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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벙어리 냉가슴', '문둥병'...언론의 "차별과 편견 금지 위반"
[신문윤리] 영남일보·시대일보·일간투데이·제주일보 '주의' 결정
"비하·차별·편견·혐오 표현...공공언어로는 사용하지 말아야"
2020년 09월 01일 (화) 13:10:16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신체장애나 특정 질병을 비하하는 표현이 언론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 6월과 7월 기사 심의에서, '벙어리 냉가슴' 표현을 쓴 <영남일보>·<시대일보>·<일간투데이>와 '문둥병·나병' 등의 용어를 쓴 <제주일보>에 대해 각각 '주의' 결정을 내렸다.

영남일보는 5월 11일자 26면 「[하프타임] 벙어리 냉가슴 앓는 지역 예술인」 칼럼 제목, <일간투데이>는 5월 26일자 1면 「美·中 '기술 신냉전'에 /삼성·하이닉스 / '벙어리 냉가슴'」 기사의 제목, <시대일보>는 6월 9일자 15면 「[기자초점] 벙어리 냉가슴 약사들의 속내는?」 칼럼의 제목이 문제였다.

"신체장애 비하 표현...'냉가슴(앓듯)'만 써도 의미 전달"

영남일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구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어려움을, 일간투데이는 중국IT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때문에 화웨이를 주요 고객사로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곤혹스런 상황을, 시대일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적마스크 판매를 대행하는 약국 약사들의 어려움을 전하며 모두 '벙어리 냉가슴'이란 표현을 썼다.

   
▲ <영남일보> 2020년 5월 11일자 26면(오피니언) / <시대일보> 2002년 6월 9일자 15면(사회)

그러나 신문윤리위는 "'벙어리'라는 말은 신체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고 '벙어리 냉가슴'은 신체장애를 이용해 비유하는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라는 말이 속담에서 유래한 관용어기기는 하지만, 현대는 그런 표현이 통용하던 시대와 사회적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말을 꼭 필요하다면 '냉가슴(앓듯)'이라고만 써도 의미를 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문에서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이들에 대한 편견 배제 차원에서 장애을 직접 드러내는 단어의 사용을 피하고 있다"며 "그런 단어는 비하의 뉘앙스가 담긴 혐오 표현일 뿐 아니라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어 가능하면 공공언어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신문윤리위는 '장애인 등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 신문윤리실천요강을 들어 "이 제목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신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의' 이유를 밝혔다.(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언론의 자유·책임·독립」④(차별과 편견의 금지) 위반)

"비하와 낙인...외부 기고라도 필자와 상의해 수정해야"

제주일보도 5월 10일자 「코로나에서 문둥병과 흑사병을 떠올리다」 칼럼의 제목 때문에 '주의'를 받았다. 이 칼럼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소설 '페스트'와 조선 세종 당시 제주에 창궐했던 한센병을 치료한 사실이 떠올리며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신문윤리위는 "제목에 신문에서 사용하지 않는 '문둥병'이라는 표현을 썼고, 본문에서도 한센병이라는 표준 병명을 쓰지 않고 문둥병·나병·천형병(天刑病) 등 신문에서 자취를 감춘 용어를 나열했다"며 "'천형'은 하늘이 내릴 형벌이라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치(不治)·불가해(不可解)의 굴레라는 말이어서 병에 걸린 당사자에게는 끔찍한 절망의 낙인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글이 외부 기고이고, 역사적 사실을 예시하면서 그런 용어를 사용한 점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비하와 낙인의 뉘앙스로 받아들여지는 병명을 제목에 큰 활자로 쓴 경우는 그 예를 찾기 어렵다"면서 "기고라 하더라도 이런 글은 편집과정에서 필자와 상의해 수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1조「언론의 자유·책임·독립」④(차별과 편견의 금지) 위반)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매월 기사와 광고 등에 대해 심의한 뒤, 이에 따른 조치 사항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하고 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심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현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운영규정' 9조는 "같은 규정 위반으로 1년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는 경우 윤리위원회는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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