발생해 넘어지거나 시민이 현수막에 걸려 다치는 안전사고도 잇따랐다. 가게 간판을 가리거나 운전할 때 시야를 방해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중구 공평네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이호수(29)씨는 "시각 테러, 보는 것 자체가 고문"이라며 "덕지 덕지 현수막 때문에 가게 간판도 안보이고 꼴보기 싫다"고 말했다. 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상도(64)씨는 "아주 찢어버리고 싶다. 말도 안되는 내용들로 싸움이나 하고 아주 보기가 싫다"고 했다.   
 
   
▲ '정당 현수막 민원 현황' / 표.행안부 국회입법조사처 제출 자료

행정안전부에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출한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 현황(2023년 4월 21일 기준)을 보면, 개정안 시행 전인 지난해 9월에서 12월까지 17개 시.도 정당 현수막 민원 건수는 6,415건이다. 

개정안 시행 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민원은 1만4,197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구의 경우 시행 전 573건에서 시행 후 985건 2배 가량, 경북은 156건에서 672건으로 민원이 4배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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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는 대안을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은 폐현수막을 소각하면 온실가스와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현수막은 플라스틱 폴리에스터 원단에 코팅 처리한 합성섬유다. 재활용을 해도 실용성이 적다. 에코백, 마대자루로 일부 재활용하지만 비율도 적다. 

때문에 ▲"정치권부터 현수막을 생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꼭 필요할 경우에는 최소한으로 줄여서 제작하고, ▲친환경 소재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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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는 지난 5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노약자 보호구역, 버스정류장 등에는 정당 현수막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일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 '현수막 제로'...대구 중앙로역 사거리에 현수막이 철거됐다.(2023.8.2)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시장 홍준표)는 규제 자구책을 마련했다. '현수막 제로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대구 9개 구.군도 협조했다. 기존 15곳에서 33곳으로 확대했다. 대구 중구청은 지난 7월 31일부터 반월당네거리와 공평네거리 등 동성로 주요 교차로에서 현수막 제로구역을 시범 운영 중이다.  

현장 반응은 좋다. 지난 2일 오전 중앙로역 사거리 지정 게시대를 보면 모든 현수막이 철거됐다. 

게시대 앞 상인들이 가장 반겼다. "눈이 시원하다", "이제 시야가 뻥 뚫렸다"고 환영했다. 

정치권에서도 법안 재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허시영 대구시의원(국민의힘.달서구2)은 지난 7월 31일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고삐 풀린 현수막으로 시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난립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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