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 공법은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는 재처리방식"이라는 경상북도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경상북도 성기용 에너지정책과장은 지난 7일 오후 반핵단체인 <동해안탈핵연대>와의 면담을 통해 "경상북도가 유치하려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은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이는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는 재처리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같은 내용의 주장을 펼쳤다.
탈핵연대 "경상북도의 무식함 때문에 주민 생존권 위협"
그러나 <동해안탈핵연대>는 8일 논평을 내고 "경상북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이며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은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공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경상북도가 유치하려고 하는 위험천만한 소듐냉각고속로(SFR)는 플루토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핵 발전"이라며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경상북도의 무식함 때문에 동해안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된 핵연료에서 핵분열생성물을 제거한 뒤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습식처리공법인 'FUREX' 공법은 사용이 끝난 연료를 질산을 비롯한 용제를 통해 용해한 뒤 유기용매(30% 인산트리뷰틸 등유 용액)로 용액 가운데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습식공법은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순수한 플루토늄이 추출되기 때문에 미국은 지난 1972년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해 동의 없이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에 한국 원자력연구원은 'FUREX' 공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어려운 '파이로프로세싱'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방식은 사용 후 핵연료를 고온으로 녹인 뒤 전해질의 정제를 사용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파이로 프로세싱, 플루토늄 생산 된다", "경북도의 주장은 거짓"
경주핵안전연대 김익중 운영위원장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자체가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시설"이라며 "파이로 프로세싱도 다른 공법과 마찬가지로 우라늄과 함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공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경상북도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함께 유치하려는 '소듐냉각고속로(SFR)'도 우라늄과 함께 플루토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핵 시설"이라며 "이러한 정황을 비춰봤을 때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을 통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 플루토늄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경상북도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라늄은 광산에 널렸고, 지금 몽골에서도 계속 우라늄 광산이 발견되고 있다"며 "쉽게 캐낼 수 있는 우라늄을 놔두고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건설하려는 것은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상북도 "표현의 차이, 핵무기 전용 가능한 플루토늄 생산 안 된다는 취지" 해명
이에 대해 성기용 에너지정책과장은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이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말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순도 99% 이상의 플루토늄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표현의 차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사용 후 남은 핵연료 자체에 플루토늄이 1%가량 포함돼 있기 때문에 '파이로 프로세싱'에서도 혼합물이 포함된 순도 1% 이하의 플루토늄이 일부 생산 된다"며 "이는 순도가 낮은 플루토늄이기 때문에 핵무기 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우라늄 매장량으로는 60년가량 밖에 사용할 수 없다"며 "'사용 후 핵연료 처리시설'과 이 시설에서 생산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원료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는 핵연료 재활용을 통해 원자력발전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전용은 미국에서 판단 할 문제, 재처리시설 자체가 위험"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경주핵안전연대 김익중 운영위원장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 나온 플루토늄의 핵무기 전용 가능 여부는 미국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 자체가 매우 위험한 시설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은 원전에 비해 많은 양의 방사선과 분진을 배출하는데다 사고가 날 경우 원전에 비해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특히 고준위 폐기물이 동해안 일대로 집결되면서 주민들의 생존권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재처리시설과 함께 유치할 계획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경우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함께 연소시키면서 고순도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시설"이라며 "결국 두 시설을 함께 유치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도 생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몇몇 연구자들의 욕심 때문에 애꿎은 국민들만 피해"
김익중 운영위원장은 "결국 두 시설을 경북지역에 만들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도 해보고, 플루토늄도 생산하고, 관련된 연구도 진행해보고 싶어 하는 원자력계의 욕심에서 비롯된 계획"이라며 "몇 안 되는 연구자들의 욕심 때문에 애꿎은 국민들과 도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동해안탈핵연대>도 논평을 통해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아직 공론화 단계조차 밟지 못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투표까지 필요한 중대한 정책적 사안"이라며 "경상북도가 핵산업계의 하수인이 아니라면 굳이 재처리시설 유치를 운운하며 경거망동할 사안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기용 에너지정책과장은 "소듐냉각고속로에서 플루토늄이 생산되기는 해도 극히 소량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과 <경주핵안전연대>, <영덕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을 비롯한 5개 반핵단체는 경상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정책을 비롯해 동해안의 핵 단지화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9월 7일 오후 <동해안탈핵연대>를 구성하고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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