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파, 복지시설도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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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급감..아이들 치료.간식도 줄여야..어려울수록 사랑의 손길을"

대구의 한 보육원 홈페이지 '후원 안내'
대구의 한 보육원 홈페이지 '후원 안내'
부모의 학대와 이혼으로 대구시 동구의 한 아동보육시설에 맡겨진 이민호(6.가명)군. 가정해체로 상처를 받은 민호는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설 후원금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보육원이 심리치료를 해줄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보육원은 지난 해까지만 해도 심리치료가 필요한 모든 아동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는 후원금 감소에 따른 재정상황으로 치료를 가장 필요로 하는 아동 2~3명만 선정해 진행하고 있다. 보육원 한 직원은 "아동들과 1:1로 결연해 후원해 주시는 독지가들도 지난 해에 비해 40~50%로 줄어들었다"면서 "후원금이 줄면 심리치료와 같은 프로그램도 줄일 수 밖에 없어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봄이 왔지만 대구지역 아동.노인복지시설은 여전히 찬바람 부는 '겨울'이다.

경제 한파가 지속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나 부모 없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원, 무의탁 어르신들을 돌보는 양로원들이 줄어드는 후원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후원금이 줄면, 민호군 사례와 같이 아동대상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간식도 넉넉하게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설 관계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대구시 동구 A보육원은 지난해 1~3월달 평균 4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으나 올해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2월의 경우, 설 연휴 명절 기부금과 시설 이전 찬조금 명목으로 480여만원이 들어왔으나, 올해는 1월 300여만원에 이어 2월에는 200여만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직원 전영화(26.여)씨는 "후원금이 줄면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면서 "재정 상황으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줄어들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구 태전동의 B보육원 영양사 이현미(33.여)씨는 "지난 해 이 맘때와 비교해 후원금이 한달 평균 100만원 정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간식을 넉넉하게 준비 못해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남구 대명동의 C보육원 직원 황모(40.여)씨는 "지난 해에 비해 개인 후원금이 많이 줄어 예년에 비해 간식 창고도 썰렁하다"고 하소연했다.

경제불황은 기업과 단체의 후원 감소로도 이어져 복시시설 직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북구 산격동 D보육원 김나경(44.여) 사무국장은 "소액 자동이체 후원인들은 계속 도움을 주고 있지만, 기업의 후원이 크게 줄었다"면서 "후원이 끊기면 아이들을 위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벅차다. 해마다 가던 봄 소풍도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성구 두산동 E보육원 한 직원은 "경기가 어려운 탓에 기업과 단체에서 주는 후원금이 크게 줄었다"면서 "그러나 후원을 끊은 분들도 있는 반면, 신규 후원 신청자와 적은 돈이나마 꾸준히 후원하는 분들도 있어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 사월동 F아동원 한 직원도 "작년 이 맘 때 한달 평균 250여만원이 들어왔으나 올해는 후원해주는 기업이 별로 없어 200만원 안팎으로 줄었다"면서 "그나마 정기적으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노인요양시설도 사정은 비슷해 쓸쓸한 어르신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서구 상리동의 G요양원은 시설을 찾아 비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직원 정안나(25.여)씨는 "그나마 국고보조금이 있어 다행"이라면서 "작년 이 때는 후원물품대장의 페이지가 5~6장을 넘겼으나 올해는 이제 2장 겨우 넘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씨는 "지난 해 3월 초에는 후원물품 기부 건수가 40여건이었으나 지금은 20여건에 불과하다"면서 "간간히 자원봉사 하러 오시는 분만 있을 뿐 물품을 가져다 주는 방문자는 절반 정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북구 태전동 H요양원도 정기 후원자는 꾸준히 있지만 수시로 들어오는 후원금은 줄어든 상황이다. 이 요양원 한 직원은 "후원이 별로 없어 어르신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폭이 줄어들어 안타깝다. 하루 2차례 드린 간식도 1차례로 줄여야 할 처지"라면서 "개인적 어려움으로 후원을 끊는 분들의 사정도 이해는 가지만 어려울수록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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