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선거구' 무산 위기...대구시 '정치개입'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12.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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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시민단체 "획정위 압박, 진상조사" / 시 "개입 없었다" / 획정위원은 부담・무관 분분


내년 6.4지방선거에 대구 기초의원 '4인 선거구' 도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과 관련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대구시가 선거구획정위원에게 정치개입한 결과"라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개입은 없었다"고 반박했고, 일부 획정위원들은 '개입' 여부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체인지대구, 민주당・통합진보당・정의당・노동당 대구시당을 포함한 10개 단체와 야당이 참여하는 '기초의회 4인선거구 실현 정치다양성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은 4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대구광역시 자치구ㆍ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4인 선거구 11곳 도입안을 뒤집고 모두 '2인 선거구'로 결정한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대구시 공무원이 획정위원들을 만나 압박한 결과"라며 "명백한 정치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들은 ▶"김범일 시장의 사과", ▶"진상조사", ▶"제출된 선거구획정안 반려", ▶"획정안 재심의", ▶"획정위 재구성"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야당과 시민단체 인사 등 2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기자회견 후 홍승활 안전행정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 30분 가량 면담을 갖고 대구시의 '정치개입' 여부를 따져 물었다. 원래 김범일 시장에게 서한을 전달하기로 했으나 김 시장이 이를 거부해 홍 국장에게 대신 전달했다. 

'기초선거구획정 개입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2013.12.4.대구시청) / 사진.평화뉴스 / 김영화 기자
'기초선거구획정 개입 대구시 규탄 기자회견'(2013.12.4.대구시청) / 사진.평화뉴스 / 김영화 기자

특히, 면담에서 야당과 시민단체는 3차 회의를 앞둔 28일 "대구시 한 공무원이 획정위원들을 만나고 전화해 분할안에 동의해 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며 "2차 안이 뒤집힌 것은 대구시가 개입한 결과"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인규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획정위와 접촉해 특정결론을 유도한 것은 직권남용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시행령 제2조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보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획정위 사무를 단순처리하는 것에 국한돼 있다.

김철용 민주당 대구시당 대구달서병지역위원장은 "부탁한 것이 사실이라면 획정안을 재심사 해야 한다"고 했다. 송영우 통합진보당 대구시당 지방자치위원장은 "정치적 다양성과 중선거구제 취지를 훼손하는 결정을 무효화 해달라"고 했고, 이원준 정의당 대구시당 공동위원장은 "대구의 일당독점 체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인 4인 선거구가 2차 회의에서 잠정 도출됐다. 그런데, 공무원 만남 후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정치개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면, 홍승활 국장은 "개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8일 대구시 공무원이 획정위원들을 만난 것에 대해서는 "보고 받아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2차 획정위 회의 후 의견수렴 과정에서 8개 구ㆍ군청 가운데 6곳이 '4인 선거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을 언급하며 "수렴결과를 전하기 위해 위원들을 만났을 뿐 특정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통상적 의견전달 과정이었다. 때문에, 획정안을 재심사하거나 반려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에 전달할 항의서한을 든 야당과 시민단체(2013.12.4.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에 전달할 항의서한을 든 야당과 시민단체(2013.12.4.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와 관련해, 일부 획정위원들은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28일 만남을 '인정'하면서도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이 직접 찾아와 8개 구ㆍ군 의견수렴 결과를 전하고 4인 선거구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대구시의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압력을 받고 있다. 내일 회의에 협조를 잘 부탁한다'고 들었다"면서 "획정위에 참여한 후 단 한번도 공무원이 찾아온 적이 없었는데 직접 '협조'를 구했다. '압박'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0년에도 획정위원으로 활동했다. 

권기혜 변호사는 "28일 공무원이 찾아와 4인 선거구 도입에 대한 각 구.군청의 의견수렴 결과를 설명했다. 6대2로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이 결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느꼈다. 부담감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러나, 이런 만남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친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획정위원장 이명환 계명대 법학과 교수는 "찾아오긴 했지만 통상적 의견수렴 결과 전달 과정이라고 생각했다"며 "2차 안과 다른 내용이었지만 이 역시 위원들이 알아야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개입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압박을 가해 의견을 변경했다고 하는 것은 위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개입' 의혹을 부정했다. 박정호 변호사는 "다른 사람을 찾아갔는진 모르겠지만 나에겐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홍승활 안전행정국장과 면담 중이다(2013.12.4.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야당과 시민단체가 홍승활 안전행정국장과 면담 중이다(2013.12.4.대구시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획정위는 지난달 29일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 3차 회의를 열었다. 1개 선거구에 기초의원 4명을 뽑는 '4인 선거구' 도입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날 획정위 위원들은 지난 10월 29일 2차 회의에서 11개 지역에 4인 선거구를 도입하기로 한 것을 무산시키고 11개 4인 선거구를 22개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안을 최종의결했다. 특히, 2차 회의 당시에는 거수를 통해 6대 4로 4인 선거구안을 결정한 것과 달리, 3차 회의 때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획정안을 결정했다. 8명이 분할안에 찬성, 1명이 반대했다.

획정안을 보면, 내년 대구 전체 선거구는 현재 44곳에서 43곳으로 1곳이 줄고, 기초의원 정수는 116명(지역구 102명, 비례대표 14명)으로 종전과 같다. 2인 선거구는 30곳에서 27곳으로 3곳을 줄이고, 3인 선거구는 14곳에서 16곳으로 2곳 늘였다. 2차 회의 당시 동・남・수성구 각각 2곳, 북구・달성군 각각 1곳, 달서구 3곳 등 11곳에 두기로 했던 4인 선거구는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했다.

획정위는 이명환 계명대 법학과 교수, 김영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권기혜 변호사, 이재협 매일신문 정치부장, 정인수 KBS대구 보도국 편집부장, 고충열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을 포함해 언론・학계・법조계・시민사회 인사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9월 대구시에 의해 임명됐고 지난 3개월 동안 모두 3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어 최종 획정안을 대구시로 넘겼다. 앞으로 대구시는 시의회로 획정안을 넘길 예정이며 시의회는 해당 상임위 행정자치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의결한다. 대구시는 내년 1월 획정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구시장, 8개 구청장과 군수, 대구시의원 전체는 새누리당이다. 8개 구・군의회 기초의원 116명 가운데 야당과 무소속은 1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03명 역시 새누리당 소속이다. 한편, 대구시의회 행자위는 지난 2010년 '4인 선거구' 12곳을 신설하는 획정안을 뒤집고 '4인 선거구' 12곳을 '2인 선거구'로 분할하는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앞서, 지난 2005년에도 '4인 선거구'가 시의회에 상정됐으나 제안설명과 반대 의견 청취 없이 5분만에 4인 선거구 11곳 전체를 2인 선거구로 바꾸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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