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수 천억 내가 땄다" 대구 국회의원들 의정보고서..."과장 안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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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보고서에 서로 '2024년 국비 확보'
지역구 3천억 확보 주장 '홍석준·김상훈' 투탑
재탕 또는 겹치기, 총선 앞 민심잡으려 안간힘
시민단체·야당 "뻥튀기, 본업에 충실해야"
의원실 "축약하다보니...함께 노력·역할해"


"3,000억 국비 000이 해냈습니다"

한 해의 끝 12월이면 국회의원 300명은 각자 '의정보고서'를 낸다. 입법, 언론 인터뷰, 정책 추진 등 1년간의 의정 활동을 소개한다. 하지만 의정보고서의 핵심은 정책도 입법도 아닌 '돈'이다. 국가 사업과 국비(정부 예산)를 본인 지역구에 얼마나 유치하고 확보했는지 홍보에 열을 올린다.   

대구지역 12명(전원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의정보고서를 내고 있다. 각 의원실에 27일~28일 확인한 결과, 전통 방식의 책자 의정보고서를 비롯해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SNS)에 간단하게 올리는 카드뉴스, 문자, 보도자료 등 대구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서 형태는 다양하다.  
 

홍준표 대구시정 1년, 복지 평가 토론회'(2023.7.1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홍준표 대구시정 1년, 복지 평가 토론회'(2023.7.1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동구갑 류성걸 의원 2023년도 의정보고서 / 자료.류성걸 의원실
대구 동구갑 류성걸 의원 2023년도 의정보고서 / 자료.류성걸 의원실


다른 지역구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대구 의원들 역시 국가 사업과 국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까지 의정보고서를 발행하거나 국비와 특별교부세 확보 보도자료를 낸 의원은 6명이다. 

6명이 따낸 국비와 특별교부세를 합치면 1조에 육박한다. 

전체 8,302억4,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1,383억7,000만원 국비와 교부세를 따왔다. 대구 전체 국회의원 12명으로 바꿔 계산해보면 1조6,604억8,000만원이다. 2024년 정부 예산에 반영된 대구지역 국비 8조1,586억원의 20%에 이른다. 대구 전체 국비의 5분의 1을 국회의원들이 따온 게 된다. 

'3,441억원 국비 사업 확보(홍석준.대구 달서구갑)'
'3,146억원 확보했습니다.(김상훈.대구 서구)'
'991억원 중남구 주요사업 국비 확보 현황(임병헌.대구 중구·남구)'
'427억4,000만원 주요 국비예산 확보(김승수.대구 북구을)'
'269억원 국가예산 확보(이인선.대구 수성구을)'
'28억원 행안부 특별교부세 확보(김용판.대구 달서구병)'
 

대구 동구갑 류성걸 의원 2023년도 의정보고서 / 자료.류성걸 의원실
대구 동구갑 류성걸 의원 2023년도 의정보고서 / 자료.류성걸 의원실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의 2024년 서구지역 국비 확보 카드뉴스 / 사진.김상훈 의원실
대구 서구 김상훈 의원의 2024년 서구지역 국비 확보 카드뉴스 / 사진.김상훈 의원실


지역구 국비 유치 투탑은 3,000억대 홍석준, 김상훈 의원이다.

최다 국비 확보를 주장하는 홍석준 의원은 지난 21일 보도자료에서 "2024년도 주요 국비 사업 예산을 3,441억원 확보했다"고 밝혔다. 산단대개조와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에 841억원 반영, 대구산업선철도 건설에 2,419억, 디아크 보행교 40억원 등이다. 홍 의원은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끈길기게 설명하고 설득했다"며 "재정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상당수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위는 김상훈 의원이다. 김 의원은 카드뉴스를 통해 "대구 서구에 투자될 국비로 3,146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구산업선철도 건설 2,419억원, 대구권광역철도 건설 172억원, 노후산단 재생사업 206억원, 스마트 주차장 구축 213억 등이다. 김 의원은 "애써 확보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중남구 임병헌 의원은 의정보고서에서 국비 991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24년 국비는 309억원이다. 대구권광역철도 건설 172억원, 경북대학교병원 의료장비 도입사업 45억원, 경상감영지 복원·정비사업 53억원, 국립구국운동기념관 건립 연구용역 3억원 등이다. 2023년 국비는 682억원이다. 대구권광역철도건설사업 341억원 등이다. 2023년과 2024년 국비를 합친 게 991억원이다. 
 

