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클러스터, 핵 단지 만드는 위험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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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핵연료 재처리, 고속증식로 위험천만...선진국도 포기" / 경북 "안전성 확보"

 

환경단체들이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클러스터' 유치 사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경상북도는 지역에 발전시설만 들어서있는 만큼 지역발전을 위해 연구기관과 인력양성기관을 비롯한 유관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주장한 반면, 환경단체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고속증식기, 스마트(중소형) 원자로를 비롯한 핵시설을 건설해 동해안 일대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사업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경상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사업 계획 / 자료. 경상북도청
경상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사업 계획 / 자료. 경상북도청

경상북도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클러스터'는 오는 2028년까지 사업비 12조7천억원(국비 10조7천억원, 지방비 1조원, 민자 1조원)을 들여 경주, 포항, 영덕, 울진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에 원자력 관련 기관을 집적화하고 원자력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세계 최대 핵 단지 만드는 위험한 사업, 즉각 철회를"

이 같은 경상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유치 사업에 대해 <경주핵안전연대>와 <영덕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반핵.환경단체는 9월 7일 오전 경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자력 클러스터는 고준위 핵폐기물 재처리시설, 고속증식로 건설을 비롯해 동해안 일대를 세계 최대의 핵 단지로 만드는 위험천만한 계획"이라며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의 원자력 클러스터 유치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원자력 클러스터 계획은 핵산업계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국내 원자력계가 추구한 사업들이 모두 포괄돼 있다"며 "이 같은 점으로 비춰 볼 때 김관용 도지사의 유치 활동은 국내 핵산업계의 오래된 사업계획을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사업'으로 바꾸어놓은 것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회원 30여명이 경북도청 앞에서 "동해안 일대를 세계 최대 핵 단지로 만드는 위험한 사업"이라며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클러스터' 유치 사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1.09.0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환경단체 회원 30여명이 경북도청 앞에서 "동해안 일대를 세계 최대 핵 단지로 만드는 위험한 사업"이라며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 클러스터' 유치 사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11.09.07)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들 단체는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계획이 가진 문제점으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고속증식로' 건설을 지적했다. 경상북도의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기본계획 수립 연구 최종보고서(2011.02)'에는 '제2원자력연구원 설립사업'의 주요 도입 시설로 고속증식로(FBR, Fast-breeder reactor) 가운데 한 종류인 '나트륨 냉각 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와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건식처리공법) 방식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나트륨 냉각 고속로(SFR)'는 4세대 원자로(Generation-IV Reactor, Gen-IV)의 한 방식으로, 핵연료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연소시키면서 동시에 소비한 양 이상의 새로운 플루토늄을 만들어 내는 원자로다. 천연 우라늄 중에는 핵연료가 될 수 없는 우라늄238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나트룸 냉각 고속로'와 같은 고속증식로는 이를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으로 변환, 증식시키기 때문에 '꿈의 원자로'라고도 불린다.

특히, 기존 경수로에서는 천연우라늄 1ton 가운데 불과 5kg만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고속증식로의 경우 350kg을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냉각재로 사용하는 액체나트륨의 경우 물과 반응하면 격렬하게 폭발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안전성 문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고속증식기'와 '사용후 재처리 시설'을 이용한 순환핵연료주기 시스템 / 자료. 경상북도청 제공
'고속증식기'와 '사용후 재처리 시설'을 이용한 순환핵연료주기 시스템 / 자료. 경상북도청 제공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의 경우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우라늄연료에서 핵분열생성물을 제거한 뒤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하는 시설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습식처리공법인 'FUREX 방식'은 사용이 끝난 연료를 질산을 비롯한 용제를 통해 용해한 뒤 유기용매(30% 인산트리뷰틸 등유 용액)로 용액 가운데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선택적으로 유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순수한 플루토늄이 추출되기 때문에 미국은 지난 1972년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해 미국의 동의 없이 한국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에 한국 원자력연구원은 'FUREX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힘든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방식은 사용 후 연료를 고온으로 녹인 뒤 전해질의 정제를 사용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환경단체 "고준위 핵 폐기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 없다"

