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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 대통합의 묘수는 있다
[김윤상 칼럼] 좌도우기(左道右器)의 특권 없는 세상을
2017년 05월 10일 (수) 12:04:59 평화뉴스 pnnews@pn.or.kr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

촛불과 탄핵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어깨도 무겁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할 사회문제의 최우선 순위에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일견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묘수를 소개하려고 한다.

정치적 분열 문제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가보자. 여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새 정부가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내려면 다른 정파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또 정파 간 연정은 단기간에 갈등과 대립을 봉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4월 28일 연정 계획을 발표하였다. 개혁 과제에 동의하는 정치 세력들에게 국정 참여의 문호를 개방하고 국무총리 등 내각의 주요 인선에서도 진영과 지역을 불문하며 구여권 인사라도 개혁 과제에 찬성하면 연대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연정의 대상을 개혁 과제에 찬성 내지 동의하는 세력으로 한정하는 것은, 한 배를 탄 사람들의 국정철학이 판이하게 다르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로 국민이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은 다양하다. 인간이 판으로 찍어낸 로봇이 아닌 한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의견이 달라야 발전도 있다. 그래서 선의를 가지고 개혁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을 위한다는 사람들끼리 의견 차이를 이유로 상대방을 짓밟는다면 그 자체로 모순이고 비극이다. 이러한 소모적 대결 구도를 해소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있다고 본다. 세계관이 서로 다른 사람끼리도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접근한다면 모두가 동의하는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진보-보수 진영의 구도

정치 집단을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으로 구분하고, 같은 진영 내에서도 상대방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집단과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집단으로 구분한 것이 <표 1>이다.

<표1> 진보/보수 진영의 지향
   
  
<표 1>의 네 집단 중 A와 B는 자신의 지향에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공존을 모색한다. A는 타인을 배려하는 따듯한 공존을 원하며 평등과 사회연대를 중시한다. 사회 속에서 개인의 선택폭은 너무 좁기 때문에 개인의 자기책임보다는 사회연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시장은 사회계층을 1%와 99%로 양극화하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높은 수준의 복지를 구현해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B는 누구도 손해 보지 않고 서로 대등하게 주고받는 차가운 공존을 원하며 자유를 중시하고 개인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시장 작용에 대한 기대가 크고, 시장에 결함이 있다고 해도 정부의 결함보다는 덜하다고 믿는다.

한편 C, D는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C는 스스로 노력하기보다는 공짜를 바라면서 남에게 기대려고 하며, 대체로 사회적 약자로 구성된다. D는 경쟁을 통해 획득한 것은 과정이야 어쨌든 승자가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일단 자신이 차지한 것은 선악을 불문하고 계속 지키려고 하며, 대체로 사회적 강자로 구성된다.

집단을 이렇게 분류할 경우, 이기적 집단 C 또는 D를 대변하는 정파보다는 합리적인 A 또는 B를 대변하는 정파가 집권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 A 또는 B를 대변하는 정당이 단독으로는 과반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A와 B가 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A와 B는 세계관이 충돌되어 연합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실제로는 각기 A+C, B+D의 연합체 내지 야합체를 구성한다.

A와 B에 속한 양심적인 인사들은 각각 A+C 연합과 B+D 연합을 부끄러워하지만 정권 획득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각 진영은 서로 상대 진영의 이기적인 모습을 지적하면서 비난한다. 이런 구도에서는 B+D 연합이 정권을 잡는 일이 많다. A보다는 B가 더 큰 집단인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대체로 이기적인 사회적 강자로 구성되는 D는 인원수는 많지 많아도 막강한 선거 자원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정파는 특권을 부정한다

이런 건강하지 못한 구도를 벗어날 수 있을까? 즉 A와 B가 서로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지향을 그대로 추구할 수 있는 A+B 연합이 가능할까? 소득을 예로 들어 그 가능성을 모색해보자. 소득의 원인에는 노력, 능력, 운이 있다는 게 상식이다. 농사를 예로 들자면, 수확의 크기는 농사를 지은 본인이 투입한 노력, 노력에 가미된 능력 외에 날씨와 같은 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 중에서 능력은 노력과 운의 종속변수이므로 일단 제외한다면 노력과 운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그밖에 특권도 소득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권은 자신의 노력과 운에 비해 남보다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원인이다. 노력과 운이 같다고 하더라도 토질이 비옥한 우등토지와 그렇지 못한 열등토지 사이에는 수확에서 차이가 생기는데, 토지 취득에 비용이 들지 않는 경우에 우등토지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권리는 특권이 된다. 그리고 특권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반대쪽에는 차별을 받는 사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네 집단 중에서 D는 승자 독식을 원하고 이미 차지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특권을 정당한 원인이라고 고집할 것이다. 공짜를 바라는 C도 내용은 다르지만 역시 특권을 원한다. 하지만 사회연대를 중시하는 A는 말할 것도 없고 B도 특권을 부당한 원인으로 간주한다. B가 이론적 근거로 삼는 완전경쟁시장은 기울어지지 않은 평평한 운동장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경사진 운동장에서 축구시합을 벌이면서 전후반 공격 방향도 바꾸지 않는다면 B는 당연히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할 것이다.

