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종편 특혜'와 부산일보 '편집권'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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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TBC '파업', <매일신문> '종편 홍보' / <부산일보> '정수재단' 논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한 두 가지 사태가 (예상대로) 발생했다. 하나는 부산일보의 정수재단(구 5.16장학재단)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 운동이다. 또 하나는 자본-권력-언론이 결합해 여론 다양성을 해침으로써 국민의 의식을 획일화하고 지방/특수방송을 고사시킬 것으로 누차 지적돼온 종합편성채널이 뚜껑을 연 것이다.

사측이 윤전기 세우고 사원들은 신문내고


부산일보가 지난 11월 30일 신문발행을 멈췄다.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노사갈등 때문이라고 여타 언론은 보도했다. 그런데 윤전기를 멈추게 한 것은 정수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부산일보 사측이었다. 그리고 12월 1일 윤전기는 돌아갔다. 사원들이 돌린 것이다. 통상적인 노사갈등 진행 코스와는 거꾸로 가는 양상인데 이미 노조위원장은 해고상태였고 편집국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대기발령 상태였다. 그런데도 신문은 발행됐다.

<부산일보> 2011년 11월 18일자 1면
<부산일보> 2011년 11월 18일자 1면

미디어오늘, 부산일보 등의 기사를 종합하면 부산일보 노사갈등은 편집권 독립을 위해 노사가 이미 합의한 사항을 부산일보 지분 100% 가지고 있는 정수재단(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관련이 있는)이 개입, 노사 간의 합의가 지켜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공정성 위해 정수재단 사회환원을”

부산일보 11월 18일자 1면(부산일보 노조,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 2면(총선・대선 앞두고 “언론 공정성 확립 필요”) 보도를 요약하면  ①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연관이 있는 정수장학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부산일보가 언론으로서의 독립·중립성을 갖출 수 있다, ②(그것을 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수재단을 사회에 반환하라(실질적 사회환원을 의미).

공정보도가 우선이냐 인사권이 우선이냐


부산일보 사태는 복잡한 것 같지만 오히려 단순하다.
부산일보에서는 지난 1988년 총파업 이후 노사협약에 「편집권독립」을 명문화, 편집권은 편집국장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행사해왔다. 그런데 정수재단이 선임한 사장은 위의 11월 18일자 부산일보 보도가 편집국장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징계(징계위 회부를 거쳐 결국 11월 30일 직위해제)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정보도-편집권독립이 인사권 아래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부산일보> 2011년 12월 1일자 2면(종합)
<부산일보> 2011년 12월 1일자 2면(종합)

사태 핵심에 ‘정수재단’

만일 인사권 아래에 있다고 한다면 노사가 협의해 편집권 독립을 명문화할 당시에는 인사권을 가진 주체가 정수재단-정수재단 선임 사장이 아니었느냐 하는 문제로 돌아간다. 그랬을 리는 전혀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인사권 운운하는 것은 결국 인사권을 고리로 편집권 독립이나 공정보도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 정수재단이 있다. 그렇게 추정할 수 있는 작은 단서-부산일보사태의 직접 도화선이 된 11월 18일자 기사를 부산일보가 지면보기 PDF로도 보지 못하도록 차단해버린 데서 찾을 수 있다. 종이신문이야 이왕 나갔더라도 몇 번이고 검색할 수 있는 디지털 지면은 차단하자는 의도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제목이 「부산일보노조,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였다는 것은 부산일보사측이 지키려 한 것/말하려는 것은 정수재단 사회환원 차단/반대였음을 역으로 말하는 것은 아닐까? 

「공정보도 지키기」-「박근혜 지키기」

또 하나의 문제는 부산일보 사측의 태도이다.
부산일보 사측은 11월 18일 보도와 연속선상의 보도(노조위원장의 해고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기사와 그에 따른 해설기사가 실린)가 11월 30일에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윤전기 가동을 중단시켰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부산일보 사태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홈페이지마저 폐쇄했다. 부산일보 11월 18일자와 11월 30일자 기사의 키워드는 사원 측의 「공정보도 지키기」와 정수재단 측의 「박근혜 지키기」의 충돌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부산일보사측, ‘우민화’ 전략


부산일보사태는 사측에 의한 결간-노조․기협의 사원 측에 의한 발행 사태로 정리된다. 여기서 당연히 관심을 끄는 것은 부산일보 사측의 태도. 정수재단-박근혜 괸련 기사를 신문발행을 막고 홈페이지도 폐쇄함으로써 노린 것은 독자-국민을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로 만들려는 「우민화」 전략이다. (이야 말로 ‘퇴행성’ 꼼수인데 SNS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려고 법을 만들겠다는 MB 정부의 태도/전략과 판박이이다.)

