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규모 4.0 지진, 1시간새 5차례 여진..."월성원전, 수명연장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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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생 지진 가운데 2번째 규모, 경북 유감신고 59건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진앙 10km 이내 월성원전...핵발전소 사고 불안감 키워"
경북도 "내진 기능 갖춰·시설물 안전점검 실시"


7년 전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났던 경북 경주에서 또 지진이 발생했다. 지역 주민들은 인근 월성원전이 지진에 붕괴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기상청(청장 유희동)·경북도(도지사 이철우)·경북소방본부(본부장 이영팔) 등에 따르면, 30일 오전 4시 55분경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2km로 추정했다.
 
[지진정보] 11-30 04:55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 규모4.0 계기진도 : 최대진도 Ⅴ(경북),Ⅳ(울산),Ⅲ(경남,부산) / 자료.사진, 기상청 홈페이지
[지진정보] 11-30 04:55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 규모4.0 계기진도 : 최대진도 Ⅴ(경북),Ⅳ(울산),Ⅲ(경남,부산) / 자료.사진, 기상청 홈페이지

기상청에 따르면, 이는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2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지진 다음으로 컸다.

지진 발생 뒤 1시간 사이 미소지진(규모 2.0미만 지진)도 5차례나 일어났다. 첫 여진은 최초 지진으로부터 4분 만인 오전 4시 59분에 1.3 규모로 발생했다. 여진 중 최대 규모는 오전 5시경 발생한 규모 1.5 지진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경북지역에 접수된 유감 신고는 모두 59건(경주 19건, 포항 22건, 경산 7건, 영천 3건, 기타 8건)이다. 피해 신고는 없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 사진. 평화뉴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 사진. 평화뉴스

이날 지진 발생지와 월성원전은 불과 10km가량 떨어져 있다. 경주 시민들이 우려하는 이유다. 지역 시민단체는 "지진으로 핵발전소 사고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월성원전 수명연장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은 30일 성명을 내고 "진앙을 중심으로 남동 방향 10km에 월성원전, 서북 방향 2.5km에 한수원 본사, 동북 방향 2km에 월성방사능방재센터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2016년 경주 대지진 이후 정부가 실시한 동남권 단층 조사에서 월성원전 건설 당시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활성단층 4개가 새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단층은 규모 6.5 이상의 거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월성원전은 부실한 지질 조사에 근거해 건설됐고 내진 설계도 매우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월성원전에서 불과 10km 거리에서 발생한 오늘 지진은 잠시 잊었던 핵발전소 사고의 불안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월성원전 2, 3, 4호기의 수명은 각각 2026년, 2027년, 2029년"이라며 "정부는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무리한 수명연장 추진을 중단하고, 월성원전 2,3,4호기의 안전한 폐로 절차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경주 지진 관련 경북도청 재난문자(2023.11.30)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주 지진 관련 경북도청 재난문자(2023.11.30)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경북도는 월성원전 지진 피해 위험에 대해서는 "내진 기능을 갖췄다"며 "시설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재난문자 늑장 발송 논란에 대해 "매뉴얼에 따랐다"고 해명했다.

앞서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인 오전 4시 55분쯤 전국에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경북도는 지진 발생 시간부터 상황종료 시까지 비상 1단계를 발동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30여분 뒤인 오전 5시 29분에 "4시 55분경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에서 규모 4.0의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대형화재 등에 주의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6시 19분에는 경주·포항 지역에만 추가로 문자를 발송했다.

경북도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경북도 '지진·지진해일 재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는 기상청 문자 수신 후 필요시 지진행동요령을 추가 발송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매뉴얼에 따라 기상청 문자 수신 후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상황 판단회의를 거친 뒤 여진 및 피해발생을 예방하고, 지진대피 행동요령을 알리고자 30여분 뒤에 재난문자를 추가 발송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는 최근 과도한 재난문자 발송에 따른 국민 피로감을 덜기 위해 중복 발송을 자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 사항"이라며 "늑장 대응이 아닌 상황을 판단하고 도민 불안감 조성을 부추기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경북도 자연재난과 관계자는 "도민들의 불안감 조성을 방지하기 위해 상황 판단 이후 30분 뒤에 문자를 보낸 것"이라면서 "월성원전의 경우 방사능 누출에 대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은 지진 규모 6.5~7정도를 견디는 내진 성능을 갖고 있다"며 "지진 발생 이후 바로 원전에서 시설물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명서 전문>

월성원전 인근 규모 4.0 지진 발생, 수명연장 중단하고 안전한 폐로절차 밟아야!

오늘 오전 4시 55분경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새벽잠을 설치며 2016년 9월 12일의 악몽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진앙을 중심으로 남동 방향 10km에 월성원전, 서북 방향 2.5km에 한수원본사, 동북 방향 2km에 월성방사능방재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경주 대지진 이후 정부가 실시한 동남권 단층 조사에서 월성원전 건설 당시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활성단층 4개가 새로 발견됐다. 이들 왕산, 천군, 말방, 차일 단층은 규모 6.5 이상의 거대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 4개의 활성단층은 월성원전 반경 21km 안에 존재하고, 가장 가까운 차일 단층은 12km에 불과하다.

이처럼 월성원전은 부실한 지질 조사에 근거해 건설되었고 내진 설계도 매우 미흡하다. 월성원전에서 불과 10km 거리에서 발생한 오늘 지진은 잠시 잊었던 핵발전소 사고의 불안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월성원전 2,3,4호기의 수명은 각각 2026년, 2027년, 2029년이다. 정부는 노후 핵발전소에 대한 무리한 수명연장 추진을 중단하고, 위험한 활성단층에 둘러싸인 월성원전 2,3,4호기의 안전한 폐로 절차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2023. 11. 30.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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