   
▲ <경향신문> 2017년 5월 10일자 3면(종합)

하지만 특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회가 공인하는 특권도 있고 사실상 존재하는 비공인 특권도 있다. 공인된 특권 중 우리 생활에 가장 가까운 예는 토지소유권이다. 토지사유제는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대세로 보인다. 그런데 토지는 인간의 노력과 무관하게 천부된 자연이자 존재량이 한정되어 있는 대상이며 더구나 토지소유자와는 무관한 원인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토지가치를 차지하는 권리는 특권이다. A와 B의 입장에서, 토지소유권과 같은 특권을 인정하면서 그 폐해를 없애려면 다음과 같은 특권 대책 3원칙이 필요해진다.

  - 첫째로, 꼭 필요한 최소한도의 특권만 인정한다.
  - 둘째로, 특권 취득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
  - 셋째로, 특권이익을 환수하여 공평하게 처리한다.

A+B의 좌도우기(左道右器) 연합을

셋째 원칙에 따라 환수한 특권이익을 A가 원하는 복지 재원으로 삼으면 A+B의 건강한 연합이 가능하다. 특권이익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균등한 지분을 가지므로 이런 복지는 현실의 B가 흔히 오해하듯이 개미가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다. B의 철학대로 누구나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하게 된다. 노력과 기여의 결과가 노력한 자에게 돌아가는 정의로운 세상이 된다. 지대추구(rent-seeking) 비용 즉 특권이익을 획득하기 위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사라진다. 일자리가 생존 유지 수단이 아니라 삶의 보람을 찾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A+B 연합을 필자는 좌도우기라고 부른다. 사회연대와 복지라는 좌파의 가치를 자기책임과 시장이라는 우파의 방식으로 달성한다는 뜻이다. 이런 연합이 현실 정치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특권이익의 크기가 중요해진다. 토지만 간단히 살펴보자. 2015년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낸 <국민 대차대조표>에 의하면 지가총액이 6,600조 원에 달한다. 연간 임대가치를 지가의 4% 전후로 잡으면 200조 원 내지 300조 원이다. 국민 1인당 연간 400만 원 내지 600만 원이고 4인 가족이라면 연간 1,600만 원 내지 2,400만 원이다. 물론, 토지사유제가 한동안 지속되어온 사회에서 이 금액을 갑자기 다 징수할 수는 없다고 해도 잠재적인 규모는 짐작할 수 있다.

특권은 토지소유권 외에도 많다. 토지처럼 자연의 일부라는 점에서 공통되는 천연자원과 환경이 있다. 천부된 자원을 채취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특권의 대가를 사회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식이다. 정부가 경매를 통해 통신 3사에게 이동전화용 주파수 사용권을 배정한 것이 좋은 예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해서 설정한 면허나 특허도 그로 인해 당사자가 노력과 기여 이상의 대가를 얻는다면 역시 특권이 된다.

또한 사회가 공인하지 않는 특권도 많다. 남녀 차별 사회에서의 남성특권, 학벌 사회에서의 학벌특권, 같은 일을 하고 비정규직보다 더 유리한 대우를 받는 정규직특권, 하청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특권 등이 그 예이다. 비공인특권은 원칙적으로 없애야 하지만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당연히 특권 대책 3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이런 특권이익을 모두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 된다.

비례대표제와 세제개혁

A+B의 대통합이 정치 과정을 통해 실현되려면 각 집단을 대변하는 다양한 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구별로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제는 거대정당에 유리하고 따라서 대체로 양대 정당 체제를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B+D 연합이 소위 ‘메인스트림’이 되고 A+C 연합이 이에 대항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국회의원선거법을 고쳐서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를 연동시키는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A+B 연합의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더하여, 대통령제 아닌 의원내각제라면 대통합이 더 쉽게 실현될 수 있다.

이렇게 국회의원 선거법을 개정하여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더라도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다음 총선은 3년 후인 2020년에나 실시된다. 그러나 다행히도 현재 우리나라는 전례 없이 다당제 정치 판도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그 전에도 정책 연합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둘 다 A와 B의 중간 정도 되므로 연합이 당연히 가능하고 A에 가까운 정의당과 B에 가까운 바른정당과도 연합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정당에게 비례대표제와 연정 카드를 동시에 내밀면 다들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다만, D에 가까우면서 낡은 색깔론을 애용하는 자유한국당은 연정의 상대로, 적어도 당분간은 부적합해 보인다.

연정을 통해 추진해야할 우선적인 개혁과제는 당연히 특권이익을 환수하는 세제개혁이고 그 핵심은 토지보유세 인상이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가 B+D 연합으로부터 ‘세금 폭탄’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상처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토지보유세 인상을 겁내는 정치인이 많다. 그러나 토지보유세가 가장 이상적인 조세라는 사실은 주류경제학에서 인정하고 있으므로 B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좋은 세금인 토지보유세 수입 증가액만큼 나쁜 세금,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준다면 증세로 인한 거부감도 대폭 줄일 수 있고 경제 효율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표를 의식하여 토지보유세 강화를 유보했던 캠프의 전략에서 벗어나 큰 그림을 보아주길 바란다.

   





 [김윤상 칼럼 73]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석좌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 김윤상 교수는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자이며,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같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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