임병헌 의원의 2024년과 2023년 국비 확보 의정보고서 / 자료.임병헌 의원실
임병헌 의원의 2024년과 2023년 국비 확보 의정보고서 / 자료.임병헌 의원실


북구을 김승수 의원은 2024년 주요 국비 예산을 427억4,000만원 확보했다는 카드뉴스를 냈다. 조야~동명 광역도로 건설 200억3,000만원, 금호강 하천환경 정비사업 130억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주차장 증축과 의료 장비구입 52억5,000만원 등이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를 직접 찾아가 추경호 장관 등을 만나 직접 설명하는 등 물밑작업을 통해 정부안에서 신규, 증액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의원도 최근 자신의 의정보고서를 지역 구민들에게 배포했다. 수성구 화랑공원 대구생활문화공감센터 개관, 황금어린이공원 재조성 등을 자신의 공이라고 밝혔다.  

재탕과 겹치기, 자화자찬 속에 사실 관계는 불분명하다. 

계속 사업을 재탕하고, 확보했다는 예산이 겹치는 일도 있다. 본인이 속한 상임위원회를 넘어선 다른 상임위 사업도 여럿건이다. 해당 지역구 1년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국책사업을 의원이 혼자 따낸 것처럼 전시하거나 홍보한다. 막대한 국비와 민간 자본이 드는 사업을 서로 자신들이 했냈다고 실적을 자랑한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실제 지역구 가구나 온라인, 휴대전화 문자, 현수막으로 정보를 유포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지역에서도 겹치기는 여전했다. 홍 의원과 김상훈 의원은 대구산업선철도 국비 2,419억원을 서로 따왔다고 했다. 대구권광역철도 172억원을 놓고 임병헌 의원과 김 의원이 서로 공을 내세웠다.  
 

임병헌 의원의 2024년과 2023년 국비 확보 의정보고서 / 자료.임병헌 의원실
임병헌 의원의 2024년과 2023년 국비 확보 의정보고서 / 자료.임병헌 의원실
대구 수성구을 이인선 국회의원 2024년도 국비 카드뉴스 / 자료.이인선 의원실
대구 수성구을 이인선 국회의원 2024년도 국비 카드뉴스 / 자료.이인선 의원실


"축약하다보니...혼자 한 것 아니지만, 함께 노력ㆍ역할해"

홍 의원실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현수막도 걸고 보고서를 낸다"며 "모두 다 혼자 했다는 게 아니라 함께 노력한 부분을 넣다보니 일부 축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도 "대구시 등과 함께 노력한 것인데 주어를 넣다보니 의원님이 된 것"이라며 "혼자 다 따왔다. 그건 아니고 자세히 보면 상세히 설명돼 있다"고 말했다. 또 "혼자한 것도 아니지만 의원님 노력과 역할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예산 시즌에 국비 확보를 위해 여름철부터 회의하고 노력한다. 감나무 아래 입 벌리고 있는다고 감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역 전체가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선거철 앞둔 치적 부풀리기와 뻥튀기...과장 안돼"

시민단체는 '과장'은 안된다고 비판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선거철을 앞두고 진정으로 시민 삶을 위한 사업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 과도하게 치적과 실적을 부풀리거나 예산을 뻥튀기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의원은 예산을 따오는 사람이 아니라, 행정부를 감시견제하고, 법안을 만드는 사람"이라며 "본업에 충실한 의정보고서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면연합 사무처장은 "옛날보다 허위, 과장 공보물이 줄긴 했지만, SOC 계속 사업을 자기가 혼자 유치한 것 같은 내용은 보기 민망하다"면서 "막대한 국비 예산을 가져왔다는데, 그럼 왜 서구와 남구는 여전히 소멸지역이고 낙후됐는지 설명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신 건강, 주거, 환경, 교통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정책과 사업에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강민구)은 앞서 26일 논평에서 "지역구 사업을 마친 자신이 다 한 것처럼 홍보하며 모호한 표현으로 유권자를 착각하게 만들어선 안된다"며 "특히 주호영 의원은 의정보고서에서 성과를 세탁해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업적을 뻥튀기해선 안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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