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 훼손 위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4.04.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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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4차순환도로, 숲과 280m 불과...주민 "나무 고사할 것, 설계 수정" / 도로공사 "피해 없다"


14일 대구 동구 도동 산180번지.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대구도동측백나무숲'에는 푸른빛의 측백나무 7백여그루가 발디딜틈 없이 빽빽하다. 숲 앞으로는 불로천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불로천변에는 분홍색 꽃을 피운 복숭아나무와 푸른빛의 잎사귀가 돋아난 감나무가 한 가득이다.

측백나무숲 군락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도동측백나무숲은 대구시가 '대구10경' 가운데 제6경으로 지정한 곳으로 수령이 5백년 이상된 측백나무들도 자생하고 있다. 지난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 훼손방지와 국가유산 보존을 위해 현재는 철조망으로 싸여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대구도동측백나무숲 전경(2014.4.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연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대구도동측백나무숲 전경(2014.4.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이 아름다운 숲은 올해 하반기 착공을 앞둔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대구4차순환도로)' 안심-지천 구간 건설로 인해 훼손 위기에 놓였다. 시행사인 한국도로공사가 숲에서 불과 28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구4차순환도로를 건설한다고 최종 설계 계획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자연경관은 물론 생태계가 훼손돼 숲이 고사할 것"이라며 "공사 설계 수정"을 요구한 반면, 도로공사와 대구시, 동구청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수정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천연기념물을 관리하는 문화재청마저 '합의의견'을 도로공사에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측백나무 7백여그루가 들어찬 도동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측백나무 7백여그루가 들어찬 도동측백나무숲(2014.4.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부는 지난 1987년 국토도시계획 가운데 하나로 수성구 범물동-동구 안심-칠곡 지천-달서구 성서산업단지-상인동을 잇는 65.3km의 왕복 6-8차로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6월 사업타당성을 인정받았고, 환경영향평가도 통과해 국비 5천242억원 투입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는 2011년 주민들에게 "도로와 숲 간격이 520m 정도"라며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년 뒤 최종안에는 도로와 숲의 거리가 280m로 줄었다.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도로공사는 문화재청에 자문을 구하겠다며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문화재청도 "문제가 없다"며 공사에 합의했다.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예타 시행구간'(2013.7.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4차순환고속도로 예타 시행구간'(2013.7.2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때문에 도동 주민 1백여명으로 구성된 '4차순환도로 건설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구교익)'는 도동측백나무숲 주변에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1호 측백나무 다 죽는다', '측백나무 다 죽는다 도로공사 책임져라' 등의 플래카드를 걸고 도로공사와 대구시를 규탄하고 있다. 앞서 1월과 3월에는 도로공사가 연 '4차순환고속도로 주민설명회'에 참여해 "초안대로 공사 설계를 수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대책위는 지난 2003년 '측백수림보존회'가 도동측백나무숲 자생 나무수를 조사한 결과와 지난해 동구청이 조사한 결과를 비교해 "10년만에 1150여그루에서 7백여그루로 줄었다"며 "도로 건설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숲 주변에는 지난 10년간 경부고속도로와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들어섰다.

박정우(57) 측백수림보존회장은 "소음과 매연, 바람의 흐름 등 숲 주변에 도로 건설을 하게 되면 환경이 변해 나무들이 서서히 고사할 것"이라며 "이렇게 외면할 거면 왜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했는지 모르겠다. 도로공사와 대구시, 동구청, 문화재청 모두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광교(58) 도동주민자치위원장은 "다른 도로 공사들 때문에 측백나무숲의 자생수가 절반 가까이 준게 드러났는데 무슨 공사를 이렇게나 가까이 하는지 모르겠다"며 "적어도 숲과 도로가 4백m 이상은 떨어져야 한다. 도로공사는 당장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 초안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를 비판하는 도동 주민들의 플래카드(2014.4.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도로공사를 비판하는 도동 주민들의 플래카드(2014.4.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나 박주영 한국도로공사 설계계획팀 차장은 "환경영향평가도 통과했고, 문화재청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면서 "간격이 줄어도 나무에는 피해가 없다는 게 결론이다. 때문에 공사 설계 수정은 어렵다"고 했다. 또 "친환경적으로 공사를 해 피해를 줄일 것"이라며 "주민들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식 대구시 건설방재국 도로과장은 "교통안전을 위해 곡선도로를 직선으로 줄이면서 갈등이 생긴 것 같다"며 "도로공사가 담당하는 문제라 대구시는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로 개통 후에도 측백나무 보호를 위해 수질오염이나 비산먼지 등을 꾸준히 감시해 주민 불안을 해소하겠다. 일단 측백나무숲에 도로 건설이 피해가 없다고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나왔으니 고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한태 동구청 안전행정국 문화관광과 담당자는 "주민들이 염려하는 바는 잘 이해하지만 도로공사와 대구시, 문화재청 모두 숲과 도로 건설 간격이 줄어도 측백나무숲에 피해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면서 "도로 건설 중에도 나무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해 숲을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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