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4인 선거구' 10년째 무산..."일당독점의 탐욕"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2.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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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본회의에서 토론·질의 없이 가결 / 야당·시민단체 "중선거구제 취지 무색, 참담하다"


기초의원 '4인 선거구'가 배제된 조례안이 끝내 대구시의회를 통과했다.
 
대구시의회는 18일 본회의를 열고 '대구광역시 구·군의회의원 정수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토론과 질의, 반대의견 청취는 없었으며 33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조례안을 가결했다.

6.4지방선거 선거구는 모두 2·3인 선거구로 확정됐으며, 2인 선거구는 30곳에서 27곳으로 3곳이 줄고, 3인 선거구는 14곳에서 16곳으로 2곳이 늘었다. 2인에서 3인 선거구로 바뀐 곳은 '북구 다', '라', '바', '사'와 '달서구 아', 3인에서 2인 선거구로 변한 곳은 '북구 마'와 '달서구 라' 선거구다. 기초의원 정수는 116명(지역구 102명, 비례대표 14명)으로 종전과 같고 전체 선거구는 44곳에서 43곳으로 1곳이 준다. 선거구 1곳에 기초의원 4명을 뽑는 4인 선거구는 10년째 무산됐다.

조례안 가결을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재녕 의장(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조례안 가결을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재녕 의장(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당·통합진보당·정의당·노동당 대구시당과 대구참여연대, 체인지대구, 대구경북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조례안이 가결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에 참관한 야당·시민단체 인사 5명은 이재녕 의장이 조례안 가결을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려하자 "무효", "4인 선거구를 신설하라", "대구시의회는 4인 선거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시의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장내가 소란스러워져 대구시의원들이 참관석을 향해 잠깐 뒤돌아봤을 뿐 조례안은 3번의 의사봉 소리와 함께 그대로 통과됐다.

본회의에 참관 중이던 야당·시민단체 인사들이 조례안 가결 전 "4인 선거구를 도입하라"고 시의원들에게 소리치자 공무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본회의에 참관 중이던 야당·시민단체 인사들이 조례안 가결 전 "4인 선거구를 도입하라"고 시의원들에게 소리치자 공무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참관석을 쳐다보는 시의원들(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참관석을 쳐다보는 시의원들(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참여연대와 정의당 대구시당은 이날 오후 각각 논평을 내고 대구시의회를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새누리당 대구시의회의 끝없는 정치탐욕을 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반대토론도 없이 1분만에 의결하는 현장을 지켜본 심정은 참담하다"며 "대구 지방자치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했다.

특히 "국회가 기초선거구에 2~4명까지 선출하는 '중선구제'를 도입한 것은 소수정당과 정치신인들이 기초의회만이라도 진출해 일당독점의 폐해를 줄이고 생활정치에 한발짝 다가서자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일색 대구시의회는 이러한 법률 취지를 8년전, 4년전처럼 일거에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또 "단체장과 광역의회 90% 이상, 기초의회 86%를 장악한 대구 새누리당이 나머지도 독식하려는 것은 탐욕"이라며 "대구의 지방자치를 무덤으로 전락시킨 대구시의회를 규탄한다"고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지난 10년 동안 야당과 시민사회가 무수히 요구해 왔던 기초의원 4인 선거구 도입에 대해 대구시의원들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일사천리로 2·3인 선거구로 쪼갠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면서 "이는 대구시의원들이 시민들의 대의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오늘 대구시의회는 중선거구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 대구의 정치를 또 다시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김채원 체인지대구 사무국장은 조례안 통과 후 "10년 동안 같은 일이 반복돼 놀랍지도 않다"며 "다만 지방선거까지 앞으로 4년. 다시 4인 선거구 도입을 위해 기다리면서 새누리당 일당독점 구조 때문에 지방자치가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대구시의원들은 오늘의 결과를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했다. 

시의회 앞에서 '4인 선거구 도입'을 촉구하는 야당·시민단체(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의회 앞에서 '4인 선거구 도입'을 촉구하는 야당·시민단체(2014.2.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단체는 본회의에 앞서 이날 아침부터 대구시의회 앞에서 30분간 '기초선거구조례 4인 선거구 신설과 확대 촉구를 위한 시민행동'을 벌였다. '4인 선거구 신설·확대', '정치 다양성 말살하는 소선거구제 규탄한다'와 같은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10여명은 출근을 하는 시의원을 향해 피켓시위를 했다.

대구시는 오는 6.4지방선거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을 위해 지난해 언론·학계·법조계·시민사회 인사 등 11명으로 '대구광역시 자치구·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석달간 3차례 회의를 열어 최종 획정안을 대구시로 넘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11곳에 4인 선거구를 도입하기로 한 2차 획정안을 3차 회의 때 무기명 비밀투표로 뒤집어 2·3인 선거구로 쪼갠 3차 최종안을 대구시로 넘겼고, 해당 상임위원회인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17일 야당과 시민사회 반발에도 이를 가결시켰다.

현재 대구시장, 8개 구.군의 구청장과 군수는 전원 새누리당 소속이다. 대구시의원도 전체 33명 가운데 정당추천이 없는 교육의원 5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29명이 모두 새누리당이다. 뿐만 아니라 8개 구·군의회 기초의원 116명 중 야당과 무소속은 1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03명은 새누리당이다.

한편, 대구시의회는 지난 2010년 '4인 선거구' 12곳을 신설하는 획정안을 뒤집고 '4인 선거구' 12곳을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앞서, 2005년에도 '4인 선거구'가 시의회에 상정됐으나 반대의견 없이 5분만에 4인 선거구 11곳 전체를 2인 선거구로 바꾸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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