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녹조 흐린 낙동강, 잡초 엉킨 수변공원의 참담한 현장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5.3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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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보·강정보 수문 개방 사흘 전 / 사문진교에 핀 녹조띠, 부착조류에 엉켜 죽은 물고기
조성비 수 십억원 짜리 개진강변공원, 이용객·관리자 없이 키큰 잡초에 파묻혀 '유령공원'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달성보와 강정보 사이 사문진교 아래 녹조띠(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달성보와 강정보 사이 사문진교 아래 녹조띠(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보에 갇힌 낙동강. 6년째 녹조가 피었다.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사이 사문진교에 모습을 보였다.

4대강사업이 끝난 2012년부터 매년 시기가 빨라지더니 올해는 5월에 벌써 푸른악몽이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가 첫 삽을 뜬 후 박근혜 정부가 문제를 방치하면서 4대강은 문재인 정부 적폐 과제로 넘어왔다. 새 정부는 내달 1일부터 6개 보 수문 개방을 지시했지만 녹조는 이미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수문 개방 사흘전인 29일.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대구 달성군 달성보-강정고령보 사이 사문진교 아래 사문진나루터.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가 이날 이어졌다. 강물에는 부착조류(녹조류)가 덩어리를 이뤄 사문진교 전반에 검푸르게 떠다녔다. 물고기들은 부착조류에 엉켜 배를 내놓은 채 죽어 있었다.

낙동강 물에 떠다니는 녹조류와 녹조류에 엉켜 죽은 물고기들(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동강 물에 떠다니는 녹조류와 녹조류에 엉켜 죽은 물고기들(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6월부터 수문이 열리는 달성보(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6월부터 수문이 열리는 달성보(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온이 오르면서 강물 색깔은 서서히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수면 아래에서부터 초록색 옅은 녹조띠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녹조가 가장 심할 때 짙은 초록색 페인트 색깔, 이른바 '녹조라떼'와는 달리 색깔이 연하고 점성도도 묽었지만 강물 위에 떠다니는 부착조류나 물이끼와는 달랐다. 강물 전체가 초록색으로 변하더니 수면 위에 금새 연두빛 띠가 생겼다. 주위로 거품들이 퐁퐁 솟으며 악취를 풍겼다.

식물성 플랑크톤인 조류 증식을 이르는 전형적인 녹조현상이다. 지난해에는 5월 17일, 2015년에는 6월 8일에 첫 녹조띠가 관찰됐다. 낙동강에 대형 시멘트 보가 생긴 뒤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다. 맹독성 물질이 있는 남조류가 녹조에 증식해 물을 오염시킨다며 환경단체는 계속 보 철거와 재자연화를 요구 중이다. 대신에 새 정부는 오는 6월 1일 오후 2시부터 강정보는 1m25cm, 달성보는 50cm 수문을 연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최소 2~3m 수문을 열어야 한다"며 "이왕 개방하려면 좀 더 개방해야 녹조현상을 막을 수 있다. 상황을 지켜보고 더 과감하게 수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낙동강 수변공원 '개진강변공원' 잡초에 뒤덮힌 모습(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낙동강 수변공원 '개진강변공원' 잡초에 뒤덮힌 모습(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물뿐 아니라 수변공원도 수년 째 4대강사업 수난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 수변공원 중 한 곳인 경북 고령군 개진면에 있는 '개진강변공원'. 차로 10분 거리에 달성보가 있는 이 공원은 자전거길을 끼고 있다. 보도블럭, 나무 데크, 벤치, 조형물이 있지만 지금은 '유령공원'이나 마찬가지다. 비석에 공원이라고 새겨져 있지 않으면 공원인지도 모를 정도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먼저 키큰 잡초이 공원 전체를 뒤덮고 있다. 보도블럭과 벤치 사이를 뚫고 잡초가 자리했다. 조형물도 가까이 가기 전까지 알아볼 수 없게 잡초가 무성했다. 공원 입구 길도 잡초에 뒤범벅됐다. 보도블럭 이음새에는 잡초와 개미집만 빼곡했다. 1시간 동안 머물렀지만 이용객도 관리자도 없었다.

4대강 수변공원은 낙동강이 95개로 가장 많다. 평균 80억원대 조성비가 들었고 관리비만 매년 10억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지자체에 관리비의 절반을 떠넘기면서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관리에서 손을 놓고 있는 추세다. 정부도 관리 숫자를 줄이고 있다. 예산낭비의 전형이다.

4대강 문화관 강정보 디 아크 타일이 떨어지고 변색됐다(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4대강 문화관 강정보 디 아크 타일이 떨어지고 변색됐다(2017.5.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문을 연지 4년된 4대강 문화관 강정고령보 '디 아크(The ARC)'도 타일 곳곳이 떨어져나가고 변색이 돼 있었다. 197억원 예산을 투입해 만든 디 아크는 현재 한국수자원공사 자회사인 워터웨이플러스가 운영 중이다. 디 아크 한켠 비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낙동강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새 터전으로 되살린 사업'이라고 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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