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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주민 10년 고통, 책임 떠넘기는 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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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동] 동구청장 "일부 개선, 대구시・도로공사 책임" / 주민 "면피성 행정, 미흡시 지속 대응"


(왼쪽부터)양희・박손칠 대구 동구 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 공동대책위원장(2014.1.13.동구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양희・박손칠 대구 동구 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 공동대책위원장(2014.1.13.동구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구청장님, 10년 동안 너무 무관심하신거 아니라예. 정말 서러웠어예. 빛은 안들어오고, 마당엔 비새고, 벽엔 곰팡이 펴지예. 우리 마을은 버려진 동네라예. 얘기 한 번 들어주는 게 그래 힘들어예"   

대구시 동구 지저동(도평로) 저지대 마을 주민들이 13일 이재만 동구청장을 만나 10년 간의 서러움을 털어놨다. 이 마을 주민 박손칠(63)씨는 "한겨울에는 동파, 한여름에는 침수 때문에 말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다"며 "곰팡이에 소음, 지반침하까지 제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대구시 동구 지저동 886번지 마을.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불투명 소음방지벽과 동구청이 일부 재시공한 투명 소음방지벽. 낮 시간에도 어두운 마을을 바라보는 한조자 할머니(2013.12.30) / 사진.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
대구시 동구 지저동 886번지 마을.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불투명 소음방지벽과 동구청이 일부 재시공한 투명 소음방지벽. 낮 시간에도 어두운 마을을 바라보는 한조자 할머니(2013.12.30) / 사진.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
불로천 정비공사 후 마을 앞 강변 지대가 4m 가까이 높아져 비가 내리면 침수피해가 잦아졌다(2013.12.30) / 사진. 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
불로천 정비공사 후 마을 앞 강변 지대가 4m 가까이 높아져 비가 내리면 침수피해가 잦아졌다(2013.12.30) / 사진. 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

주민들은 지난 2004년 마을 지대보다 5m 가량 높은 곳에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가 들어선뒤 마을 전체를 따라 10m 높이의 불투명 방음벽이 생기면서 햇빛이 차단돼 일조권을 침해받았다. 그 결과 한겨울 수도 동파나 빙판길 사고, 연료비 상승, 곰팡이, 해충 문제를 겪어야 했다.

또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 동구청이 마을 앞 불로천 정비공사를 하면서 마을 앞 강변 지대를 4m 가까이 높이는 바람에 침수피해까지 입고 있다. 마을이 저지대로 변하면서 고속도로와 강변에 모인 빗물이 마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빗물과 눈이 스며든 주택 곳곳에는 지반침하 현상도 생겼다. 때문에, 주민들은 10년 동안 동구청에 "대책마련"을 촉구했으나 '미봉책'에 그쳐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재만 동구청장과 면담 중인 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2014.1.13.동구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재만 동구청장과 면담 중인 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2014.1.13.동구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광역시 동구 지저동 저지대 주민대책위원회(공동대책위원장 박손칠・양희)' 소속 주민 10여명은 13일 동구청에서 이재만 동구청장과 면담을 갖고 "피해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마을 일조권에 영향을 미치는 방음벽 전구간 투명 재질로 교체" ▶"침수현상 대책마련" ▶"지반침하 현상에 따른 대형차량 운행금지" ▶"도로 사용료 감면"을 요구했다. 이 마을은 동구 구유지로 주민들은 매년 최소 60만원에서 최대 180만원 이상의 도로 사용료를 30년 넘게 동구청에 내고 있다.

양희 공동대책위원장은 "해결의 기회도 이미 있었고 주민들이 몇 번이나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그럼에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은 구청이 미봉책을 내놓고 행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결과"라며 "이제는 더 이상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 주민대책위 앞으로 대책 마련 시기와 구체적 내용, 보상액수, 담당자를 명시한 공문을 하루 빨리 보내달라"고 말했다. 

지저동 저지대 주민들과 면담 중인 이재만 구청장(2014.1.13.동구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저동 저지대 주민들과 면담 중인 이재만 구청장(2014.1.13.동구청)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에 대해 이재만 동구청장은 면담에서 "동구청 권한 밖"이라며 "일부개선" 의사만 밝혔다. 일조권 피해와 관련해서는 "동구 단독 재정으로 재시공이 어렵다"며 "대구시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고, 침수문제에 대해서는 "현장 피해상황을 알아보고 긴급재난기금을 투입해 빠른 시일내에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반침하 현상과 관련해서는 "대형차량 운행금지 표지판을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단속반을 보내겠다"고 했으나 "항상 단속반을 보낼 수는 없으니 그 점은 주민들께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도로 사용료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사용료 감면 대상은 기초수급자나 장애인만 해당된다"며 "주민 가운데 대상자에 포함되는 사람은 감면이 가능하나 나머지는 법적으로 불가능해 사실상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구청장은 "동구청이 단독 재량이나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와 도로공사에 책임소재가 있다"면서 "예산과 권한이 닿는 곳까지는 해결하겠으나 권한 밖이다. 해결책을 내놓데 한계가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구시나 도로공사에 가 얘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동구청은 대구시와 한국도로공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전형적인 면피성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후속조치와 결과가 미흡할 시 지속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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