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찜질하던 강변엔 붉은깔따구만..."수문 전면 개방"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6.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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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핀 낙동강에 홀로 돌아가는 수차, 모래강이 악취나는 뻘밭으로...주민들 "사라진 옛 모습, 안타깝다"


도동서원 앞 낙동강변에서 퍼올린 '녹조라떼'(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도동서원 앞 낙동강변에서 퍼올린 '녹조라떼'(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문진교 아래 강바닥에서 발견된 4급수 지표종 붉은깔따구(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사문진교 아래 강바닥에서 발견된 4급수 지표종 붉은깔따구(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모래 찜질하던 강변은 악취나는 검은 뻘밭으로 변했고, 물 위로는 녹조 띠가 선명했다. 4대강 사업 이전 모습을 기억하는 주민들의 속은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13일 오전 달서구 주민 모임 '행복학교' 회원들이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설치된 낙동강을 찾았다. 강물이 흐르지 않아 매년 여름이면 녹조로 몸살을 앓던 낙동강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모래밭으로 유명했던 강정고령보 하류의 사문진교 우안(고령방면) 아래는 검은 뻘밭으로 변했다. 강바닥에서 퍼올린 진흙더미에서는 4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붉은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가 나왔다. 어릴적 친구들과 모래 찜질을 했던 강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달성보와 합천창녕보 사이에 위치한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낙동강변,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선명한 녹조 띠가 보였다. 나루터 옆에는 녹조를 방지하기 위해 거대한 수차가 돌아가면서 인공적으로 물을 흐르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물살은 주위에서만 거셀 뿐, 강물 전체가 녹색 빛을 띄었고, 가까이 갈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풍겼다.

낙동강의 녹조 현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는 주민(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낙동강의 녹조 현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는 주민(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강 바닥에서 퍼올린 진흙더미에서 발견된 실지렁이를 사진찍고 있다(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강 바닥에서 퍼올린 진흙더미에서 발견된 실지렁이를 사진찍고 있다(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은 이날 강정고령보·도동서원·사문진교 등 가는 곳마다 녹조 현상을 직접 목격했다. 가족들과 주말을 보내거나 경치가 좋아 자주 찾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모습은 이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왔다. 수문을 개방해도 어김없이 녹조가 핀 강을 보며 '찔끔' 방류로는 예전 모습을 되찾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완공 5년째, 낙동강 녹조대란이 또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이민정씨(40.다사읍)씨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 막지 못 했다. 직접 와보니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부채감을 갖고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고 했다. 안명순(57.다사읍)씨는 "처음에는 산책하기 좋고, 멋있게 꾸며놨기 때문에 마냥 좋았지만 실체를 알고 보니 우리 세대 뿐 자식들에게 죄 짓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릴 때를 기억하며 낙동강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거나 4대강사업에 관심이 없었던 자신을 질책하기도 했다. 곽경애(66)씨는 "젊었을 때 소풍왔던 곳이다. 친구들과 모래 찜질하면서 서로 덮어주곤 했다. 바닷가 백사장이 부럽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며 "말만 들었지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옛날 모습을 되찾지 못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수문 개방으로 관리수위에서 1.25m가량 낮춰진 강정고령보 상류 수위(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문 개방으로 관리수위에서 1.25m가량 낮춰진 강정고령보 상류 수위(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도동서원 앞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해 돌아가는 수차(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도동서원 앞 녹조 현상을 막기 위해 돌아가는 수차(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4대강 이전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도 어렴풋이 보였다. 1일 정부의 보 상시개방으로 물이 흐르고 수위가 낮아지면서 강정고령보 하류에 모래가 쌓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의 자정작용과 환경적응"이라는 설명에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꼼꼼하게 메모했다. 핸드폰으로 강의 모습을 찍거나 SNS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 같은 모습을 지인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물이 많다고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은 강이 아니라 거대한 수로가 됐다"며 "새 정부에서는 수문 전면 개방뿐 아니라 보를 철거해 강의 예전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강정고령보 하류 모래톱(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강정고령보 하류 모래톱(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편, 지난 1일 정부의 낙동강 6개보 수문 개방에도 5일 강정고령보의 남조류개체수는 기준치의 11배인 11,844cells/㎖가 검출돼 5월 29일 3,813cells/㎖에 이어 2주 연속 조류경보제 '관심'단계가 발령됐다. 달성보에서도 5일 남조류개체수 131,963cells/㎖가 검출됐다. 녹조 현상의 원인이기도 한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시트에는 마이크로스시틴이라는 독성물질도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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