이 같은 '고속증식기'와 '사용 후 재처리시설' 건설을 포함한 '원자력 클러스터' 유치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경상북도의 계획대로 두 시설 건설이 추진된다면 전국의 모든 고준위 핵 폐기물이 동해안 일대를 거쳐 울진으로 옮겨지게 된다"며 "그러나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이송과정에서 방사능 누출을 비롯한 수많은 사고들이 일어날 수 있고, 전 세계 어디에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왼쪽부터)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일본원전사고비상대책위원장, 경주핵안전연대 김익중 운영위원장, 울진군의회 장시원 의원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왼쪽부터)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일본원전사고비상대책위원장, 경주핵안전연대 김익중 운영위원장, 울진군의회 장시원 의원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일본원전사고비상대책위원장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과 고속증식로 건설이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의 본질이자 핵심"이라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의 경우 '한미원자력협정'이 재.개정 되지 않으면 추진할 수 없고, 고속증식로는 이미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가 위험성과 경제성이 입증되니 않았다는 이유로 수십 년 전 포기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일하게 일본만 고속증식로를 상용화를 추진했지만, 지난 1995년 12월 액화나트륨이 유출돼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14년 5개월만인 지난 2010년 재가동했지만 핵연료 교환장치가 원자로 안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실상 사업이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간 나오토 일본총리도 재처리사업과 고속증식로 사업은 사실상 백지상태로 돌려야 한다고 최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안하는 짓",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로 선회를"

경주핵안전연대 김익중 운영위원장은 "김관용 도지사와 담당 공무원들이 핵처리시설과 고속증식로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용 후 재처리시설과 고속증식로는 각각 프랑스와 일본만 추진하고 있을 뿐 전 세계가 안 하는 짓을 왜 굳이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울진군의회 장시원 의원은 "경북도지사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을 책임지는 위치가 아니라 경북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라며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은 생각하지 않고 죽음의 공포인 핵시설을 유치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핵시설 유치밖에 경북을 발전시킬 방법이 없다면 김관용 도지사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규탄했다. 또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도민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며 "원자력 클러스터 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방향으로 선회할 것"을 촉구했다.

경상북도 "지역발전 위한 원자력 관련기관 유치가 주된 목적"

이에 대해 경상북도 에너지정책과 이미경 주무관은 "현재 경북에는 원자력 발전시설만 있을 뿐 연구기관과 인력양성기관을 비롯한 유관 기관이 없는 상태"라며 "이에 따라 지역발전을 위해 원자력 관련 기관을 유치하자는 것이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의 주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경상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 개요 / 자료. 경상북도청
경상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 개요 / 자료. 경상북도청

고속증식로와 사용 후 재처리시설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이미경 주무관은 "도에서도 안전성 부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당장 1~2년 내에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2028년~2030년까지 추진하는 사업이고, 관련 기술도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도에서도 장기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에서 추진하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은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으로 플루토늄이 생성되지 않는다"며 "현재의 경수로는 핵연료 중 3%가량 밖에 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는 데 비해 재처리과정을 거치면 재활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 볼 때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것 외에 경북지역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상 없지만, 이런 시설을 들여옴으로써 관련 연구기관과 산업군을 유치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 클러스터' 내 도입 시설 / 자료. 경상북도청
'원자력 클러스터' 내 도입 시설 / 자료. 경상북도청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반핵,환경단체들은 회견이 끝난 뒤 경상북도의 '원전클러스터' 유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동해안 탈핵연대(가칭)'도 결성했다. 이 연대에는 <환경운동연합>과 <경주핵안전연대>, <영덕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투쟁위원회>,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이 포함돼 있으며 대구에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대구시민행동>이 참가했다. 

한편, 국내에는 경북 경주와 울진, 부산 기장, 전남 영광을 포함한 4곳에서 모두 21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경북에는 월성원전과 울진원전에서 각각 4기와 6기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또, 월성과 울진에 각각 4기와 2기의 원전이 건설되고 있거나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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