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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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경북 "페기물 감소, 핵확산 적다" / 환경단체 "선진국도 실패한 위험한 기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상북도의 '원자력클러스터 조성계획'에 대한 첫 공론의 장이 마련됐지만 집행부와 학계, 시민단체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논란의 핵심이 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 공법'과 4세대 원자로인 '소듐 냉각 고속로(SFR)'에 대해 원자력 학계와 집행부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사용해 고준위 폐기물을 줄일 수 있고,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고순도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아 핵확산성이 적다"는 기존 입장을 내세운 반면,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선진국에서도 상용화에 실패한 위험한 기술이고, 오히려 더 많은 고준위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왼쪽부터) 경상북도 에너지정책과 성기용 과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채영 부장, 경북대학교 노진철 교수, 한국방송통신대 이필렬 교수, 그린피스본부 반핵캠페인 얀 베라네크 대표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경상북도 에너지정책과 성기용 과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채영 부장, 경북대학교 노진철 교수, 한국방송통신대 이필렬 교수, 그린피스본부 반핵캠페인 얀 베라네크 대표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원자력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라는 주제로 10월 14일 오후 대구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는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패널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채영 부장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필렬 교수, 경상북도 에너지정책과 성기용 과장, 그린피스본부 반핵캠페인 얀 베라네크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재처리, 고속로 / 원자력 학계 "폐기물 감소 장점, 플루토늄 추출 불가"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자력클러스터'의 도입 예정시설인 제2원자력연구원 안에 들어설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소듐 냉각 고속로(SFR)'의 기술 완성도와 플루토늄 추출여부, 경제성과 실현가능성이 최대 핵심 쟁점이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임채영 부장은 "우리나라의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정책은 지난 2004년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따라 중.저준위 처분시설을 우선 추진해 완공하고, 중간저장시설 건설 등을 포함한 사용 후 연료 관리방침은 국가정책 방향과 국내 기술개발 추이 등을 감안해 추후 검토하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 하에 추진하기로 돼 있다"며 "원전부지 내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오는 2016년부터 포화되는 점을 감안해 적기에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이 시설을 통해 재처리 된 핵연료를 사용하는 '소듐 냉각 고속로(SFR)'를 통해 오는 2095년까지 7만 톤 정도로 예상되는 '핵 폐기물 누적 처분량'을 4천 톤까지 줄일 수 있고, 고준위 폐기물의 독성을 1천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며 "기술 연구를 통해 오는 2030년 까지 두 시설을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프랑스와 일본의 재처리 방식인 'FUREX(습식)' 공법에 비해 '파이로프로세싱(건식)' 공법은 기술적으로 고 순도의 플루토늄을 별도로 추출할 수 없다"며 "재처리를 통해 발생한 고준위 핵 폐기물을 '소듐 냉각 고속로(SFR)'에 재사용 함으로써 폐기물 발생량을 기존의 절반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시민단체 / "잦은 사고로 위험,  미국 동의 없이 재처리 불가능"

이 같은 원자력연구원의 입장에 대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필렬 교수는 "지난 2009년 '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프로세싱 현황 및 과제'라는 기술보고서에는 '상용시설 경험이 세계적으로 전무하고, 고준위 핵폐기물 발생량이 습식공법에 비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기록돼 있다"며 "조금 전 임채영 부장이 '습식처리에 비해 고준위 폐기물의 독성물질을 1천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 것과 상반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4월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가 '한국에서 개발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방식인 파이로프로세싱 공법은 핵확산 위험을 지닌 재처리방식'이라고 발언했다"며 "미국의 동의 없이는 'FUREX(습식)' 공법과 마찬가지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공법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모습 (2011.10.14)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토론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모습 (2011.10.14)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그린피스본부 반핵캠페인 얀 베라네크 대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사용 후 재처리'와 '고속 원자로'를 이용한 무한한 에너지의 환상은 50년 이상 된 몽상이었다"며 "현재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한 각국의 재처리시설의 경우 높은 비용을 투입한데 비해 아주 소량의 재활용 원료를 뽑아내고 있고, 고속원자로의 경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피닉스'라는 고속증식로를 지난 1974년부터 2010년까지 운영했지만 당초 계획됐던 전력생산량의 40% 밖에 생산하지 못했고, 18년 동안 건설한 '슈퍼피닉스' 고속증식로도 12년의 운영기간 동안 실제 2/3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며 "일본의 몬쥬 원자로의 경우도 1995년 '소듐 파이어' 사고가 발생해 문제를 해결하고 고치는데 15년이나 걸렸고, 2010년 재가동 후 1시간 만에 또 사고가 났다"고 강조했다.

"재처리, 기술적으로 설득할 문제", "고속 원자로, 컨트롤 가능하다"

파이로프로세싱 공법의 '핵폐기물 발생량'과 '핵확산 여부' 에 대해 임채영 부장은 "현재 개발된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을 통해 모의 핵연료를 갖고 실험한 결과 습식처리 공법보다 폐기물의 양이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파이로프로세싱' 공법을 한국에 승인해주면 한국과 비슷한 나라들이 너도나도 따라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핵확산'이 가능하다고 못 박은 것"이라며 "미국이 '핵확산 가능한 재처리'라고 했다고 해서 아예 손도 못 대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설득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소듐 냉각 고속로(SFR)'의 안정성 문제에 대해 임채영 부장은 "냉각제로 사용되는 나트륨이 물과 접촉하면 급격한 산화작용이 발생하는 '소듐 파이어' 문제가 있어 안정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그러나 나트륨 자체가 물과 반응하는 화학적 성질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하는 것은 공학적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믿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갖고 신중하게 고민거리를 해결 하겠다"고 말했다.

집행부 발제 5분, 답변 끊고 서로 언성 높여... 미숙한 토론문화 아쉬움

이처럼 원자력 학계와 환경단체단체가 서로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가운데 성숙하지 못한 토론문화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상북도 에너지정책과 성기용 과장은 '원자력클러스터 조성계획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았으나, '원자력클러스터 조성계획'의 간략한 사업개요와 추진목적에 대해서만 5분가량 짧게 설명해 토론회 참석자들의 비난을 샀다.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클러스터 조성계획'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원자력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원자력학계와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2011.10.14)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클러스터 조성계획'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원자력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원자력학계와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2011.10.14)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또, 토론회 참석자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패널들이 답변을 끝내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운 데다 답변자로 나선 성기용 과장과 서로 언성을 높이는 등 양쪽 모두 토론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회자 노진철 교수가 중재에 나섰지만 분위기 개선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질의응답 시간에 원활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하자 토론회에 참석한 울진군의회 장시원 의원이 "원자력클러스터 예정 지역인 울진군과 영덕군 주민들이 그동안 집행부와 만날 기회가 없어 가슴 속에 담아놨던 의견들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다소 격해진 것 같다"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추후 지속적으로 마련해 줄 것"을 성기용 과장에게 건의했다.

이에 대해 성기용 과장은 "주민들과 토론회를 가질 용의는 있지만, 오늘 같은 분위기라면 자리를 마련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경주핵안전연대와 대구시민행동,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핵발전소확산반대경남시민행동, 핵으로부터안전하게살고싶은울진사람들을 비롯한 '동해안 탈핵 연대'와 환경운동연합, 경상북도가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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