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도 모르는 대구 '재해위험지구' 167곳, 주차·쓰레기 '안전 허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3.08.29 09: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해대비 ③] 침수·산사태 위험지구·급경사지 159곳
현장, 경고표지판 없어...주차장·쓰레기장 위험지구
행안부 점검, 1곳당 2.5건 '안전 미흡'...대구 417건
표지판 강제성 없고, 사유지 책임 공방 'CCTV 관리 뿐'


"이곳은 낙석위험이 있으니 주차 및 통행에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산 비탈을 따라 낙석주의 경고문구가 곳곳에 붙었다. 28일 대구 중구의 한 '재해위험지구 급경사지' 지역의 모습이다. 재해예방 목적의 24시간 CCTV도 여러대 설치됐다. 물기를 머금은 산의 흙들이 주택가와 도로로 쏟아져 내릴까봐 그물모양의 철초망도 100m 넘게 촘촘히 놓였다. 

하지만 같은 곳의 풍경을 조금 더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관리 사각지대가 눈에 띈다. 흙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산 비탈 바로 아래 녹슨 캐비넷과 쓰레기 봉투, 빈 종이박스들, 쓰레기들이 놓였다. 
 
   
▲ "이곳은 낙석위험이 있으니 주차 및 통행에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대구 중구 봉산동 재해위험지구 급경사지 낙석주의 경고표지판(2023.8.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산의 토사가 도로와 주택가로 쏟아질 것을 대비해 촘촘한 그물망 형태의 철조망이 설치됐다. 하지만 비탈면 바로 아래는 지자체가 설정한 거주자 우선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2023.8.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급경사지 바로 아래 구청이 거주자 우선 주차구획을 그어놔 길을 따라 자동차 10여대가 주차 중이다. 주차금지, 낙석주의 표지판을 무색케한다. 재해위험지구나 급경사지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다.

대구시 중구 봉산동 A중학교 동편은 지자체가 지정한 '재해위험지구 급경사지'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면 산의 토사가 토로와 민가로 흘러내릴 수 있는 지형이다. 한눈에 봐도 재해에 취약해 보이는 곳이다. 

좁은 일차선 도로를 가운데에 놓고 왼편은 지대가 높은 산이 있다. 산 바로 위에 A중학교 등 건물이 올라가 있다. 그리고 도로 오른편에는 키가 낮은 주택들과 다세대주택이 있다.   

그러나 위험지구 표지판이 없어 인근 주민들조차 이곳이 재해위험지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 탓에 급경사지 바로 아래는 주차장처럼 변했다. 정기 점검을 했지만 지자체 안전 관리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급경사지 바로 아래 비탈면에 놓인 자전거들과 나뒹구는 쓰레기들(2023.8.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급경사지 바로 아래 비탈면에 놓인 자전거들과 나뒹구는 쓰레기들(2023.8.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험지구 경고문은 없고 광고.불법주차 경고 현수막만 걸렸다.(2023.8.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위험지구 경고문은 없고 광고.불법주차 경고 현수막만 걸렸다.(2023.8.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행정안전부는 태풍과 호우, 홍수, 강풍, 산사태 등 자연현상으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전국 시.도별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재해위험지구를 지정해 관리한다.

매년 재난현황을 입력해 지역상황을 분석하고 위험지역을 가려낸다. 재난 유형은 고립위험지구, 침수위험지구, 해일위험지구, 취약방재시설, 산사태위험지역 등으로 분류한다. 위험지역 지정일은 최신 날짜로 바뀐다. 시설관리기관은 지자체(광역·기초단체)나 농어촌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다. 

행안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등록된 대구지역 '재해위험지구'는 28일 기준으로 9개 구.군에 모두 8곳이 지정됐다. ▲동구 1곳 동호1지구 ▲서구 2곳 이현지구와 ▲3공단지구 ▲북구 1곳 침산산격지구 ▲수성구 1곳 매호1지구 ▲달서구 2곳 월성지구와 ▲고래천지구 ▲달성군 1곳 설화성산지구다.

대구 9개 구.군에서 '급경사지 위험지역'으로 등록된 곳은 28일 기준 ▲중구 2곳 ▲동구 7곳 ▲서구 2곳 ▲남구 3곳 ▲북구 5곳 ▲수성구 22곳 ▲달서구 10곳 ▲달성군 60곳 ▲군위군 48곳 등 모두 159곳이다. 산지가 많은 달성군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군위군, 수성구, 달서구, 동구, 북구 순이다. 
 
   
▲ 대구 9개 구.군 재해위험지구 8곳(2023.8.28 기준) / 자료.행정안전부
   
▲ 대구 9개 구.군 급경사지 위험지역 159곳(2023.8.28 기준) / 자료.행정안전부

전국 재해위험지구는 12만485곳이다. 행안부는 지난 5월 8일부터 12일까지 피해가 발생한 87곳을 대상으로 민관합동 현장 표본점검을 했다. 그 결과 안전 미흡 222건을 적발했다. 1곳당 평균 2.5건이다. 대구(재해위험지구+급경사지=167곳) 전수점검으로 계산할 경우 안전 미흡은 417건에 이른다.

사례는 공사 중 발생한 흙과 건설자재 등 하천 내 방치해 호우 시 하천 흐름 방해, 비상 수방자재와 응급 복구장비 부족·관리 불량, 잡목 제거하지 않고 방치, 수로 균열, 토사 퇴적, 안전관리자 미교육, 급경사지 배수로 퇴적물·균열·배수불량, 비탈면 유실 보호막 훼손 등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해당지역은 A중학교 소유지로 학교가 낙석주의, 주차주의 표지판을 설치한 것으로 안다"며 "재해위험지구 급경사지는 표지판 설치가 의무가 아니고 개인 땅이면 더 어렵다. 대신 CCTV를 설치해 관리한다"고 밝혔다. 또 "주차와 쓰레기는 점검 해보고 현장에서 지도할 게 있다면 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해위험지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오히려 꺼릴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 고민하고 검토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