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1심 뒤집고 항소심 무죄...'면죄부'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2.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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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첫 '징역형', 1년 반만에 180도 판결 바뀌어
대구지법, 일본·한국 원·하청에 모두 '무죄', 항소도 기각
파견 노동자 '공정 편입' 여부·'지시감독' 놓고 해석 달라
문자 해고 9년...노조 "증거 부인하며 파견법 취지 부정" 


일본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항소심 결과가 180도 바뀌었다.

경북 구미 공장에 노동자들을 불법파견한 혐의로 기소된 아사히글라스 경영진들에 대해 1심 재판부는 1년 6개월 전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국내 제조업에서 불법파견 혐의와 관련한 첫 징역형 사례다. 

항소심 재판부는 1년 반만에 원심의 모든 논리를 깨고 정반대의 판결을 내렸다. 원심과 달리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1심 유죄를 뒤집고 일본과 한국 원청·하청업체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경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전경 /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구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이영화)는 지난 17일 '불법파견(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원청업체 일본 아사히글라스(주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한국) 하라노타케시 대표이사·하청업체 지티에스 정모이사 등 원·하청 경영진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1년 8월 대구지법 김천지원의 형사 1심 재판 등 관련한 4번의 민·형사 재판(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2심, 임금소송 1심)에서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과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렸다. 1심은 하라노타케시 이사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하청업체 지티에스 정모 대표이사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원·하청에 각 1,500만원, 300만원 벌금형에 가납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측의 항소도 모두 기각했다. 
 
경북 구미공단에 있는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공장 / 사진 출처.아사히글라스 홈페이지
경북 구미공단에 있는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공장 / 사진 출처.아사히글라스 홈페이지

재판부는 "지티에스(하청업체) 근로자들이 AGC화인테크노한국(AFK.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상당한 지휘와 명령을 받으며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 파견 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실질적으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지휘와 명령을 했는지 여부는 근로자 파견을 인정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인데, 민법상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그 근로자에 대해 업무 이행에 대한 지시가 가능하고 작업 결과에 대한 검수권을 갖는다"고 판시했다. 

1심과 판단이 가장 엇갈린 부분은 ▲원청 공정에 하청 노동자들의 편입 여부와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지시와 감독권이다. 1심은 원청 공정에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편입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또 업무에 있어서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지시와 감독을 받았다고 본 1심과 달리 항소심은 협력업체의 관리자가 지휘와 명령을 내렸다고 봤다.    
 
   
▲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1심 유죄 선고 후 대구지법 김천지원 앞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 기자회견..."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 사죄하고, 해고자 직접고용 이행하라"(2021.8.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아사히글라스 직고용' 촉구 기자회견(2022.7.13.대구고법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동자들은 항소심 판결을 규탄했다. 특히 아사히글라스의 경우 2015년 문자 1통으로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 178명을 해고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해고자들은 8년째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원청 직접고용 이행'을 촉구하며 복직 투쟁 중인 노동자들은 "면죄부 판결"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회장은 "검찰과 노동부가 압수수색과 수사를 통해 증거자료 수천장을 확보했고, 30여명 증인신문과 3번 현장 검증을 벌였다"며 "이를 통해 파견법 위반 유죄가 인정됐는데, 2심 재판부가 증거와 수사를 부인하며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파견을 금지한다'는 파견법 취지마저 부정했다"고 규탄했다. 또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문자 해고된 후 수년째 싸움을 벌이는 해고자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서 "기업의 불법을 고의로 눈 감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차헌호 지회장이 대구고법 앞에서 발언 중이다.(202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차헌호 지회장이 대구고법 앞에서 발언 중이다.(2022.7.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금속노조(위원장 윤장혁)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항소심 재판부를 빼고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했다"며 "대구지법의 무죄 판결은 산업현장에서 20년 넘게 만연한 불법파견 시정과 원상회복을 염원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짓밟고 불법파견을 옹호하는 노골적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23일 대구지법 앞에서 '불법파견 무죄 대구지법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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