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완공 5년, 봉화부터 을숙도까지 '죽음의 낙동강'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12.0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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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댐~경남 을숙도, 녹조·뻘에 모래톱 유실, 철새 떠나고 물고기 떼죽음...주민 "살 수가 없다"
'영풍석포제련소' 성토도...주민·환경단체 "제련소가 뿜는 중금속에 물고기·새 죽고 안동댐까지 퇴적"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이 올해로 완공 5년이 됐다.

1300만 영남권 주민 식수 낙동강에는 4대강 시멘트 보가 들어선 후 매년 짙푸른 녹조가 발생했다. 황금빛 모래톱은 유실됐고 강바닥은 검은 뻘이 됐다. 철새, 고라니, 물고기들은 쉴 곳을 잃었다. 대구경북 일대에서는 4대강사업뿐 아니라 각종 댐 공사와 제련소 중금속으로 낙동강이 시름을 앓고 있다.

영주댐 담수 후 녹조로 변한 내성천 / 사진.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영주댐 담수 후 녹조로 변한 내성천 / 사진.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 제1.2공장 / 사진 제공.채병수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 제1.2공장 / 사진 제공.채병수

30일 저녁 대구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사)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등 영남권 3개 환경단체는 대구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황지에서 을숙도까지 낙동강의 아픔 알기'를 주제로 토론을 열었다. 경북 봉화에서부터 낙동강 하류 을숙도까지 인근 주민, 환경단체, 어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낙동강의 아픔은 4대강사업에서 시작됐다는 성토가 끊이지 않았다. 경북 고령군 주민 전상기(65)씨는  "물이 차올랐다 빠진 강바닥에 매일 죽은 고기가 깔려있다"며 "이렇게 해선 낙동강에서 더 이상 살아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4대강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아예 없지 않았겠냐"면서 "최대 환경적폐"라고 비판했다. 경북 구미 주민 이경모(61)씨는 "지금 낙동강 물 위에만 볼 것이 아니라  강바닥도 처음부터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며 "아마 위보다 강바닥이 더 썩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4대강사업 초기부터 낙동강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이른바 '마지막 4대강사업'으로 불리는 경북 영주댐 공사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 4대강사업 영주댐 완공 후 강물 유속이 느려져 낙동강 상류인 이 곳에서도 녹조가 생겨 낙동강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MB가 내건 '수질개선' 목적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았던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즉각 댐과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바닥에서 발견된 4급수 지표종 붉은깔따구과 검은 진흙뻘(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강바닥에서 발견된 4급수 지표종 붉은깔따구과 검은 진흙뻘(2017.6.13)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 / 사진.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제공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다 / 사진.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제공

강 일대 공단 조성으로 인한 환경오염 사례도 지적됐다. 정숙자 대구환경연 사무처장은 "대표적 흑두루미 도래지인 대구 달성습지는 1984년 성서공단 조성 후 월동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성토했다. 흑두루미는 멸종위기종으로 4대강사업 후 낙동강 습지가 아닌 서해안으로 북상 경로가 바뀌었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낙동강 하류 경남지역에서도 4대강사업 피해는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희자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정책실장은 "경남 양산 본포교 일대는 낙동강의 낮은 수심과 넓은 모래사장으로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소풍을 즐겼지만, 4대강사업 후 수심이 깊어지고 퇴적물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했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이준경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을숙도는 보가 들어선 후 더 이상 새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인화 부산생명마당 공동대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낙동강 상·하류 곳곳에서 시민 감시체계를 구축해 환경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 문제도 지적됐다. 석포제련소가 내뿜는 중금속이 낙동강 상류를 오염시켜 바로 아래 안동댐까지 흘러가 물고기·새 떼죽음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태규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장은 "낙동강이 중금속으로 뒤덮였다"면서 "올 4월부터 안동댐 인근에서 매일 10여마리 새들이 죽어나갔다. 석 달 뒤 물고기도 떼죽음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바닥 퇴적층에 쌓인 중금속 탓"이라며 "환경부가 뒤늦게 조사를 한다고 민간협의회를 꾸렸지만 그동안 오염을 앞장서서 감추던 곳이 대구지방환경청을 비롯한 국가기관이라 큰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황지에서 을숙도까지 낙동강의 아픔 알기'를 주제로 열린 영남권 환경단체 이슈 토론회(2017.11.30.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황지에서 을숙도까지 낙동강의 아픔 알기'를 주제로 열린 영남권 환경단체 이슈 토론회(2017.11.30.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영풍석포제련소봉화군대책위원장인 경북 봉화군 주민 전미선(66)씨는 "석포제련소는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을 반출하지 않고 우리지역 땅에 묻고 건물을 지었다. 게다가 최근 유해성 평가 예외대상을 확대하는 '토양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망을 교묘히 피하려 한다"며 "오염 토양 데이터를 축적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낙동강 젖줄을 따라 자행된 이 같은 만행에 대해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결국 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치인들도 강에다 콘크리트 댐을 만들면 환경이 황폐화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추진한 이유는 돈 때문이다. 강산을 돈벌이 수단으로 기업들에게 넘겨준 것"이라고 했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댐을 만들고 물장사를 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지역 갈등을 부추겼다"면서 "이를 되돌리는 것이 지난 수 십년 잘못된 수자원 정책을 되돌리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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