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초의원 '4인 선거구' 또 무산 위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2.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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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획정위, 11곳 모두 '2인 선거구'로 결정..."일당독점 심화, 대구시 개입" / 시 '개입' 부인


내년 6.4지방선거에 대구 기초의원 '4인 선거구' 도입이 또 다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선거구획정위가 4인 선거구 11곳 도입안을 뒤집고 모두 '2인 선거구'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일당독점이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획정위 의결과정에 "대구시 개입" 주장도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체인지대구, 민주당・통합진보당・정의당・노동당 대구시당을 포함한 10개 단체와 야당이 참여하는 '기초의회 4인선거구 실현 정치다양성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은 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광역시 자치구ㆍ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놓은 획정안에 대해 "정치적 다양성과 중선거구제 기본 취지를 훼손하는 기만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기만적 선거구 획정과 대구시 정치개입 규탄 기자회견'(2013.12.2.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만적 선거구 획정과 대구시 정치개입 규탄 기자회견'(2013.12.2.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시민행동은 이번 획정안에 대해 "정치신인과 시민단체, 소수정당 등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가로막는 행위"라며 ▶"대구지역의 새누리당 일당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선 4인 선거구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획정위 의결 과정에 "대구시가 정치개입을 하고 무기명 비밀투표를 강요했다"며 ▶"김범일 시장과 담당 공무원 사과", ▶"획정안 반려", ▶"획정위 재구성"을 촉구했다. 

앞서, 획정위는 지난달 29일 기초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는 3차 회의를 열었다. 4인 선거구 도입이 주요 회의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날 획정위 위원들은 지난 10월 29일 2차 회의에서 11개 지역에 4인 선거구를 도입하기로 했던 것을 무산시키고 11개 4인 선거구를 22개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안을 최종의결했다. 특히, 2차 회의 당시에는 거수 방식을 통해 6대 4로 4인 선거구안을 결정한 것과 달리, 3차 회의 때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획정안을 결정했다. 8명이 분할안에 찬성했고 1명이 반대했다.

획정위는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와 이재협 매일신문 정치부장, 정인수 KBS대구 보도국 편집부장을 포함해 언론・학계・법조계・시민사회 인사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 9월 대구시에 의해 임명됐다. 이들은 지난 3개월 동안 모두 3차례 회의를 열어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했다.

'대구시 자치구・군의원 선거구획정안' / 자료 제공. 대구시
'대구시 자치구・군의원 선거구획정안' / 자료 제공. 대구시

선거구 획정안을 보면, 내년 대구 전체 선거구는 현재 44곳에서 43곳으로 1곳이 줄고, 기초의원 정수는 116명(지역구 102명, 비례대표 14명)으로 종전과 같다. 2인 선거구는 30곳에서 27곳으로 3곳을 줄이고, 3인 선거구는 14곳에서 16곳으로 2곳 늘였다. 2차 회의 당시 동・남・수성구 각각 2곳, 북구・달성군 각각 1곳, 달서구 3곳 등 11곳에 두기로 했던 4인 선거구는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했다.

대구시 자치행정과는 이 획정안을 4일 김범일 시장에게 보고한 뒤 대구시의회로 넘길 예정이다. 시의회는  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획정안을 최종 의결한다. 대구시는 내년 1월쯤 획정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순 공동대표, 김사열 상임대표, 박인규 사무처장(2013.12.2.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영순 공동대표, 김사열 상임대표, 박인규 사무처장(2013.12.2.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획정위원으로 참여한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획정위는 2차 회의까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4인 선거구를 결정했지만, 3차 회의 전인 28일 대구시 공무원이 획정위원을 일일이 만나고 전화해 2인 선거구 분할을 강요했다"면서 "결과적으로 대구시가 정치개입을 해 획정위 결정을 뒤집었다. 선거 방식도 종전과 달리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해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새누리당 독점 구도가 고착된 대구에 4인 선거구는 어떤 지역보다 중요한 제도"라면서 "이번 선거구획정은 거대 독점정당과 대구시의 정치적 커넥션이다. 절차가 잘못됐으니 결과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사열(경북대 생명과학대 교수) 체인지대구 상임대표도 "일당독점 대구에서 4인 선거구는 필요한 제도"라며 "대구시는 개입에 사과하고 획정위는 다시 획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대구시 개입도 문제지만 제대로 획정안을 마련치 못한 위원들도 문제"라며 "절차에 하자가 있고, 중선거구제 취지에 위배되는 만큼 이번 획정안은 다시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황종길 대구시 자치행정과장은 "획정안은 아직 검토 중에 있고 미확정 상태"라며 "일부 단체의 일방적 기우"라고 했다. 또,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위원들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간 적은 있지만 한쪽 방향으로 설득하거나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면서 "통상적인 의견 수렴 활동으로 위법적인 상황은 없었다.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구시는 선거구에 대한 어떤 정치적 판단도 하지 않으며 획정위가 의결한 사안을 시의회에 넘길 뿐"이라며 "절차에도 결과에도 잘못된 것은 없다"고 했다.

