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학교에서 흘러나오는 허접한 풍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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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 영남대 총장의 전임 교수회 의장 '징계 시도'를 보며


 대구에 인접한 경산, 압량 들판에 널찍이 자리잡은 영남대학교! 그 대학이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야수의 심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는 '유신의 심장'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 그런데 최근 그 대학의 총장이 바뀐 모양이다. 물론 간선제 총장이다.

 아무리 모교라고는 하지만, 모교의 총장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는 졸업생은 잘 없다. 재학생들조차 총장이 누가 되든 별 관심이 없는 터에 하물며 졸업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나 학교에 대한 기억조차 아스라한 지금, 모교의 총장과 관련된 풍문들이 내 귓전을 울린다. 그 풍문이란 것이 졸업생의 자긍심과 명예를 북돋아 주는 게 아니라 그 학교의 졸업생임을 부끄러워해야 할 정도로 흉흉하고 해괴하고 허접한 풍문들이다.

 대학 총장들의 취임사는 대략 엇비슷하다. 일류를 넘어 '초일류 대학'을 지향한다거나, '국제교류를 통해 교수들의 연구역량을 강화'한다거나. 환경개선을 통해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조성하여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것 등등....특히 지방대학 총장의 경우 하나같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수도권 대학에 견주어 결코 뒤지지않는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한지, 지방대학 총장들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방대학의 몰락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가는 수레들과 다를 바 없는 모양새다. 급기야 올해, 지역의 대학들은 대부분 신입생 미달사태를 빚었고 미달의 규모가 큰 어느 대학의 총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영남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학교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런 엄중하고 절박한 시기에 총장이 바뀐 지방!의 영남대학교에서는 '경쟁력 강화'네 '우수 학생 유치' 따위의 판에 박힌 말은 고사하고 별 해괴망칙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신임 총장이 취임하자마자 전임 총장 때 있었던 일로 교수 몇몇을 징계하겠다는 거다. 전임 총장 때 징계가 된 사안이라 할지라도 총장이 바뀌면 교수 사회의 화합 차원에서라도 징계 취소를 하는 것이 상례일진데 총장이 바뀌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전임 총장 때 있었던 일로 교수를 징계하는 일이라? 기가 막힌다. 대학 총장이라는 자리를 사적 감정을 배설하는 자리로 여기지 않는 이상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대학 총장이라는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왕 놀이'(King Play)를 즐기고 있는 거다.

 그런데 징계 대상이 된 교수들은 무슨 중죄를 저질렀길래 총장의 추상같은 분노를 촉발시켰을까? 징계대상자로 지목된 교수는 직전 교수회 의장이었던 모양이다. 교수회가 교수들끼리 모여서 먹고 마시고 경조사나 서로 챙겨주는 교수구락부가 아닌 이상, 재단과 대학본부 측의 일방적 행정의 견제기능을 해야 하는 것은 교수회 의장이 해야 할 마땅한 책무이며 교수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개인 비리도 아니고 교수회 의장의 정당한 공적활동을 트집 잡아 교수를 징계하겠다는 대학 총장의 발상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죄목을 들여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유신의 심장'이 펄떡거리며 살아있던 시절의 '막걸리 반공법'이나, '국가원수 모독죄'가 연상되는 죄목들이다.

  죄목 중의 한 가지. 교수회 의장이 전임 총장과 공동으로 교수 한 사람을 업무상 배임, 사기, 강요 등으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소하여(검찰에서는 최근 무혐의 불기소처분했다고 함) 동료 교수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것인데, 교수회 의장의 고소로 말미암아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그 교수가 신임 총장이 된 모양이다. 교수 신분일 때는 앙심을 품은 채 입 다물고 있다가 총장이 되자마자 징계의 칼을 뽑는 것은 누가 봐도 권력을 이용한 치졸한 보복행위 아닌가? 그것도 퇴직을 신청한 전임 교수회 의장의 퇴직의 길을 가로막고 징계에 열을 올리는 그 의도가 너무 빤하게 드러나 보인다. 저 징계의 칼춤이 어찌 교수협의회 전임 의장의 목만 겨눈 것이겠는가? 현 교수회 의장을 포함하여 총장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교수와 교직원에 대한 준엄하고도 살벌한 경고의 의미도 담겨 있을 게다.

 그리고 교수회 의장이 영남대학의 전신인 대구대학의 설립자 유족을 불러 강연회를 개최했다거나,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 앞에서 영남대학교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한 사실을 징계사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영남대학교가 어떻게 설립되었는지를 아는 사람이 보면 그냥 헛웃음이 저절로 터질 사안들이다. 이런 사안으로 대학 내부의 징계가 결정되었을 때 만약 징계 당사자가 법정 다툼으로 몰고 가게 되면 대학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있을까? 보통 사람들이 가진 법상식으로는 대학 측의 승소 가능성은 '0%'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밀어붙이는 것은 권력자의 치졸한 보복과 본보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조직의 위기가 조직의 장에게는 엉뚱하게 호기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지방' 그 자체가 소멸될 지경인데 지방에 속해 있는 ‘지방대학’들의 운명은 당연히 백천간두에 선 신세로 전락한 꼴이 되어 있다. 혹독하고도 처절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시국이 이 지경인데도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가면서까지 총장이 군림하는 영남대학교에서 앞으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1순위는 누가 될까? 그걸 모르는 교수나 교직원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보이거나 수도권 신도시 예정지에 방대한 땅을 갖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유신의 심장'이 18년이나 펄떡거릴 수 있었던 것은 시도때도 없이 부추겨댄 '안보 위기' 때문이었다. 실체도 불분명한 '안보위기'로 말미암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던가. 21세기 대명천지에 대학이 어찌 유신의 심장이 펄떡거리던 시절로 되돌아간단 말인가. 참담한 일이다. 지방대학의 위기가 지방대학 총장권력의 비대화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몰락을 재촉하는 길일 뿐이다.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이 이끌어가는 대학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가.

  '거꾸로 선 사람'을 가련하게 여기며 장자(莊子)가 남긴 말이 있다. 이 시대에 벼슬자리를 얻은 모든 사람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경구인 듯하여 여기 옮겨 적는다.

"지난 시절, 뜻을 이룬다 함은 높은 벼슬을 얻는다는 말이 아니라 더 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얻는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뜻을 이룬다는 것은 벼슬을 얻는 것을 말한다. 벼슬이 몸에 붙어 있다함은 본래의 성명(性命)이 아니고 밖에서 사물이 우연히 찾아들어 잠시 머물고 있는 것 뿐이다. 잠시 머물기만 하는 것이란 그것이 왔을 때 거부해도 옳지 않고 그것이 떠나갈 때 만류해도 옳지 않다. 그러니까 옛 사람들은 벼슬을 얻었다고 멋대로 굴지도 않고 곤궁에 빠졌다고 세속을 따르지도 않았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벼슬이 잠시 머물렀다가 가 버리면 즐거워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벼슬을 얻어 즐거워한다 해도 틀림없이 마음 속은 불안하여 거칠어질 것이다. 그래서 사물에 눈이 어두워져서 스스로를 잃고 세속에 휘둘리어서 본성을 잃게 되는데, 이런 사람을 '거꾸로 선 인간'(倒置之民)이라 한다" <莊子, 繕性>  


[기고]
김진국 / 영남대학교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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