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빗댄, 언론에서 사라지지 않는 '장애인 비하·차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문윤리] '눈먼 돈', '꿀 먹은 벙어리'...대구일보·파이낸셜뉴스 '주의' 제재
"장애를 직접 드러내거나 비하의 뉘앙스가 담긴 표현, 공공언어로 쓰지 말아야"


장애를 빗대거나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언론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 3월 기사 심의에서 '눈먼 돈', '꿀 먹은 벙어리' 등의 표현을 쓴 <파이낸셜뉴스>와 <대구일보>에 대해 각각 '주의' 결정을 내렸다.

<파이낸셜뉴스>는 2021년 2월 18일자 4면에 「재난지원금은 눈먼 돈?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직도 "돈 달라"」 기사를, <대구일보>는 2021년 2월 1일자 온라인에 「TK 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 김종인 가덕도신공항 찬성에도 '침묵'」 기사를 실었으나, 이들 두 기사 제목 모두 '주의'를 받았다.

신문윤리위는 파이낸셜뉴스 기사의 제목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주인없는 돈으로 여겨 너나 할 것 없이 받으려 하는 상황을 비유하는 뜻이겠으나 '눈먼'이란 말은 시각 장애를 빗댄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 2021년 2월 18일자 4면(종합)
<파이낸셜뉴스> 2021년 2월 18일자 4면(종합)

특히 "장애를 직접 나타내는 말로 상황을 비유하는 표현이 부정적인 상황을 묘사하는데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표현들은 장애란 비정상적이고 비합리,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장애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의미를 내포한다"며 "이런 장애차별적 표현들은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언론의 자유·책임·독립」④(차별과 편견의 금지) 위반)

또 대구일보 기사의 제목에 대해서도 "지역 여론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지역구 의원들을 '꿀먹은 벙어리'라고 표현했으나, 기사에서는 쓰지 않은 말"이라며 "'꿀먹은 벙어리'의 사전적 의미는 '속에 있는 생각을 겉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벙어리'라는 단어 자체가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비하한 말이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언어"라고 지적했다.

<대구일보> 2021년 2월 1일자(인터넷)
<대구일보> 2021년 2월 1일자(인터넷)

신문윤리위는 "신문에서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이들에 대한 편견 배제 차원에서 장애를 직접 드러내는 단어의 사용을 피하고 있다"며 "그런 단어는 비하의 뉘앙스가 담긴 혐오 표현일 뿐 아니라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으므로 공공언어로는 되도록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 「언론의 자유·책임·독립」④(차별과 편견의 금지) 위반)

앞서 지난해에도 여러 언론이 신체 장애나 특정 질병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제재를 받았다.

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 2020년 6월과 7월 기사 심의에서 '벙어리 냉가슴' 표현을 쓴 <영남일보>·<시대일보>·<일간투데이>와 '문둥병·나병' 등의 용어를 쓴 <제주일보>에 대해 각각 '주의' 결정을 내렸다.

영남일보는 5월 11일자 26면 「[하프타임] 벙어리 냉가슴 앓는 지역 예술인」 칼럼 제목, <일간투데이>는 5월 26일자 1면 「美·中 '기술 신냉전'에 /삼성·하이닉스 / '벙어리 냉가슴'」 기사의 제목, <시대일보>는 6월 9일자 15면 「[기자초점] 벙어리 냉가슴 약사들의 속내는?」 칼럼의 제목이 문제였다.

신문윤리위는 "'벙어리'라는 말은 신체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고 '벙어리 냉가슴'은 신체장애를 이용해 비유하는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이 말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라는 말이 속담에서 유래한 관용어지만 현대는 그런 표현이 통용하던 시대와 사회적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말을 꼭 필요하다면 '냉가슴(앓듯)'이라고만 써도 의미를 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영남일보> 2020년 5월 11일자 26면(오피니언) / <시대일보> 2002년 6월 9일자 15면(사회)
<영남일보> 2020년 5월 11일자 26면(오피니언) / <시대일보> 2002년 6월 9일자 15면(사회)

또 '한센병'이라는 표준 병명을 쓰지 않고 '문둥병·나병·천형병(天刑病)'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신문에서 사용하지 않는, 자취를 감춘 용어"라며 "'천형'은 하늘이 내릴 형벌이라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치(不治)·불가해(不可解)의 굴레라는 말이어서 병에 걸린 당사자에게는 끔찍한 절망의 낙인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매월 기사와 광고 등에 대해 심의한 뒤,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현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운영규정' 9조는 "같은 규정 위반으로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 윤리위원회는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