현재 대구지역은 시장을 비롯한 8개 구청장과 군수가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대구시의원도 정당 소속 없는 교육의원을 제외한 29명 전체가 새누리당이다. 8개 구・군의회 기초의원 116명 가운데 야당은 1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03명 역시 새누리당 소속이다.

2차 회의 당시 '선거구획정안' / 자료 제공. 김영순 공동대표
2차 회의 당시 '선거구획정안' / 자료 제공. 김영순 공동대표

한편, 대구시의회 행자위는 지난 2010년 '4인 선거구' 12곳을 신설하는 획정위의 안을 뒤집고 '4인 선거구' 12곳을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앞서, 지난 2005년에도 '4인 선거구'가 시의회에 상정됐으나 제안설명과 반대 의견 청취 없이 5분만에 4인 선거구 11곳 전체를 2인 선거구로 바꾸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자회견문]

대구시선거구획정위원회의 기만적인 2인선거구획정과
대구시의 정치개입을 강력 규탄한다.

‘민주적 합의 없는 비밀투표 결정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대구시는 선거구획정 과정의 정치개입에 즉각 책임져라.’


대구시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지난 11월29일(금) 2014지방선거 구,군의원 선거구획정안을 결정했다. 두달여 넘게 민주적 합의를 통해 준비해온 4인 선거구안은 무기명 비밀투표의 횡포아래 내팽겨쳐 졌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정치는 고인 물 마냥 썩어 갈 수 밖에 없다. 2인이상 4인이하를 뽑도록 하고 있는 기초의회 중선거구제도는 그런점에서 지역 정치 발전을 위한 최소한이다. 거대양당이 독식하는 폐해를 막고 정치 신인, 시민단체, 소수정당등 다양한 정치세력의 지방의회 진출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이룬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되는 제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단 1곳의 4인선거구도 두지 않는 결정으로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무시해버렸다. 그것도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방식으로 책임조차 회피해 버렸다.

선거구 획정안을 결정함에 있어 무기명 비밀투표는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등 다양한 시민의 여론을 수렴해 중선거구제 취지를 실현해 가야할 선거구획정위원들이 결코 선택해선 안 될 행동이었다. 결국 획정위원회의 무기명 비밀투표 선택은 누구보다 그들 스스로가 이번 결정이 중선거구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결정임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며, 그 부분조차 책임지기 두려웠다는 반증일 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대구시의 관련 공무원이 획정안 결정 하루 전, 획정위원들을 개별로 만나 원활한 결정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해당 공무원의 이번 행위는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공정한 토론이 보장되어야 할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대구시가 부적절히 개입한 행위이며, 사실상 공무원의 정치개입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특히나 8개 구,군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8개 구,군단체장이 모두 새누리당의 독점 구도 상황에서 새누리당만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른 정치 세력인 민주당, 정의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내어놓은 2인선거구로의 수정안은 정치적 야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대구시와 거대 독점 정당과의 정치적 커넥션을 의심하게 만든 행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김범일대구시장이 직접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협조 요청이란 명목으로 획정위원들의 의사 결정에 개입한 해당 공무원을 엄중 조사,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중선거구제의 기본 취지에도 벗어나며 결정 과정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낸 선거구획정안도 무조건 반려해야 하며,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풀뿌리 지방자치실현’이라는 중선거구제 취지를 올바르게 되살려 3∼4인 선거구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논의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게 시장 스스로가 그 책임을 다할 것도 요구한다.

지방의회 개혁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시작이다.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짓밟은 이번 사건이 정치개혁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열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로 판단하고 대구 시민들의 힘을 모아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13년 12월2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대구참여연대, 시민단체연대회의, 체인지대구, 대경진보연대, 대구북구시민연대, 대구여성회, 대구경실련, 대구노동세상, 우리복지시민연합, 강북지역풀뿌리단체협의회, 노동당대구시당,민주당대구시당,통합진보당대구시당,정의당대구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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