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공단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 '불법파견'에 노동청이 매긴 과태료를 법원이 뒤집어 논란이다.
제조업 생산라인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거 채용한 뒤 문자 1통으로 해고한 것에 대해 노동청이 불법이라며 직고용 시정명령을 했지만, 법원은 사측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과태료 취소 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김천지원(판사 손현찬)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법파견)'으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이 지난 2017년 11월 아사히글라스에 부과한 과태료 17억8천만원에 대해, 사측이 이의 신청한 건에 대해 지난달 18일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행정상 의무 위반에 대해 국가가 형벌을 부과하면서 과태료까지 부과한다면 이중처벌금지 기본 정신에 배치돼 국가입법권 남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파견법 위반 여부를 놓고 사측은 '직접 고용 의무가 없다'고 다투고 있다"며 "최종적 판단 기관 법원에서도 판단이 상충돼 최종 판단이 확정되지 않아 항소심 재판이 계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재판 1심에서는 유죄 판결(불법파견)을 받았지만, 고용 의사를 구하는 민사소송(직고용)에서는 근로자 178명 중 23명만 참여했고 나머지 155명은 희망퇴직해 고용 의사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면 "위반 행위에 대해 여러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대구노동청 구미지청은 지난 2017년 11월 아사히글라스가 하청업체 (주)지티에스로부터 파견받은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을 직고용하라고 시정명령했다. 제조업 생산라인에 하청업체 파견직을 고용할 수 없다는 파견법(제6조의 2 제1항)을 위반한 탓이다. 명령을 어기자 노동청은 노동자 1명당 1천만원, 과태료 17억8천만원을 부과했다. 사측은 "직고용 대상이 아니다"며 명령을 거부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과태료를 안내고 버티는 사이 민사(직고용)·형사(불법파견) 송사가 진행됐다. 지난 2019년 8월 민사소송 1심 재판부는 '직고용' 인정 판결을 내렸다.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된 것에 대해서도 올 8월 1심 재판부는 경영진들에게 징역형 등 유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사법부가 스스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도 노동청이 부과한 과태료에 대해서만 4년여 만에 결정을 뒤집어 비판을 사고 있다. 불법파견 혐의로 사측을 기소한 검찰 역시 "과태료 취소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항고를 포기하기로 했다.
노조는 반발했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지회장 차헌호)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 과태료 17억8천만원을 법원이 취소시켰다"며 "봐주기 판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회장은 "불법파견이라는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 노동청이 과태료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행정 명령을 무력화시키는 판결을 내렸다"며 "전형적인 기업 봐주기다. 재판부가 이런 식의 결정을 내린다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노동청의 행정명령을 이행하겠냐"고 비판했다.
한편,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오는 10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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