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부, 먼저 믿을 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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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옥(참언론)..."취수원, 대구 신문.방송 '중계식' 보도..부산일보 '물 분쟁' 돋보여"

 
"정녕 낙동강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정부와 지자체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라‘ 물 분쟁에 휩싸인 영남권에선 지금 '낙동강 포기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가 '남강댐 물 경남.부산 공급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대구시까지 낙동강 최상류로 취수지점을 옮기겠다고 선언하자 환경단체와 경남지역 지자체, 주민들이 "낙동강이 죽는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 부산일보 3월 16일 3면 -

지난 2월 20일 뜬금없이 ‘취수원 안동댐 이전, 합의’가 발표되더니, 3월 6일 ‘대구 새 취수원 선산’ 쪽으로 옮긴다는 보도에 이어, 18일 홍준표 원내대표가 대구를 방문 ‘추경 예산 때 취수원 이전 예비타당성 조사비용 25억 반영, 빠른 시간 내 이전 추진’등을 주장했다.

국가예산 8천억 이상 드는 거대한 사업이 손바닥 뒤집듯 며칠 만에 휘리릭 바뀌는 사실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 또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발표자료에만 의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영남권은 ‘물 전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식수원의 74%(111만톤)를 낙동강에 의존하는 대구, 94%(247만톤)를 의존하는 부산 등은 ‘대체 취수원’을 찾겠다는 여당 측 방침에 표정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체 취수원’정책은 ‘낙동강 포기’선언이라며 부산경남과 환경단체에서 반발하고 있고, 취수원 해당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국회의원들의 분노 또한 거세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권 언론은 너무 ‘평온’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김범일 대구시장 인터뷰 이외에는 더 이상 뉴스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산일보>에서는 3월 12일부터 <물분쟁! 상생 해법을 찾자>시리즈를 네 차례 편집, ‘취수원 이전’을 둘러싼 이슈를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구경북 현안을 <부산일보>를 통해 읽어야 하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다.

매일신문, "이전 대상지 벌써 세차례...아마추어 수준의 여당.대구시"

<매일신문> 3월 9일자 사설
<매일신문> 3월 9일자 사설

애초부터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정책이 일관성 없고, 정치권을 통한 일방적 추진에 회의적’이었던 <매일신문>은 이 사안과 관련, 한나라당 발표와 기자간담회 내용을 간단하게 보도하고 있을 뿐이다.

<매일신문>은 지난 17일 1면 <대구 취수원 이전 급물살 / 정부 타당성 조사비 25억 추경 반영>을 통해 18일 홍준표 원내대표의 대구방문 기자회견에서 논의될 내용을 요약했고, 19일에는 10면에 3단 크기로 <‘대구경북 애정공세’ 홍준표 달라졌네>를 통해 ‘취수원 이전’보다는 홍 원내대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다만 9일 <사설: 너무 쉽게 바뀌는 대구 취수점 이전지>에서 아마추어 수준인 여당과 대구시 지도부 태도에 일침을 가하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유역 주민들의 이해가 엇갈리고 많게는 조 2천억이나 든다는 거대사업이면 그에 걸맞은 기술적 전문적 진단부터 선행시키는 진중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왔다갔다 해서는 행정의 신뢰성만 해친다”  

영남일보, "대구시 야심찬 계획..김 시장 지방선거 호재"

<영남일보> 3월 19일자 3면
<영남일보> 3월 19일자 3면

한편 <영남일보>는 취수원 이전을 대구시의 야심찬 계획이라 칭찬하고, 이 사안을 대구의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벌써부터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까지 고려하고 있다.

<영남일보>는 지난 18일 홍준표 원내대표 기자회견을 19일 1면과 3면에 편집했다. 1면 머리기사로 <“대구 취수원 이전 전액 국비지원 검토”>와 3면 <대구의 숙원, 확실한 지원> 등을 통해 △ 올 추가 경정 예산에 연구용역비 25억 반영 △ 취수원 이전 지역으로 감천(김천) 합류지점이 효율적 등을 보도했다.

3면에는 ‘취수원 이전 기자회견의 의미’를 보도하면서 이 사안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김범일 시장 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해당 기사 중간제목은 「지자체장 선거 앞둔 김범일 시장에게도 물 문제 해결은 호재」로 편집하고 본문 중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김범일 시장으로서도 물 문제 해결은 내년 지방선거에 호재임에 틀림없다.  취임 4년차를 맡고 있지만,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유치를 제외하면 대중적 인기를 끌어올릴 결정적 치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주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방송 3사, 기자회견 중계 보도

(왼쪽부터) 대구KBS, 대구MBC, TBC 3월 18일 뉴스
(왼쪽부터) 대구KBS, 대구MBC, TBC 3월 18일 뉴스

한편 18일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방송 3사 뉴스도 중계하는 것 이상의 추가보도는 없었다.
18일 저녁 각 방송사 저녁 메인뉴스는 대구 KBS는 '구미선산 유력‘, 대구 MBC는 '취수원 이전 급물살‘, TBC는  '취수원 이전 국비지원’ 등으로 제시했다.

방송뉴스 어깨걸이(신문뉴스 제목과 유사한 효과)를 보면 이 사안에 대한 각 방송사의 시각이 나타나 있는데, 대구 KBS는 취수원 이전 지역, 대구 MBC는 사업추진 속도, TBC는 취수원 이전 예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부산일보, '물 분쟁' 시리즈 돋보여

식수문제에 있어서 낙동강 하구지역에 위치한 부산은 어떤 측면에서는 피해자이면서 또한 가하재이기도 하다. 즉 ‘대구의 취수원이전으로 낙동강관리를 포기하게 되면, 식수원의 94%(247만톤)를 낙동강에 의존하는 부산지역주민에게 치명타’가 될 뿐만 아니라, 대체 취수원으로 경남 남강댐 쪽을 타진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과 갈등또한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일보>는 부산을 방문한 한나라당 측 지도부의 발표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물분쟁! 상생 해법을 찾자!> 시리즈를 통해 남강댐 물 공급과 낙동강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상생 방법을 찾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부산일보> 3월 12일자 1면
<부산일보> 3월 12일자 1면

3월 12일 1면 <물분쟁! 상생 해법 찾자 | 오락가락 정부 먼저 믿을 水 있게!!>를 통해 ‘갈등의 진원지는 정부이며, 이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남강댐 갈등에 이어 대구시까지 취수원 이전을 선언한 가운데 ‘표심’을 노린 정치권까지 가세, 영남권은 지금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얽힌 ‘물 전쟁터’라며, 사전협의나 의견수렵없는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인해 주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일보> 3월 16일자 3면
<부산일보> 3월 16일자 3면

한편 이 시리즈는 12일 (1) 댐 수위 높이면 상류 ‘침수피해’ 하류 ‘방류수 피해’, 13일 (2) “남강댐 운영수위 4m 높여 치수 능력 개선” (3) 대체상수원 개발론 속 꼬리 문 낙동강 포기 논란 (4) ‘호남의 젖줄’ 영산강 교휸 | “남강댐 물 공급, 낙동강 살릴 대책 함께 추진해야” (5) “안전한 물 공급, 낙동강 오염 차단 양쪽 지혜 모아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전쟁’으로 어수선한 영남권, 정치권의 입에만 의존하는 대구경북권 언론보다, 이 문제를 상생으로 풀고자 하는 <부산일보>의 선택이 옳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23]
글. 허미옥(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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