<부산일보> 2011년 12월 1일자 1면
<부산일보> 2011년 12월 1일자 1면

그러면 사원 측의 공정보도 지키기와 정수재단 측의 박근혜 지키기가 충돌했고 그에 따라 「부산일보 제2의 편집권 독립운동」(부산일보 12월 1일 1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부산일보사태를 대구의 양대 신문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어떻게 보도했나.

영남일보는 한 줄도 안 다뤄

먼저 영남일보는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공정보도-편집권 독립에 이 신문이 무심(無心)함을 무언중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 매일신문은 12월 1일 2면(종합)에 연합뉴스를 전재해 아웃라인을 다뤘다. 하지만 부산일보 사원들이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해명을 요구(부산일보 12월 1일 2면 「부산일보 사태 박근혜 의원이 해명해야」)한  핵심주체-박근혜-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매일신문> 2011년 12월 1일자 2면(종합)
<매일신문> 2011년 12월 1일자 2면(종합)

종편 저지 총파업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개국(중앙일보의 JTBC', 조선일보의 TV 조선, 동아일보의 채널A, 매일경제의 MBN이 1일 개국. 뉴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편성 방송. 각 종편의 채널은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일반 TV방송인 지상파(공중파)와 인접한 14번에서 20번 사이에 배치.)은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신문법 방송법, IPTV법) 날치기 통과의 결과물이 뚜껑을 연 것이다. 이에 따라 언론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갔고 대구에서는 대구MBC와 TBC 노조가 파업에 동참했다.

MB 정부-한나라당이 조중동에 종편까지 허용한 것은 그 동안 학계/전문가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대로 권력-언론-자본의 힘으로 여론다양성을 잠재우려는 것(여론독점)으로서 서울 중심/기득권층 중심 시각의 뉴스를 한층 탄탄히 하는 한편으로 직접 광고를 함으로써 지방 방송/특수방송의 재정적 고갈을 초래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대구MBC․TBC 적극 보도

막상 종편의 뚜껑이 열리자 대구MBC와 TBC는 한편으로는 언론노련의 총파업에 참여하고 한편으로는 관련 뉴스를 통해 왜 총파업을 해야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KBS대구는 외면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2011.12.1)
대구MBC 뉴스데스크(2011.12.1)

대구MBC는 종편 개국에 맞춰 1일 「종편 특혜 저지 총파업」 뉴스를 내보냈다. “신문과 방송을 함께 운영하지 못하게 한 법까지 날치기로 고쳐가며 탄생했는데, 각종 특혜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대구MBC, ‘의무재전송’ 등 특혜 지적

대구MBC의 보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특혜-「의무재전송」에 초점을 맞추고 “반드시 틀어야 하는 채널은 현재 KBS 1과 EBS 뿐인데, 민간 상업방송인 종편에게도 그 지위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②종편 채널 배치상의 특혜-“황금 채널로 불리는 15번에서 20번까지를 배정했다.”
③종편이 미칠 영향-“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 퇴색되고 저질상업방송이 난무할 우려도 크다.”

TBC, 조목조목 집중보도

TBC의 12월 1일 언론노조 총파업 관련 보도는 집중적이었고, 조목조목 총파업 이유, 종편의 실태, 대안을 짚었다.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12.1)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12.1)

“여론다양성․지역성 사라질 것”

