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찔끔개방' 1년, 썩은 뻘밭에 깔따구만..."수문 더 열어야"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05.0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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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보, 50cm 수위 내렸지만...강바닥엔 4급수 지표종, 물속 산소량은 '매우 나쁨' 수준
최저수위까지 개방한 '세종보'와 대조적...하천학회·환경단체 "전면 개방" / 수공 "상황 봐서"


강 바닥을 퍼올리자 악취나는 썩은 뻘밭이 드러났다. 검은 뻘 속에는 붉은깔따구, 실지렁이가 득실거렸다. 강물은 물고기가 숨 쉴 산소량이 희박했다. 4대강 보 수문 '찔끔개방' 1년째 낙동강 모습이다.

지난 5일 대한하천학회(회장 박창근)와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권태선·이철수·장재연)은 4대강 보가 설치된 낙동강 일대의 수질 상태와 생태 환경, 토양 등을 조사했다. 이들은 4~6일까지 '4대강사업 수문개방 현장 조사' 일환으로 금강(세종보·공주보·백제보), 낙동강(칠곡보·달성보·합천보·함안보)에서 강물과 토양을 채취했다. 시료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만간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달성보 상류 한 지점에서 퍼올린 썩은 뻘에서 붉은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보 상류 한 지점에서 퍼올린 썩은 뻘에서 붉은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보 인근 강 바닥에서 악취나는 진흙덩어리를 퍼올리고 있다(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보 인근 강 바닥에서 악취나는 진흙덩어리를 퍼올리고 있다(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날 달성보 상류 수심 7m 지점 강 바닥을 퍼올리자 점도 높은 진흙 덩어리가 나왔다. 강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땅을 파도 파도 검은 뻘이 계속 나왔다. 뻘 속 상황은 더 심각했다.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가득했다. 이들 생물은 '4급수' 지표종으로 퇴적물의 오염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수질도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였다. 수심 7m 지점의 용존산소량(DO.Dissolved Oxygen)을 측정한 결과 0.91㎎/ℓ로 조사됐다. '하천수' 수질환경기준에 따르면 용존산소량 2.0미만은 '매우 나쁨' 수준이다. '호소(湖沼)' 기준으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용존산소량은 물속에 포함된 산소량을 나타낸다. 4대강사업 이후 시멘트 보에 가둬진 강물에 생물이 숨 쉴수 있는 산소가 거의 없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환경오염 해결 차원에서 달성보 등 낙동강 일대 4대강 보 수문을 일부 열었지만, 퇴적물과 강물 오염은 여전했다. 달성보는 12개월째 수문을 일부 개방하고 있지만 고작 50cm가 내려가 큰 효과는 없는 모양새였다. 최저수위까지 전면 개방한 금강의 '세종보'와 대조적이다. 4대강 16개 보 중 최저수위까지 개방한 곳은 세종보 1곳이다.

1년째 수문을 '찔끔개방'해 수위가 50cm만 내려간 달성보(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1년째 수문을 '찔끔개방'해 수위가 50cm만 내려간 달성보(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부는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수문 처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환경단체는 "즉각 전면 개방"을 요구 중이다. 대한하천학회와 환경운동연합은 "세종보에서는 수질 개선, 생태환경 다양화 등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만 찔끔 개방한 곳은 오염이 여전하다"며 "4대강 보 전체 수문을 전면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은 "용존산소 4이하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며 "낙동강 수질 오염 상태가 지속되면 1300만 영남인이 먹는 물에 대한 불신과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정호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4대강사업으로 하천에 인위적 변화를 줘 강물의 역동성이 사라졌고 보이지 않아야 할 생물이 발견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낙동강 금빛 모래톱은 썩은 오염토가 됐다"며 세종보는 수문이 완전 열려 4대강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낙동강도 수문을 완전 개방해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성보 상류에서 퍼올린 진흙덩어리에 대해 설명하는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보 상류에서 퍼올린 진흙덩어리에 대해 설명하는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문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하천학회와 환경단체(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문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하천학회와 환경단체(2018.5.5.대구 달성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반면 한국수자원공사 낙동강보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수문 개방 수위와 관련해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며 "모니터링 상황을 지켜본 뒤에 종합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6월 4대강 보 수문 개방에 따른 환경적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낙동강 4개보(합천창녕·창녕함안·달성·강정고령보) 수문을 열고 수위를 20cm~1.2m가량 낮췄다. 이어 11월에는 합천창녕·창녕함안보를 추가 개방해 수위를 4.9m까지 낮췄지만 농민들의 반발로 올해 2월부터 수위를 9.2m로 다시 회복한 상태다. 3월에는 낙동강 최상류인 상주보 수문도 일시 개방했다가 닫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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