◎「언론노조, 종편 특혜항의 총파업」
①총파업 이유-“정치권과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조중동 방송 즉 종편에 온갖 특혜를 몰아줘 지방 언론의 설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총파업을 단행.
②구체적 특혜/정부비판-조중동 방송 즉 종합편성채널사에 케이블과 위성방송 의무재전송, 중간 광고, 광고 직접 판매 등 온갖 특혜를 몰아준 정부를 규탄.
③부정적 전망-“언론계의 괴물, 조중동 방송 종편이 지역방송의 생존을 위협해 여론의 다양성과 지역성을 사라지게 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광고 유치를 위해 광고주와 결탁하게 되고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이 무뎌질 수 밖에 없”는 광고-보도의 유착 속성 지적.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12.1)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12.1)

“지상파 역할 하면서 광고직접 영업”

◎「총파업 “직접 영업 때문”」
①직접광고 특혜-특혜를 받고 출범한 종합편성채널들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까지 한다. 현행 지상파 광고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를 받아 방송사에 나눠주는 방식이어서 방송 제작과 광고를 분리해 지역과 종교 방송들도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하고 반면 종편은 “종합편성채널은 사실상 지상파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프로그램 제공자라는 이유로 광고 직접 영업을 주장하고 있다.”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12.1)
TBC 대구방송 프라임뉴스(2011.12.1)

◎「미디어렙법 3년째 표류」
대안-“광고판매대행법 즉, 미디어렙법 제정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여야 대립으로 3년째 표류하고 있다.”

대구MBC․TBC의 총파업 관련 보도는 종편이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채널을 주지만 또 조중동 방송인 점, 지방방송/종교방송에 미칠 부정적 영향, 여론다양성 저해, 각종 특혜의 구체적 내역을 강조한 점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종편=조중동 방송」의 모습을 비교적 충실하게 전달했다.

보도 용어 여전히 어려워
...한나라당 언론독점전략 안 다뤄

그러나 문제점도 있었다. 종편 관련 용어가 여전히 어려워 일반 시청자들에게 보도 메시지가 자세하게 전달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것을 위해서는 각종 그래픽은 물론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괴물 종편」을 쉽게 전달하는 노력도 필요했다.

둘째, 종편=MB정부․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날치기의 결과물임은 지적했지만 이명박 정부․한나라당의 자본을 앞세운 권력-언론 독점 전략은 다루지 않았다.

셋째, 종편이 대구와 같은 지방민, 지방의 장래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만큼 인터뷰 대상자로 전문가들 외에 대구․경북 지방민을 좀 더 등장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한편으로 지역 공중파TV가 일이 있을 때마다 등장시키지만 조중동방송=종편에 날개를 달아준 책임이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보도에서 눈을 씻고도 볼 수 없었다. 조중동방송=종편 개국에 대한 이들의 시각과 인터뷰를 통해 전달할 필요가 없었을까.

매일신문, 종편저지 총파업에 ‘찬물’


<매일신문> 2011년 12월 1일자 1면 / 20면(연예/오락)
<매일신문> 2011년 12월 1일자 1면 / 20면(연예/오락)

그런 가운데 지역의 영남일보․매일신문은 언론노조 총파업에 대해 조금의 관심도 지면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종편이 개국하던 1일 매일신문은 「매일신문 뉴스 TV로 오늘부터 채널A」(1면), 「채널A 다채로운 프로그램 ‘한 보따리’」로 채운 것은 매일신문이 이미 조중동과 한 배를 탄 기득권 신문임을 읽게 한 상징처럼 비쳤다. 종편 저지 총파업을 전개하는 지역방송에는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4대강-사업」부실공사 ‘전조’

한편 4대강 난개발-자연생태파괴-유역민 삶의 질 훼손이라는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온 「4대강-낙동강 사업」과 관련해 지역 세 공중파TV가 상주보 누수를 위시해 칠곡보 사석 유출, 강정고령보 강바닥 유출, 구미보 구조물 부실 시공 등과 관련해 잇따라 보도한 것은 속도전으로 강행한 「4대강-낙동강 사업」이 결국 부실공사였고 이로 인해 재앙의 전조로 시청자들에게 비쳤다.

그 동안 「4대강-낙동강 사업」과 관련해 세 채널 모두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소극적(대구MBC가 문제점을 의제화 하는데 비교적 적극적)이었고, TBC(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KBS대구와 대구MBC도 마찬가지지만)는 보 개방 행사를 중계방송하듯 해온 것과 비교해볼 때 상주보 누수 사태와 관련해서 제 채널 모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주목됐다.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63]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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